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善’ 안티고네, 2천 년 지나 현대극으로 한국관객 만났다

박성훈 기자 2024. 7. 19.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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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죽은 오빠를 그렇게 내버려둘 수 없어요!" "안돼! 그러면 너는 벌을 받게 될 거야." 눈까지 덮은 붕대를 터번처럼 머리에 두른 두 여성이 무대에 섰다.

하지만 그녀의 두 오빠인 폴뤼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가 왕위를 놓고 싸우는 중이었고, 안티고네는 이 둘을 화해시키려고 하지만 그 둘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서로를 죽이게 된다.

당장은 상연을 기약하기 어려운 한국·그리스 합동공연 '안티고네', 다시 무대에 오를 날을 앙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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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경기 용인시에서 상연된 한국·그리스 합동공연 ‘안티고네’ 홍보물 시안. 용인시청 제공

용인=박성훈 기자

"저는 죽은 오빠를 그렇게 내버려둘 수 없어요!" "안돼! 그러면 너는 벌을 받게 될 거야." 눈까지 덮은 붕대를 터번처럼 머리에 두른 두 여성이 무대에 섰다. 앞이 보이지 않아 무대를 휘젓는 각 여성 옆에는 건장한 남성 4명씩 서 있었다. 여성들이 말을 하면 이들의 말을 받아 되풀이하고, 때로 두 여성을 온몸으로 제압하고, 못 움직이도록 안아 들기까지 했다. 두 여성의 갈등, 이들의 심리를 둘러싼 속박….

지난 15일 경기 용인시 평생교육원 큰어울마당에서 열린 연극 ‘안티고네’의 첫 장면이다. ‘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 용인’의 경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초연작이다. 소포클레스(기원전 495∼406)의 비극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가 2000년 넘는 세월이 지나 용인 무대에 올랐다. 손정우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감독 아래 그리스 출신 이아니스 파라스케보풀로스(Yiannis Paraskevopoulos)가 연출했다.

안티고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의 딸이다. 안티고네는 ‘거슬러 걷는 자’라는 뜻으로, 외숙부인 크레온 왕의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오빠의 시신을 거둬주려 한 인물이다. ‘오이디푸스와 함께 아테네에 도착해 테세우스의 보호를 받고, 오이디푸스가 있는 곳이 승리한다’는 예언을 들은 크레온이 오이디푸스를 데려가기 위해 자신과 이스메네를 납치하자 절망한 그녀는 아버지가 죽은 뒤 테베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녀의 두 오빠인 폴뤼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가 왕위를 놓고 싸우는 중이었고, 안티고네는 이 둘을 화해시키려고 하지만 그 둘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서로를 죽이게 된다. 왕위는 결국 크레온에게 돌아간다.

크레온은 에테오클레스에게만 성대한 장례를 치러주고, 폴뤼네이케스는 시신을 짐승의 밥이 되도록 길에 방치하고 시신을 거두는 자에게 사형에 처하겠다고 한다. 안티고네는 이스메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왕명을 어기고 자신의 양심에 따라 폴뤼네이케스의 시체를 묻어주었다가 붙잡힌다.

이번 상연된 ‘안티고네’는 철저히 현대극으로 연출됐다. 당대 그리스의 대신들이 입던 튜닉과 갑옷은 흑빛 양복 상의로, 서슬 퍼런 칼은 검은 우산으로 대체됐다. 크레온 왕의 옷은 금색 단추가 빛나는 자줏빛 상의와 하얀 와이셔츠, 황금색 넥타이로 탈바꿈했다. 공연이 이어진 1시간 30분은 찰나처럼 지나갔다. 배우들은 객석까지도 무대로 활용했고, 두어 차례에 걸쳐 관객들이 공연이 끝난 줄 착각하게 하며 객석과 무대 사이 긴장감을 자유자재로 밀고 당겼다.

이기복(크레온)과 박현지(안티고네)를 위시한 배우의 몸짓과 흑백·원색 등의 의상을 활용한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관객과 소통을 시도한 부분도 돋보였다. 한국과 그리스의 공동 작업으로 제작된 이번 공연은 딱 하루, 두 번만 상연되고 막을 내렸다. 파라스케보폴루스 연출은 연극이 끝나고 곧바로 출국했다. 당장은 상연을 기약하기 어려운 한국·그리스 합동공연 ‘안티고네’, 다시 무대에 오를 날을 앙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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