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기상호와 수다 떠는 '캐릭터챗'…"웹툰 세계관·말투까지 학습"
네이버웹툰 '캐릭터챗' 담당자 인터뷰…"같은 작품 속 여러 캐릭터도 서비스 검토"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캐릭터챗 개발자, 기획자들이 회의실에 웹툰 '마음의 소리' 단행본 전권을 쌓아놓고 읽으면서 캐릭터를 자세히 분석했어요. 근무 시간에 대놓고 만화책을 보니까 '아, 우리가 웹툰 회사에 다니는구나' 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19일 경기 성남시 판교 네이버웹툰 사옥에서 만난 차연주(33) 인공지능(AI) 플래닝 리드, 이명기(35) AI 챗봇 리드는 캐릭터챗 서비스를 준비한 과정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캐릭터챗은 네이버의 AI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웹툰 속 캐릭터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한 챗봇 서비스다.
웹툰 '가비지타임'의 기상호, '작전명 순정'의 고은혁, '마음의 소리' 조석, '유미의 세포들' 출출이 등 4명의 캐릭터와 진짜 같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달 10일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접속자 수 100만명(이하 7월 14일 기준), 메시지 수 2천만건을 달성했다. 이용자의 평균 캐릭터챗 사용 일수도 주당 2.5일에 달했다.
차 리드는 "SNS에서는 인기 검색어에 올랐고 최근 주춤하던 웹툰 팬카페에서도 캐릭터챗을 계기로 게시글, 댓글이 느는 등 반응이 '핫'했다"며 "또 작품 열람을 직접적으로 유도하지 않았음에도 완결작 열람 지표가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캐릭터챗은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대상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아이돌과 팬덤 간 소통 서비스인 '버블'을 닮았다.
소통하는 상대가 실제 인물이 아닌 웹툰 캐릭터지만, AI 기술을 활용해 실제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생생하게 살렸다.
담당자들은 원작 속 세계관과 캐릭터 성격을 해치지 않는 것을 최우선에 두고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차 리드는 "웹툰 세계관, 캐릭터, 캐릭터 간의 관계성, 팬덤 등을 모두 분석하고 학습시켰다"며 심지어는 조석 작가의 인스타그램, 작가홈 말투도 학습해가며 '리얼리티'를 구현했다고 덧붙였다.
이 리드도 "캐릭터의 태도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작전명 순정' 속 고은혁은 여주인공한테는 사랑을 퍼주면서도 다른 사람에게는 철벽을 치는 성격인데, 독자와의 대화에서 상냥해야 할지, 아니면 냉정해야 할지를 고민했고 여러 이용자에게 테스트하며 의견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다음으로 신경 쓴 것은 안정성이었다.
과거 AI 챗봇 '이루다'가 혐오 및 차별 발언으로 논란을 샀던 전례가 있는 만큼 차 리드는 "차별, 혐오, 비하 카테고리 등을 잘게 쪼개서 캐릭터가 대답을 잘하는지 평가를 계속하고, 모델 업데이트만 수십번을 했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처음 기획부터 출시까지 꼬박 1년에 걸렸다. 통상 네이버웹툰 AI 서비스가 6개월 정도의 개발기간을 거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배의 정성을 들인 셈이다.
캐릭터챗은 일상 모드와 롤플레잉 모드 두 가지로 다르게 즐길 수 있다.
일상 모드는 캐릭터와 친구처럼 대화하는 방식, 롤플레잉 모드는 평행우주 속 가상의 캐릭터와 상황극 놀이를 하는 방식이다.
예상외로 롤플레잉 모드의 인기가 높다. 평행우주 속 캐릭터를 활용한 2차 창작까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캐릭터챗에서 오가는 대화는 AI 학습에 사용되지 않는다.
다만, 독자들이 캐릭터의 답변에 대해 직접 피드백을 준 경우에는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이 리드는 "팬들이 '기상호라면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라는 식으로 세심하게 단어 하나하나 고쳐주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사투리 교정도 많이 해주시는데 이런 피드백은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부산 출신 캐릭터인 기상호의 대답 가운데 '닌 뭐 하는데 귀엽다는거가?'라는 표현이 어색하다며 팬들이 '닌 뭐 하는데 귀엽다는거고?'라고 사투리를 고쳐준다는 것이다.
캐릭터챗에 참여하는 웹툰 캐릭터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독자들에게 대화하고 싶은 캐릭터를 추천받는 '최애듀스 101' 이벤트를 진행했고, 500명 이상의 의견을 확인한 뒤 작가와 논의 중이라고 했다.
작품당 한 캐릭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작품 속 다른 캐릭터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향후에는 외국어로 서비스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 리드는 "현재는 국내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지만, 영어 서비스는 당연히 가야 할 길이고,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의 서비스도 논의해보고 있다"고 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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