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치료제, 만성질환 '게임체인저'로 부상

김윤화 2024. 7. 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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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약기간 1년 2회 수준으로 단축
국내에는 올릭스·큐리진 등 개발
원료 제조사 에스티팜도 반사이익

'짧은 간섭 리보핵산(siRNA)' 약물이 만성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모달리티(약물이 약효를 내는 방법)로 각광받고 있다. 질병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원리로 1년에 단 2회 투여로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등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노바티스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혈액 내 콜레스테롤 또는 중성지방 농도가 과다하게 높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렉비오(성분명 인클리시란)'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렉비오는 혈액에서 콜레스테롤을 제거하지 못하도록 막는 단백질(PCSK9)의 생성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질병을 치료한다.

렉비오는 기존 치료제인 '스타틴'을 최대 허용 용량까지 복용해도 콜레스테롤 수치 조절이 안 되는 환자에게 6개월마다 1회씩 투여하는 용법으로 허가 받았다. 이전까지 스타틴에 불응하는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은 '프랄루엔트', '레파타' 등의 PCSK9 억제제를 2~4주에 한 번씩 맞아야 했다. 

유전자 치료제의 일종인 siRNA 치료제는 이상지질혈증뿐만 아니라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병률이 높은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에서도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앨나일람파마슈티컬스는 연초 고혈압 siRNA 치료제인 '질레베시란'의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했다. 임상에서 질레베시란은 1회 투여만으로 기존 약물로 치료가 어렵던 환자들의 혈압을 최대 6개월간 안정적으로 조절한 효과를 나타냈다. 앨나일람파마슈티컬스는 제2형 당뇨병 siRNA 치료제인 'ALN-KHK'의 임상 1상 시험도 진행 중이다.

렉비오와 질레베시란이 한 번 투여하는 것만으로 장기간 약효를 낼 수 있는 이유는 siRNA 치료제가 질병을 치료하는 원리에서 발견할 수 있다.

siRNA 치료제는 우리 몸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만드는 mRNA(메신저리보핵산)에 결합해 이를 분해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siRNA는 체내에 머물며 mRNA를 한 번이 아닌 수차례 반복적으로 분해한다. 질병의 근본원인을 지속적으로 차단해 질병진행을 장기간 억제하는 것이다.

에스티팜은 현재 경기도 안산시에 제2올리고동을 짓고 있다. 2026년 1, 2차 증설이 완료되면 에스티팜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생산역량은 14몰(2.3~7톤)로 세계 최대 규모가 된다. 사진은 지난해 경기도 안산 반월캠퍼스 부지에 열린 제2올리고동 기공식./사진=에스티팜

현재 앨나일람파마슈티컬스 등 해외 제약사가 siRNA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자체 기술력을 갖춘 제약사들이 만성질환을 타깃으로 한 siRNA 치료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올릭스는 원하는 유전자에 siRNA를 정확히 전달하는 독자 기술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비만 치료후보물질인 'OLX702A'를 개발해 현재 호주에서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 투약기간을 늘린 탈모치료제 OLX104C를 개발해 임상시험 중에 있다.

큐리진은 두 개의 서로 다른 mRNA에 결합하는 독자기술을 확보해 현재 항암 분야를 중심으로 siRNA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큐리진은 지난 4월 이 기술을 접목한 방광암 치료후보물질인 'CA102'를 종근당에 기술이전했다.

siRNA 치료제가 부상하면서 핵심원료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올리고)를 제조하는 기업도 주목받는다. 국내에서는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자회사 에스티팜이 글로벌 3위 수준인 6.4mol(약 1.1~3.2톤) 규모의 올리고 생산역량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18년 렉비오가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처음 받은 이후로 siRNA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외 기업수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비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현재 바이오기업이 개발 중인 올리고 기반의 RNA 치료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은 지난해 1504개로 전년대비 27.5% 늘어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RNA 치료제 중 siRNA 치료제는 전달체 기술발전 등으로 개발속도가 유독 빠른 편"이라며 "siRNA 치료제는 만성질환에 있어 매일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의 불편함과 이로 인한 신장 등 장기손상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라고 했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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