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결핍에 혈액 검사도 할 수 없더라…" 방치된 아이들

고동명 기자 2024. 7.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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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귀에 곰팡이가 앉아 청력이 손실됐는데, 이런 것도 확인 안 해주는."

제주에서 보고된 아동 재학대 사례 가운데 신체적 학대뿐만 아니라 정서학대, 방임 등 사례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의 '제주지역 가정 내 아동학대 재발 방지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23년 2년간 보고된 도내 아동 재학대 사례는 201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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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성가족연구원 "아동 재학대 증가 추세"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정서학대·방임도 심각"
ⓒ News1 DB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아이들 귀에 곰팡이가 앉아 청력이 손실됐는데, 이런 것도 확인 안 해주는…."

제주에서 보고된 아동 재학대 사례 가운데 신체적 학대뿐만 아니라 정서학대, 방임 등 사례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의 '제주지역 가정 내 아동학대 재발 방지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23년 2년간 보고된 도내 아동 재학대 사례는 201건이다. 유형별로는 신체적 학대 외에 정서 학대가 49건, 방임이 37건이었다.

'아동 재학대'란 최근 5년간 신고 접수된 사례 중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가 다시 같은 기간에 아동학대로 판단된 것을 의미한다.

재학대 사례 비율은 2019년 12.1%, 2020년 10.4%에서 2021년 11.8%, 2022년 14.6%로 높아지는 추세다.

이와 관련 연구원이 전문가 25명을 심층 면접을 진행한 결과, 전문가 다수는 해당 아동들이 적절한 양육·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데다, 부적절하고 오염된 환경 등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A 씨는 "검사를 해야 해 피를 뽑아야 하는데, 어린아이인데도 혈액이 모자라 피가 안 나왔다. 영양결핍이 심각했던 것"이란 사례를 소개했다.

B 씨는 "음주 문제 등으로 아이들을 방임한 집에 가보면 집안도 더럽고, 술병도 많고, 벌레 같은 것도 많고 초등학생들이 청결하지 못한 환경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동 학대가 꼭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집안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었다. 아이의 좋은 성적을 위한 부모의 학습 강요가 학대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았다.

C 씨는 "상류층·중상류층에서도 아동 학대로 판단되는 경우가 있다"며 "부모들이 '내가 자식에게 이만큼 투자했으니 성과가 나와야 한다'며 학대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부모를 비롯한 가해자들은 자신의 행위가 '1회성'이며 그 피해가 경미해 스스로를 아동학대 가해자라고 인식하지 못해 재학대가 발생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아동학대 신고 이후 가해자 상담과 예방 교육을 거부하거나 형식적으로 응해 관련 인식 변화가 적고 재학대도 개선되지 않는 특징이 나타났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가정 내 아동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부모와 아동 대상 인식개선 강화 △아동 재학대 피해 아동 보호의 사각지대 개선 △ 사후관리 강화를 위한 상담원 근로조건 개선 △ 제도개선 등을 제안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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