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태극전사가 간다 ⑲ 복싱 오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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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0㎏급에 출전하는 오연지(33·울산광역시체육회)는 이제 '한국 여자 복싱 간판'이 아니라 '한국 복싱 간판' 선수다.
오연지는 처음 오른 올림픽 무대인 2020 도쿄 대회에서는 허무하게 1회전에서 탈락했지만, 이번 파리 대회에서는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한다.
오연지는 선수촌에 에어컨이 없는 파리 올림픽을 대비해 한국에서부터 에어컨을 끄고 생활할 정도로 진지하게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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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때보다 더 준비한 대회…후회 없이 경기하는 게 목표"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0㎏급에 출전하는 오연지(33·울산광역시체육회)는 이제 '한국 여자 복싱 간판'이 아니라 '한국 복싱 간판' 선수다.
2011년 전국체전에 여자 복싱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11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섰다.
실력이나, 이제까지의 발자취 모두 한국 복싱 선수 가운데 오연지를 앞서는 이는 없다.
오연지는 처음 오른 올림픽 무대인 2020 도쿄 대회에서는 허무하게 1회전에서 탈락했지만, 이번 파리 대회에서는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한다.
지난 12일 출국해 파리에서 현지 적응 훈련에 한창인 오연지는 출국 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이 두 번째 올림픽이라 도쿄 때보다는 부담감이 덜하다. 자신감도 생겼다. 지금이 더 준비됐다는 생각이 든다. 메달보다는 후회 없는 경기 하고 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오연지의 '파리 가는 길'은 험난했다.
오연지는 파리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던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원은경(북한)에게 판정패해 16강에서 짐을 쌌고, 올해 3월 이탈리아 부스토아르시치오에서 열린 1차 세계 예선에서는 첼시 하이넨(네덜란드)에게 패해 눈앞에서 티켓을 놓쳤다.
결국 오연지는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2차 세계 예선을 통해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얻었다.
오연지는 "태국 예선을 앞두고는 사실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이 어쩌면 오지 않았을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실력을 마음껏 펼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태국 대회를 통해 오연지는 자신감과 함께 기술적인 완성도까지 더했다.
김호상 한국 복싱 대표팀 감독은 "오연지는 복싱 선수로 적지 않은 나이인데도 태국 대회에서 3라운드 마지막까지 스텝을 멈추지 않는 것에 다들 놀랐다. 스텝을 계속 밟으니까 맞붙은 선수가 타이밍을 못 맞추고 체력도 못 따라가서 상대가 안 되더라"고 말했다.
오연지는 "태국 대회 때 감각이 좋았다. 그때 감각을 기억하며 파리에서는 경기하겠다. 여유 있게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해보자는 마음"이라고 했다.
오연지의 어깨에는 '한국 복싱 부활'이라는 무거운 짐까지 있다.
한국 복싱은 2012 런던 올림픽 라이트급 은메달을 딴 한순철 현 대표팀 코치 이후 올림픽 시상대에 못 올라갔다.
복싱계는 오연지가 한국 복싱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길 기대한다.
그러나 오연지는 "그런 기대감은 신경 안 쓰려고 한다. 한국 복싱 부활에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욕심을 비우고자 한다"고 했다.
이처럼 마음을 비우고 자기 경기에만 집중하고자 하는 오연지는 지난해 항저우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원은경과 재대결을 희망한다.
오연지는 "그때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지금 더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때 아쉬움을 만회하고 싶다. 이번에 다시 경기하면 자신 있다"고 말했다.
김호상 감독은 "오연지가 만약 파리에서 북한 선수와 붙는다면 무조건 승리할 것"이라면서 "오연지는 스트레이트가 강점이다. 스트레이트를 치면서 밀고 들어가야 한다. 워낙 힘이 좋아서 (스파링도) 남자 선수나 여자 75㎏ 이상급 중량급 선수와 붙었다"고 했다.
오연지는 선수촌에 에어컨이 없는 파리 올림픽을 대비해 한국에서부터 에어컨을 끄고 생활할 정도로 진지하게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그는 "대회를 마친 뒤가 기대된다. 내가 어떻게 경기를 풀어갔고, 어떤 결과를 얻었을지가 궁금하다. 울고 싶지는 않지만, 만약 눈물을 흘리더라도 이겨서 후련한 기쁨의 눈물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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