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한' 조정석, 女 속옷 입고 하이힐 질주.."배우의 숙명이죠"(파일럿)[★FULL인터뷰]

김나연 기자 2024. 7.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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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일럿' 조정석 인터뷰.
[스타뉴스 | 김나연 기자]
영화 '파일럿'의 주연배우 조정석이 18일 오전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잼엔터테인먼트 2024.07.18 /사진=이동훈
배우 조정석이 '파격 변신'을 앞세워 코미디의 '정석'을 보여줬다. 영화 '파일럿'을 통해 원톱 주연으로 나선 조정석에게는 부담감도, 어려움도 없었다. '역시'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는 조정석이다.

18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파일럿'(감독 김한결)의 배우 조정석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파일럿'(감독 김한결)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조정석 분)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코미디다. 조정석이 분한 '한정우'는 모두의 선망을 받는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해고 통지를 받고 실업자가 된 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소위 '미친 변신'을 시도하는 인물이다.

조정석은 "시사회 전날 떨려서 잠을 못 잤다. 아무 걱정이 없으면 잘 자는데 떨리더라.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했는데 호평이 많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시사회 끝나고 추첨을 통해 일반 관객들의 시사회가 있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저도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일단 영화가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재밌다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인데 그 취향이 다수가 모이면 재밌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재밌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을 때 내가 느낀 재미를 같이 공감할 수 있구나 싶었다. (관객들이) 그런 부분을 잘 이해해 주시고, 공감해 주신 것 같다. 저한테 재미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영화 '파일럿'의 주연배우 조정석이 18일 오전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잼엔터테인먼트 2024.07.18 /사진=이동훈
조정석은 '파일럿'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오로지 '재미'였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재밌다고 느끼는 시나리오를 누가 보면 '이게 뭐가 재밌어?'라고 하기도 한다. 근데 저는 이 이야기에 흠뻑 빠져서 그 역할에 몰입하고, 술술 잘 따라간다고 느낄 때 재밌다고 느낀다. 주제보다는 '정우'가 '정미'로 변신하고, 그다음에 조금씩 나오는 자기 본연의 모습에 당황하고,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서 나오는 코미디가 웃겼고, '참 열심히 산다'라는 느낌이 재밌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 이야기와 캐릭터도 재밌고, 신선하다고 느낄 때도 있고, 특히 이 인물에게 대입될 때가 있다. 근데 이 작품이 그랬다. 머릿속에서 상상력으로 구현도 되고, 이 캐릭터에 나를 대입시켜서 재밌게 읽었다. 어쨌든 제 몸을 빌려서 캐릭터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이 캐릭터에 조정석이라는 사람이 잘 대입되더라. 저도 저를 잘 모르겠다. 계속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랑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여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는 조정석은 뮤지컬 '헤드윅'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조정석은 "확실한 변신이어야만 했다. '헤드윅'은 아무래도 드렉퀸이다 보니까 제 원래의 목소리가 대입됐을 때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 있다. 근데 '한정미' 같은 경우는 다른 개념으로 제 목소리에 가장 높은 음역을 사용하려고 했다. 그렇다고 인위적이고, 작위적으로 하고 싶진 않았고 제 목소리를 내는데 높은 음역을 사용하려고 노력한 건 있다. 분장팀과 의상팀의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공을 돌렸다.

이렇듯 조정석은 '파일럿'에서 '한정우'와 '한정미'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철저한 체중 조절은 물론 100벌이 넘는 의상 피팅, 전문 파일럿 교육에 이르기까지 '한정우'와 '한정미' 두 캐릭터 모두를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2배로 몰입하고 준비했다고.

