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C 투자 받은 스타트업, M&A 가능성 높다…기업가치도 '더블'
"벤처투자 자금 선순환 위해 CVC 제도 개선 해야"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그렇지 않은 스타트업보다 인수·합병(M&A)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이 M&A 때 평가받은 기업가치 역시 CVC로부터 투자를 받은 경우 두 배가량 더 높았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엑시트(투자금 회수)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는 기업공개(IPO) 방식 이외에 M&A 활성화를 위한 CVC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최근 발간한 '스타트업 M&A 현황과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스타트업이 타 기업에 인수된 사례는 59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자체 확보한 데이터와 스타트업 정보업체 더브이씨가 보유한 데이터를 취합한 수치다. 실제 M&A 발생 건수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그 수치가 미미할 것으로 분석했다.
594건의 M&A 중에서 시드투자, 시리즈A, 시리즈B 등 외부 투자를 받은 뒤 M&A가 이뤄진 사례는 257건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337건은 외부 투자를 받지 않은 채 M&A 된 것으로 추정된다.
즉 스타트업이 창업 이후 투자금을 외부로부터 유치하고 단계적으로 성장한 뒤, M&A 방식으로 엑시트한 사례는 지난 8년간 최소 257건인 셈이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CVC 투자 유치 여부는 M&A 성사 여부에 큰 영향을 미쳤다.
CVC로부터 투자 유치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의 M&A는 169건(65.8%)으로 CVC 투자가 없는 스타트업의 88건(34.2%)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측은 이에 대해 "기업은 CVC 투자를 통해 해당 분야의 트렌드나 주요 기업을 확인할 수 있다"며 "마켓센싱 기능이 스타트업 M&A를 촉진하는 기능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특히 독립법인 CVC보다 사내부서 CVC가 모기업·계열사와 스타트업의 M&A 가능성을 높였다. CVC를 운영하는 모기업이 자신들의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보기 위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립법인 CVC로부터 투자받은 스타트업 중 CVC의 모기업·계열사로 인수된 사례는 118곳 중 4곳(3%)에 불과했으나, 사내부서 CVC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92곳 중 29곳(32%)은 모기업·계열사로 M&A 됐다.
또 CVC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기업가치 중앙값이 220억 원으로 집계돼 그렇지 않은 경우의 102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CVC가 스타트업 생태계의 자금 선순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자 CVC에 대한 정책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7일 국회 유니콘팜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개최한 '기업혁신을 위한 스타트업 M&A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모기업의 CVC 펀드 출자 시에도 내국법인의 벤처투자 과세특례를 적용하고 규제 사항을 완화해 유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이 자사의 CVC가 결성한 펀드 출자 시에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더 강한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 세액공제 규모를 신주 취득가액 5% 수준에서 상향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하고 이를 CVC 투자에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 벤처캐피탈 359개 사 중 CVC는 98개 사로 이들은 지난 1년간 약 2조 100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벤처투자액 10조 9000억 원의 19% 수준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CVC 통계를 반기 단위로 정례화하고 제도 개선 및 정책 과제를 추진해 실질적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정부 부처 간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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