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칼럼] 건설산업 투명화의 주체로 성장한 건설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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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나라의 학자 겸 재상이자 오나라를 점령한 사령관으로 유명한 두예는 자신의 명성을 후세에 전하고 싶어 했다고 한다.
그 따듯한 기억은 지금까지도 건설근로자들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간의 건설근로자들이 자신의 근로내역의 기록과 퇴직공제금 적립 등을 건설사 직원들의 수기 신고에 의존해왔다면, 전자카드제를 통해서 '스스로의 근로내역을 관리하는 주체'이자 '건설 산업 투명화를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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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나라의 학자 겸 재상이자 오나라를 점령한 사령관으로 유명한 두예는 자신의 명성을 후세에 전하고 싶어 했다고 한다. 그래서 "높은 언덕이 골짜기가 되고 깊은 골짜기가 구릉이 될 수도 있다"면서 자신의 공적을 새긴 비석 두 개를 만든 뒤 하나는 산의 아래에 두고 하나는 산의 위에 세웠다. 우리가 커다란 변화를 실감할 때 이야기하는 성어 능곡지변(陵谷之變) 유래다.
올해 건설근로자 전자카드제가 전면 확대된 건설현장을 나가보면 두예의 말과 같이 높은 언덕이 깊은 골짜기가 되고, 깊은 골짜기는 언덕이 되었음을 피부로 느낀다.
건설근로자 전자카드제는 일용·임시직 건설근로자를 위한 퇴직공제제도에서 출발한다. 근로자들이 일한 일수만큼 별정의 금액을 적립해 퇴직 시 지급하는 제도로, 한 현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대부분의 건설근로자들에게 일종의 퇴직금을 지급하고자 도입되었다.
제도 도입 전 건설현장은 이른바 '노가다'라는 암울한 분위기에 눌려 있었다. 국어사전상 노가다는 '행동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막일꾼' 등으로 풀이되는데, 부정적 어감에도 불구하고 건설근로자들이 이 호칭을 사용했던 이유는 사회적 보장으로부터 외면 받는 처지에 대한 푸념이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노가다라는 말에는 그 뉘앙스의 잔재가 남아 있으나 많이 희석되었고 건설근로자에 대한 이미지는 점차 개선되는 중이다. 건설근로자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정부에 대한 그들의 불신을 털어내게 된 주요 계기 중 하나가 바로 1998년 도입된 퇴직공제제도였다.
건설근로자들은 본인 이름이 적힌 복지수첩을 소중히 들고 다니며 하루하루 일할 때마다 퇴직공제금의 증지를 붙였고, 은퇴할 때 그 만큼의 퇴직금을 받게 됐다. 처음으로 본인이 어디에서 얼만큼 일했는지를 기록하고 증명할 수 있게 된 순간이다. 당시 건설근로자들과 이야기했던 것을 회고해 보면 '퇴직 후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기대감', '경력과 신분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 '국가로부터 인정받는 사회 구성원이 되었다는 자긍심' 등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따듯한 기억은 지금까지도 건설근로자들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로부터 약 25년이 지난 지금, 그간 정부·건설사·건설근로자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퇴직공제제도는 전산화·체계화됐고 올해는 '전자카드제'라는 놀라운 변화가 일고 있다. 이는 건설근로자들이 현장에 설치된 단말기에 전자카드를 태그해 자신의 근로내역을 직접 기록하는 제도로, 인력관리 투명화를 위해 도입·시행됐다.
그간의 건설근로자들이 자신의 근로내역의 기록과 퇴직공제금 적립 등을 건설사 직원들의 수기 신고에 의존해왔다면, 전자카드제를 통해서 '스스로의 근로내역을 관리하는 주체'이자 '건설 산업 투명화를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전자카드제와 건설근로자들이 만들어가는 변화는 앞으로가 시작이다. 근로내역과 임금지급체계를 연결해 체불을 예방할 수 있고, 예기치 못한 사고 발생 시에는 실시간 현장 인원을 파악하여 구호 조치에 활용할 수도 있다.
그 변화의 물결 위에서 건설근로자들의 권익은 향상되고, 꾸준한 인력의 진입과 성장이 활성화 되며, 건실한 시공여건이 조성되어가는 건설 산업의 지속가능한 능곡지변을 기대해본다. 김정환 건설근로자공제회 대전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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