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성병 이름 같다"던 아르헨티나 부통령, 이번엔 '인종차별 노래' 옹호

강필주 2024. 7. 1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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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강필주 기자] 아르헨티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이어 부통령까지 인종차별 노래를 부른 자국 축구대표팀을 옹호해 전 세계 축구 팬들을 경악하게 만들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18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부통령 빅토리아 비야루엘이 자신의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어떤 식민주의 국가도 축구 노래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술을 말한다고 해서 우리를 협박하지 않을것"이라면서 "위선자들, 분노하는 척하지 말라. 엔소, 난 당신이 편이다"라고 썼다고 전했다. 

비야루엘 부통령은 "아르헨티나는 주권 국가이자 자유 국가다. 우리는 식민지나 2등 시민을 가진 적이 없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우리의 삶의 방식을 강요한 적이 없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그렇게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엔조, 나는 당신을 응원한다. (리오넬) 메시, 모든 것에 감사한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항상 고개를 높이 들어라"고 강조했다.

이는 엔소 페르난데스(23, 첼시)가 지난 16일 자신의 SNS 라이브를 켰다가 논란이 된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인종차별 노래에 관한 것이다. 코파 아메리카 2024에서 콜롬비아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우승을 자축하기 위해 부른 노래 가사지만 "엄마는 나이지리아, 아빠는 카메룬 사람", "음바페는 트렌스젠더와 하는 걸 좋아해" 등 아프리카계 프랑스 선수들을 조롱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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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는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꺾고 우승했을 때 아르헨티나 팬들이 부르면서 알려진 노래다. 당시 팬들은 아프리카계 출신으로 구성된 프랑스 선수단을 조롱하기 위해 이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하지만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당시 방송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페르난데스의 소속팀 첼시는 물론 첼시 소속 프랑스계 선수들은 충격에 빠졌다. 첼시 1군에는 악셀 디사시, 브누아 바디아실, 레슬리 우고추쿠, 크리스토퍼 은쿤쿠, 말로 귀스토, 웨슬리 포파나 6명의 프랑스 국적 선수가 있다. 포파나는 자신의 SNS에 논란이 된 영상을 공유하며 '2024년의 축구. 거리낌이 없는 인종차별'이라고 분노했다. 디다시와 귀스토는 바로 페르난데스와 SNS 친구 계정을 끊어버렸다. 

첼시 구단은 성명을 통해 페르난데스에 대해 "차별적인 행동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자체 징계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알렸다. 프랑스축구협회(FFF)는 필립 디알로 회장이 직접 나서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국제축구연맹(FIFA)에 직접 이의를 제기하고 법적 제소에 나설 것임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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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페르난데스는 17일 SNS에 "내 SNS 채널에 올린 영상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이 노래에는 매우 모욕적인 표현이 포함돼 있으며 이러한 단어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전혀 없다"면서 "나는 모든 형태의 차별에 반대하며, 코파 아메리카 축제의 도취감에 사로잡힌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그 영상, 그 순간, 그 단어는 나의 신념이나 성격을 반영하지 않았다.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훌리오 가로 아르헨티나 체육부 차관은 메시와 클라우디오 타피아 아르헨티나축구협회 회장이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가로 차관은 아르헨티나의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대표팀 주장도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협회 회장도 마찬가지"라면서 "나는 그것이 맞다고 본다. 이 사건으로 인해 우리는 수많은 영광을 누렸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나쁜 위치에 놓이게 됐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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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뜻밖에도 반전이 일어났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이 18일 공식 SNS를 통해 "어떤 정부도 세계 챔피언이자, 두 번의 코파 아메리카를 차지한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게, 또 그 어떤 시민에게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시할 수 없음을 알린다"면서 "따라서 훌리오 가로는 더 이상 체육부 차관이 아니다"라고 발표한 것이다. 사실상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었다. 

FIFA 대변인은 성명에서 "FIFA는 SNS에 유포된 동영상을 인지하고 있으며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FIFA는 선수, 팬, 관계자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 이번 사안을 중대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페르난데스는 물론 아르헨티나 대표팀 모두에게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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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아르헨티나 부통령까지 나서면서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 인종차별 노래를 앞장 서서 부른 엔소 페르난데스와 자국 대표팀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세계적인 비판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페르난데스도 난처하게 됐다. 첼시와 FIFA가 징계를 시사하면서 다음 시즌 출발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비야루엘은 아르헨티나 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쓴 혐오글 때문에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지난 2020년 자신의 SNS에 방탄소년단(BTS) 관련 답글을 달면서 "BTS는 성병 이름 같다"고 썼다. 또 이후에도 "나는 분홍색 머리를 한 한국인을 싫어한다"라는 내용의 글을 써 전 세계 BTS 팬덤의 심기를 건드린 바 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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