조정석 / 사진=영화 '파일럿' 스틸컷
조정석은 파격 변신을 위해 7kg 정도 체중 감량했다고 밝히며 "키토 식단으로 다이어트를 했다. 림프 마사지를 받긴 했는데 다이어트에 큰 효과가 되진 않았다.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며 노력했다"면서 "또 분장, 의상 테스트만 2~3일 정도 했다. 하루에 5~6시간 정도 소요됐다. 맨 처음 테스트 촬영 때는 분장이 두 시간 좀 넘게 걸렸는데,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톤이 확정된 이후에는 최대한 시간을 많이 줄여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 속 자기 여장에 대해 만족감을 표현하며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 너무 괜찮았고, 입사한 뒤 묶음 머리하고 활기차게 들어가는 장면 또한 너무 괜찮았다. 의상팀과 분장팀의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촬영할 때 다른 배우들이 저를 못 알아봤을 때는 정말 기뻤다. 저는 군중 속에서 계속 걷고 있는데 눈이 마주쳤는데 못 알아보셔서 짜릿했다"고 웃었다.

조정석은 "'헤드윅'부터 '파일럿'까지 이런 (여장하는) 작품을 계속 만나는 게 운명인 것 같다. 앞으로도 여장하는 작품을 만날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런 걸 선택하고 이런 작품을 하게 되는 것도 모든 게 다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변신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지만, 배우들의 숙명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고충도 있었다고. 조정석은 "구두 신고 뛰다가 햄스트링이 올라와서 힘들었다. 의상 착용하는 것에 있어서 불편하고 힘든 것은 특별히 없었다. 여성들의 이너웨어를 다 착용하고, 오랜 시간 동안 촬영하다 보니까 시간에 비례하는 불편함은 있었다. 힐 신고 달리고, 그런 건 너무 힘들었고, 또 가발이 너무 힘들었다. 오래 쓰면 땀이 차고, 촬영이 여름에 시작해서 겨울에 끝났는데 땀이 차고, 답답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파일럿'에서도 코미디의 '정석'을 선보이는 조정석은 "개인적으로 저는 상황적인 코미디가 제일 재밌다. 말장난 개그도 있는데 저는 안 웃기더라.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코미디가 제일 재밌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기 위해서는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는 있어야 했다. 대화를 하고, 상황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긴 호흡을 가져가는 작품에서도 그런 것들이 쌓여서 캐릭터가 완성되고, 캐릭터가 뭉쳐서 코미디 극대화가 된다고 생각한다.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를 떠올려봐도 제가 아무리 열심히 코미디를 해도, 제훈 씨의 리액션이 없었으면 완성이 안 됐을 거라는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코미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앙상블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영화 '파일럿'의 주연배우 조정석이 18일 오전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잼엔터테인먼트 2024.07.18 /사진=이동훈
조정석은 의외로 애드리브보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상의하는 '정석'적인 과정을 거친다고. 그는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긴 한다. 떠오르면 스태프, 배우들과 촬영 전에 상의하고, 좋다고 하면 리허설 해본다"며 "'파일럿'에서 기억나는 애드리브는 '발볼이 넓어요'라는 대사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보다 더 좋은 건 없다고 느껴질 때는 대사와 행동을 더 맛있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파일럿' 속 면접 장면도 제 아이디어다. 원주민 전통춤을 여행 가서 체험하기도 하는데, 정확한 건 기억이 잘 안 나지 않나. 거기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한 바퀴 도는 것도 해보고, 넘어지고, 일어나는 것도 제가 그냥 해본 거다. 대본에는 없었다"며 "또 굉장히 열심히 사는 인물이기 때문에 면접에 어떻게 해서든 붙겠다는 의지와 간절함도 잘 묻어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는 건 좋은 일이다. 촬영 끝나고 집에 왔을 때 다른 게 또 떠오르기도 하고 '그렇게 할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근데 그런 생각이 들기 전에 다 쏟아내고 집에 왔을 때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머리를 비워버린다. 자기 전에 어떤 걸 많이 생각하다 보면 꼬리를 물고, 오만 가지 생각이 많이 나서 집에 갔을 때는 아무 생각도 안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그간 채워온 필모그래피에 대해서는 "만족한다"고 밝힌 조정석이다. 그는 "옛날에 공연할 때도, 지금도 후회 없이 열심히 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부심은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어떤 캐릭터를 맡아서 많은 분께 저를 보여드릴까 하는 고민은 하고 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런 생각이 깊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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