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8-8→12-8’ 믿을 수 없는 대역전극→22G 16승 비상, 한때 꼴찌였지만 이제 5위가 코앞이다
[OSEN=이후광 기자] 무려 8점을 줬지만, 12점을 내서 이겼다. 그리고 12점이 모두 8회초 이후에 나왔다. 믿을 수 없는 뒷심을 발휘한 KT가 이제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도약을 정조준한다.
프로야구 KT 위즈는 지난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10차전에서 12-8 대역전승을 거뒀다.
KT는 믿었던 토종 에이스 고영표가 2회까지 대거 5실점하며 초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겼다. 1회말 무사 1, 3루에서 송성문, 김혜성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은 뒤 원성준을 밀어내기 볼넷으로 내보냈고, 2회말 무사 1, 2루에서 다시 송성문 상대 1타점 적시타, 김혜성을 만나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연달아 허용했다.
타선은 키움 마운드를 상대로 7회초까지 무득점으로 꽁꽁 묶였다. 2회초와 3회초 무사 1루, 7회초 무사 2루 찬스에서 모두 후속타가 불발됐다. 선발 하영민(6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이어 올라온 양지율(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상대로 고전에 고전을 거듭했다. 여기에 투수 이상동이 7회말 2사 1, 2루에서 김건희 상대 좌월 스리런포를 허용하며 0-8까지 스코어가 벌어졌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KT는 돌연 마법을 부리기 시작했다. 8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김민혁이 볼넷을 골라낸 뒤 멜 로하스 주니어가 추격의 1타점 2루타를 날렸다. 이어 권동진이 스트레이트 볼넷, 오재일이 사구로 만루를 채운 가운데 강현우가 밀어내기 볼넷, 배정대가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3-8을 만들었다.
KT는 9회초 1사 후 대타 문상철이 볼넷, 강백호, 권동진이 연속 안타로 다시 만루 밥상을 차렸다. 오재일이 3구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웃 1개면 패하는 벼랑 끝에 몰렸지만, 강현우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낸 뒤 배정대가 키움 김성민 상대로 짜릿한 좌중월 동점 그랜드슬램을 터트렸다. 0-8로 뒤지던 경기를 8-8 원점으로 돌린 순간이었다.
9회말 1사 1, 2루 위기를 극복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간 KT. 10회초에도 KT 화력은 사그라질 줄 몰랐다. 선두타자 심우준이 번트에 이은 3루수 송구 실책으로 2루에 도달한 뒤 김민혁이 중견수 뜬공으로 심우준의 3루 진루를 도왔다. 이어 박병호를 삼성 라이온즈로 밀어낸 우타 거포 문상철이 김동욱 상대 극적인 좌월 역전 투런포를 때려냈다. 결승타를 신고한 순간이었다.
KT는 이에 그치지 않고 강백호의 볼넷, 권동진의 안타, 다시 오재일의 볼넷으로 만루 기회를 만든 뒤 강현우의 밀어내기 볼넷, 배정대의 희생플라이를 묶어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KT 마무리 박영현은 10회말 1사 후 송성문, 고영우 상대 연속 안타를 맞으며 1, 2루 위기에 처했지만, 최주환을 1루수 인필드플라이, 원성준을 루킹 삼진으로 잡고 대역전극에 마침표를 찍었다.
엄청난 마법을 선보인 KT는 최근 5연승, 키움전 9연승, 고척스카이돔 5연승을 질주하며 시즌 44승 2무 46패를 기록했다. 5위 NC 다이노스에 1.5경기 차 뒤진 7위다.
시즌에 앞서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와 함께 우승후보로 꼽힌 KT는 선발진의 줄부상 속 4월 중순 순위가 최하위로 떨어지는 굴욕을 맛봤다. 이후 부상자들이 하나둘씩 복귀했지만, KBO리그에 1위부터 10위까지 역대급 순위싸움이 펼쳐지면서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지난 6월 30일 기준 KT의 순위는 10구단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9위였다.
KT는 지난달 18일~20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 위닝시리즈를 전환점으로 삼았다. 이후 LG, SSG, 삼성, 한화를 상대로 5연속 위닝시리즈로 비상했고, 두산전 1승 1패, 롯데전 2승을 거쳐 키움 상대로 시리즈 스윕을 해냈다. 지난 4월 23일부터 25일 수원 한화전 이후 약 세 달 만에 3연전을 독식한 순간이었다.
6월 18일부터 전날까지 기간을 한정하면 KT가 KBO리그의 최강팀이다. 이 기간 22경기 16승 1무 5패를 거두며 유일한 7할대 승률(.762)을 기록했다. 선두를 질주 중인 KIA(13승 1무 7패)보다 훨씬 높은 승률이다. KT는 그 결과 시즌이 52경기나 남은 상황에서 5위를 1.5경기 차이로 턱밑 추격하는 반전을 이뤄냈다. KT는 지난해에도 꼴찌에서 2위까지 오르는 마법의 여정을 보냈는데 올해도 그럴 조짐이 보이고 있다.
KT는 19일부터 홈에서 5위 NC를 상대로 중위권 순위싸움의 판도를 좌우할 운명의 3연전을 치른다. 첫날 엄상백(KT)과 카일 하트(NC)의 선발 맞대결이 예고된 가운데 KT가 5연승 기세를 이어 5강권 진입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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