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은 파는데… 서학개미 해외 주식은 사상 최고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상반기 미국 주식시장이 인공지능(AI) 등 기술주를 중심으로 급등하면서 ‘서학개미’(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보관하고 있는 외화증권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 증시에서는 개인투자자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18일 발표한 상반기 국내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1273억3000만달러(약 175조7000억원)로 지난해 말보다 22.2% 증가한 사상 최대치다.
외화증권 중엔 주식이 3분의 2 정도 차지했다. 상반기 외화주식 보관금액은 작년 말 대비 23.1% 증가한 946억4000만달러(약 130조6000억원)에 달했다. 외화채권은 326억9000만달러(약 45조1000억원)로 19.6%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이 전체 외화증권 보관금액의 73.6%를 차지했다. 더불어 유로, 일본, 홍콩, 중국까지 상위 5개 시장이 전체의 98.3%를 차지했다.
특히 외화주식은 전체의 90%를 넘은 미국을 중심으로 급증했다. 국내투자자의 상반기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858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26.2% 늘어났다. 전체 외화주식 대비 비중은 작년 말 88.5%에서 올해 상반기 90.7%로 상승했다. 이는 상반기 미국 증시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면서 개인투자자 등이 몰린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나스닥은 18.13%, S&P500은 14.48% 각각 올랐다. 같은 기간 중국(-0.25%), 홍콩(3.94%), 유로존(8.24%)을 모두 따돌렸는데, 코스피 상승률은 5.37%에 그쳤다.
상반기 외화주식 보관금액 1위 종목은 AI 칩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130억9800만달러)가 차지했다. 2위 테슬라(118억7300만달러), 3위 애플(47억1000만달러), 4위 마이크로소프트(MS·38억7800만달러) 등 상위 10개 종목 모두 미국이 차지했다.
실제로 상반기 미 증시는 AI 산업 발전에 힘입어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 7곳인 ‘매그니피센트 7’(M7)이 주도하는 장세였는데, ‘서학개미’도 집중 투자한 셈이다.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MS와 더불어 M7으로 불리는 아마존과 알파벳(구글 모회사)도 상위 10개 종목에 포함됐다.
상반기 외화증권 결제금액도 증가했다. 2552억8000만달러(약 352조6000억원)로 작년 말 대비 31.6% 늘었다. 특히 외화주식은 2058억4000만달러로 40.4% 증가했다. 외화채권(494억4000만달러)은 4.3% 늘었다. 외화주식 결제금액 상위 10개 종목을 살펴봐도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상장지수펀드(ETF)’, 엔비디아, 테슬라 순으로, 역시 미국이 독차지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상반기 국내에선 매도 우위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반기 코스피 시장에서 4조515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22조7980억원을 순매수한 외국인투자자들과 대비된다. 이달로 한정하더라도 개인투자자들은 2조8310억원을 순매도했으며, 외국인투자자들은 2조5520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의 박스권 장세에 단기투자를 통해 차익 실현을 한 뒤 이른바 ‘미장’(미국 시장)으로 자금을 옮겨가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20.59포인트(0.72%) 떨어진 2824.06에 장을 마쳤다. 전날 미국 뉴욕 증시에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반도체의 수출 제한을 검토한다는 소식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만을 압박한 발언을 내놓은 여파로 반도체, AI 관련 종목이 폭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77% 떨어졌는데, 이날 우리 증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주에 힘입어 한전기술(7.05%), 한전KPS(3.46%), 대우건설(1.67%) 등 원전 관련주는 상승 마감했다.
우리나라의 1인당 가계 순자산 규모가 처음으로 일본을 제쳤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3만6194달러)도 일본(3만5793달러)을 처음 추월한 바 있다. 다만 한국과 달리 일본은 아직 통계 기준연도를 개편하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내년쯤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23 국민대차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인당 가계 순자산은 2억4427만원으로 2022년 말(2억4039만원) 대비 1.6% 늘었다. 시장 환율(2023년 중 1달러당 1306원)로 환산한 1인당 가계 순자산은 18만7000달러다. 작년 말 현재 미국은 46만5000달러, 영국은 21만3100달러다. 2023년 자료가 발표되지 않은 일본과 2022년 기준으로 비교하면 한국은 18만6100달러로 일본(18만2600달러)을 처음 추월했다. 가구당 순자산도 2022년 말 한국이 44만5700달러로 일본(42만1000달러)을 제쳤다. 다만 한국은 2020년 기준으로 통계를 변경하면서 주택자산 평가방법 개선 등에 힘입어 자산 평가액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일본은 내년에 기준연도를 개편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모든 경제주체의 비금융자산(부동산 등)과 금융순자산을 더한 국민순자산은 지난해 2경3039조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2021년(15.9%)과 2022년(3.1%)에 비해 증가율은 둔화됐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순자산 배율(9.6배)도 전년(9.7배) 대비 소폭 하락했다.
김민수 한은 국민B/S팀장은 국민순자산 증가세 둔화에 대해 “비금융자산 가운데 토지 자산이 38조원 감소한 데다, 순금융자산의 증가 폭도 1년 사이 202조원에서 30조원으로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교통부가 이날 발표한 ‘2023년 토지소유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주민등록인구 5133만명 중 37%인 1903만명이 토지를 소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보다 1.3%(26만명) 늘었다.
직장 폐업이나 정리해고, 사업 부진 등을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비자발적 실업자’가 5개월 연속 늘어나고, 증가 폭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입법조사처와 통계청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비자발적 실업자는 123만7000명으로 1년 새 16.9%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비자발적 실업자는 지난 1월 2.3% 감소 후 2월 4.3% 증가로 돌아선 뒤 3월 5.9%, 4월 6.9%, 5월 14.7% 등 증가 폭이 확대됐다.
연령별로 보면 6월 들어 50대의 비자발적 실업자 증가 폭이 27.1%로 가장 높았고, 40대(20.7%)가 뒤를 이었다. 청년층(15∼29세)은 17.8% 늘었다.
이전 직장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43.4%), 건설업(34.1%), 정보통신업(42.3%), 내수 경기 영향을 받는 도·소매업(33.7%)과 숙박·음식점업(24.4%)에서 증가했다. 지난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 여파로 전문 과학·기술서비스업에서도 21.7% 늘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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