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광장] 정치란 무엇인가?

박명규 기자 2024. 7.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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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규 서울취재본부장

대한민국 국회에서 정치(政治)가 실종된지 오래됐다. 여야간에 극한 갈등을 빚으면, 자당의 이익만을 위해 반대당을 비난하면서, 국민을 위해서라고 변명을 한다.

여야간의 이념대결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여야간, 정당간 논쟁은 어느정도까지는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들간의 진흙탕 싸움은 여야간 정쟁과는 또 다른 피로감과 실망감을 주고 있다.

집권 여당의 당 대표가 돼서 국정을 이끄는 정치력을 발휘하겠다는 후보자들에게 정치란 무엇일까?

정치란게 있는지 의심마저 들고 있다. 만세의 사표(萬世師表)인 공자는 정치에 대해 어떻게 말했을까?

공자가 정치와 관련돼 말한 부분이 여럿있지만, 직접 정치에 대해 언급한 총론이라고 할 수 있는 위정(爲政)편에 이런 내용이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덕(德)으로 정치를 하는 것은 비유컨대 북극성은 제자리에 있고 뭇별들이 그것을 둘러싸고 도는 것과 같다"

공자에게 정치는 덕치(德治), 즉 예치(禮治)를 의미한다. 법치는 법령을 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형벌을 내리는 정치이지만, 예의범절을 정하고 이를 위반할 때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정치다.

공자가 예치가 법치보다 좋은 이유에 대해 "백성을 정령으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면 형벌을 면하려고만 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백성을 덕으로 이끌고 예로 다스리면 부끄러워할 줄도 알고 잘못도 바로 잡게된다"고 했다.

공자는 정치의 기본 덕목으로 덕과 예로 지목했다. 덕과 예로 백성을 다스리면, 백성들이 군주를 따르고 존중한다는 의미다.

즉 군주, 지도자의 리더십은 덕과 예에서 출발한다고 해석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공자의 정치사상이 현대사회의 정치와 맞지는 않지만, 근본이나 정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집권 여당의 당대표, 정치 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리더십이다.

우리 정치인들에게 공자가 말한 덕과 예는 없다. 비난과 폄하만 난무하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95년 베이징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한국정치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다.

이 희장은 "우리나라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했다.

지금의 한국 정치는 이 회장이 4류로 분류한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4류에 속하는 것 같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을 지켜보면 우리 정치가 여전히 4류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는 현실과 원인을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 참패 후 7·23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해 전열을 재정비하려 한다.

당원들과 국민들은 국민의힘의 비전과 전략, 그리고 윤석열 정부 3년 임기의 성공을 위한 정책을 기대했다.

그러나 당권 후보들은 처음부터 그런 비전과 전략은 없었던 것 같다.

전당대회가 시작하자마자, 한동훈 후보가 총선기간 김건희 여사로부터 '대국민 사과' 의향을 묻는 메시지를 받고도 무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후보간 난타전이 시작됐다.

진실공방으로 번지면서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세명의 후보는 '윤한(윤 대통령·한 후보) 갈등' 리스크를 재부각시키며 1위를 달리는 한 후보를 정조준했다.

김여사 문자 논란에 이어 '채상병 특검' 수요 여부를 놓고 방송토론회에서 공방을 벌이더니, 한 후보의 이른바 여론 조성팀·댓글팀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경쟁자들은 일제히 '한동훈 특검'과 '댓글(여론조성팀) 의혹'을 앞세워 "한 후보가 사법 처리될 수 있다"고 공세를 퍼부고 있다.

급기야 한 후보가 과거 법무부 장관 시절 나경원 후보가 자신에게 사건을 청탁했다고 폭로했다.

한 후보는 방송토론회에서 나 후보를 향해 자신에게 "나 후보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해달라고 부탁하신 적 있지 않냐"며 자신은 "거기에 대해서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지지자들간의 충돌도 벌어져다. 지난 1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한 후보의 연설 도중, 한 후보와 원 후보 지지자간에 욕설을 하고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다음주 23일이면 국민의힘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선출된다.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지도부가 깊게 파인 당원들의 상처를 아물게하고, 사분오열된 보수층을 결집시킬 수 있을까?

우리 정치가 4류가 아닌, 3류라도 평가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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