얌체공 같은 조정석을 응원합니다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4. 7. 1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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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조정석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필모그래피를 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얌체공이 떠오른다. 어쩔 때는 눈물 쏙 빠지게 웃게 만들다가도 또 다른 곳에서는 사뭇 진지하게 여러 갈래로 생각하게 만든다. 배우 조정석이 ‘믿고 보는 배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한 곳에 고이기보다는 이리저리 튀어나가듯 새로운 것들에 대해 도전해 왔기 때문이다.

31일 개봉되는 영화 ‘파일럿’(감독 김한결)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조정석)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코미디를 그린 작품으로, 조정석은 극 중 파일럿이 되기 위해 여장하는 한정우를 연기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조정석에게 ‘파일럿’은 첫 느낌부터 좋았다. 취업을 위해 여장을 한다는 파격적인 설정 자체에 매력을 느꼈다는 조정석이다. 조정석은 “설정 자체가 너무 웃겼다. 이 설정을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만 있다면 굉장히 코미디스러운 상황들이 잘 펼쳐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극 중 한정우는 파일럿이 되기 위해 동생인 한정미(한선화)의 신분으로 취업에 도전한다. 조정석에게는 이 설정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조정석은 “한정우가 한정미를 연기하는 거 아니냐. 마치 역할극을 하듯 한정미로서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할지 상상력으로 연기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또한 조정석은 한정우의 키워드로 ‘열심’을 꼽았다. 여장이라는 상상도 못 할 방법을 생각하고, 면접장에서도 처절하게 부딪히는 한정우의 감정선을 열심히 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한정우를, 그리고 한정미를 연기하는 한정우의 방향을 잡아나갔다는 조정석이다.


조정석은 여장이라는 설정을 관객들이 어떻게 하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고 했다. 그래서 조정석이 찾은 방법은 결국엔 진정성이었다. 조정석은 “여장이라는 설정 자체가 우리 영화의 중요한 핵심이지 않나. 한정우가 한정미를 연기하더라도 진정성 있게 표현한다면 여정 설정 자체를 관객들이 거부감 없이 보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믿음을 가지고 시작했다.

뮤지컬 ‘헤드윅’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여장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담감은 없었다고. 다만 여장을 한 채로 촬영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불편함이 몰려왔다고. 조정석은 “이너웨어가 다르니까 불편하더라”라고 했다. 또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채 뛰는 장면을 촬영할 때에도 고충이 있었단다.

그렇지만 역시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여장한 채 등장하는 조정석은 그 비주얼 자체만으로 왜 극 중 인물들이 한정미를 연기하는 한정우에게 속을 수밖에 없는지 단번에 납득시킨다. 여장했을 때의 태를 위해 체중 감량과 운동을 병행했던 조정석의 노력이 빛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한정우가 여장했을 때의 자연스러운 목소리 톤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조정석은 이에 대해 “시나리오를 봤을 때 있는 그대로의 내 목소리를 사용하는 게 가장 자연스러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높은 음역대의 제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코미디 하면 조정석, 조정석하면 코미디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이번 ‘파일럿’에서도 조정석은 자신의 장기인 코미디 연기로 그야말로 날아다닌다. 마치 코미디 연기를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과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게 연기를 펼치는 조정석이지만 스스로는 부담감이 상당하다고. 조정석은 “저 웃긴 사람 아니다. 사실 말도 느리다”면서 “저 혼자 재밌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어 조정석은 “동료들과의 합이 극대화된 코미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분명히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소한 합들이 쌓이면 엄청난 힘이 된다”라고 동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특히 조정석은 한정우의 동생인 한정미를 연기한 한선화에 대해 “‘술꾼도시여자들’을 너무 재밌게 봤다. 이번 영화로 처음 만나서 같이 연기했는데 에너지와 텐션이 좋더라. ‘왜 이제 만났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코미디 연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밸런스 조절에 대해서 조정석은 “본능적인 느낌”이라면서 자신의 감을 믿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 ‘건축학개론’ ‘엑시트’,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등 조정석하면 대부분 코미디 작품을 떠올리긴 하지만, ‘뺑반’에서는 악역의 얼굴을 하고 ‘세작, 매혹된 자들’에서는 지엄한 왕을 연기하는 등 조정석의 스펙트럼은 코미디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개봉을 앞둔 ‘행복의 나라’ 역시 ‘파일럿’과는 전혀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조정석은 이에 대해 “누군가 제 이미지에 대해서 말하면 보통은 인정하지 않나. 그런데 저는 인정을 안 한다”면서 “조정석이 왜 이런 작품을 선택하냐고 하는데 이런 선택들을 저는 얌체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선택들을 꾸준히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잘하는 걸, 또 잘한다고 호평받은 것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이리저리 튀는 얌체공처럼 이것저것 자신이 최선을 다해 연기할 수 있는 곳을 따라갈 거라는 조정석의 미래 선택들을 아낌없이 응원하고 싶은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파일럿', 잼엔터테인먼트]

파일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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