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교책사, 한미 방위비 협상에 “미국의 안보 지원 받는 나라들 부담 공유해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외교 책사’로 불리는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한국 등 동맹국의 방위 분담을 요구하는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북한 등 적성국과도 정상 외교를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점도 시사했다.
그는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주최 언론브리핑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주한미군 규모나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 관련 협상에 변화가 있을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미국의) 안보 지원으로부터 혜택을 공유받는 나라들이 제 역할을 하고 부담을 나눠져야 한다는 점을 트럼프가 1기 때 많이 말했다”며 “그 생각은 전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넬 전 대사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한 점을 예로 들며 “누가 그 나라 정상인지는 트럼프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는 미국을 위해 관여하고 투쟁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김정은의 경우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할 수 있었지만, 트럼프는 ‘내가 그와 대화하고, 그와 관여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며 “김정은을 승인해서가 아니라 김정은이 이웃 국가들과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핵 위협과 중·러의 핵 위협 고조 대응을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핵태세 조정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는 “1기 때 했던 것에서 더 언급하지 않겠다. 변하지 않을 것이다”고 답했다. 2018년 미 국방부의 핵태세검토는보고서는 “미국과 동맹에 대한 북한의 어떤 공격도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독일대사, 국가정보국장(DNI) 대행 등을 지낸 그레넬 전 대사는 트럼프 2기 출범 시 국무장관이나 국가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보사령탑 기용이 예상되는 핵심 인사다. 그는 전날 전당대회 연설에서 “워싱턴은 미국의 수도가 아니라 세계의 수도가 됐다”면서 “이제는 미국을 우선해야 할 때”라며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을 설파했다.
그레넬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등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해선 “트럼프의 말은 나토 동맹 모든 회원국이 공정한 몫(fair share)을 내야 한다는 것”이라며 나토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 국방비 지출’ 약속을 지킬 것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어떤 클럽(회원제 모임)도 자기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는 회원이 될 수 없고, 그 시설을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이날 오전 외신 대상 기자회견에서도 나토 회원국의 ‘GDP 대비 2% 이상 국방비 지출’ 이행을 강조하며 “미국 중서부 주민들은 돈을 내지 않고 이익을 누리는 나라에 대해 매우 분노한다”며 “미국인들이 계속 돈을 지불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유럽 국가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밀워키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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