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의료계 반발…하반기 모집 7천707명 신청
유영규 기자 2024. 7. 19. 06:24
▲ 병원에 붙은 전공의 모집 안내문
오는 22일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전국에서 의대 교수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셉니다.
전체 전공의의 절반 이상이 사직하고 대학들이 이보다 많은 인원을 뽑겠다고 신청했지만 서울대병원 등 일부는 기존 사진 전공의들의 자리를 비워놓은 채 일부만 뽑을 계획입니다.
지역의 대학병원 중에서는 아예 '사직 처리' 자체를 보류하고, 예년처럼 상반기에 확보하지 못한 전공의 인원만 하반기에 뽑기로 한 곳도 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17일까지 전공의를 채용한 151개 병원 중 110개 병원에서 사직처리 결과를 제출했고, 올해 3월 기준 전공의 1만 4천531명의 56.5%인 7천648명이 사직(임용포기 포함)했다고 18일 밝혔습니다.
미복귀자에 대한 사직처리를 해달라는 정부의 방침을 어기고 사직처리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병원도 41곳이나 됐습니다.
복귀자는 지난 17일 기준으로 1천151명으로, 전체 전공의의 8.4%에 그쳤습니다.
빅5 병원만 보면 사직자는 전체 3천563명의 92.0%인 3천279명이었습니다.
이들 병원은 하반기 모집 인원으로 2천833명을 신청했습니다.
복지부는 지난 8일 '전공의 복귀대책'을 발표하며 각 수련병원에 7월 15일까지 소속 전공의의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확인해 결원을 확정하고,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인원을 7월17일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에 신청할 것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서울성모병원이 포함된 가톨릭중앙의료원은 881명이 사직에 1천19명을 모집하기로 해 사직자 대비 모집률이 115.7%였습니다.
모집인원에는 전공의 이탈사태와 관계없이 발생한 결원도 반영돼 있어 비율이 100%를 넘길 수 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은 634명 사직에 729명(115%), 서울아산병원은 520명 사직에 423명(81.3%), 삼성서울병원은 505명 사직에 521명(103.2%) 등이었습니다.
고려대의료원은 전공의 554명 중 499명이 사직했고, 하반기에 258명을 모집합니다.
전체 병원으로 보면 1만 3천531명 중 7천648명이 사직, 하반기에 7천707명을 뽑습니다.
사직자 대비 모집률은 100.8%입니다.
정부는 오는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할 방침입니다.
이달 말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하고 나면 8월에는 병원별로 필기·실기 시험을 치릅니다.
이후 최종 합격자들은 9월 1일부터 하반기 수련에 들어갑니다.
수련병원은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7천707명의 모집 인원을 신청했습니다.
사직자보다 모집인원이 59명 많아 '사직처리하되 모집하지 않겠다'며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움직임은 제한적이었습니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전공의 806명 중 91.8%인 739명을 임용 포기 또는 사직 처리하고, 하반기에 191명을 모집하겠다고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 신청했습니다.
사직자 대비 모집 인원의 비율이 25.8%에 불과해 '빅5' 병원 중에서는 가장 낮았습니다.
애초 서울대병원은 하반기에 전공의 30여 명만 충원할 것으로 알려져 복지부 발표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는데, 30여 명은 인턴을 제외하고 레지던트만 집계한 수치로 확인됐습니다.
인턴은 의대를 졸업해 갓 수련을 시작한 막내 전공의이고, 레지던트는 인턴 1년 과정을 마친 뒤 진료과목을 정해 수련하는 전공의를 칭합니다.
하반기 모집에 부정적인 교수들의 시선과 전공의들의 반발을 고려해 결원 대부분을 충원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승원 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는 "9월 턴(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이번 사직으로 인한 결원이 아닌, 기존의 결원분에 대해서만 신청한 것으로 안다"며 "비대위에서 확인한 교수들의 의사와 사직 전공의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사직 처리된 전공의가 아닌, 이전에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발생한 일반적인 결원분에 대해서만 충원한다는 의미입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해 이번에 수리된 전공의들의 자리는 그대로 남겨둔 셈입니다.
한 서울대 의대 교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대한 교수들의 반발이 컸다"며 "나중에 우리 전공의들이 돌아온다고 했을 때 자리가 없어지는 것도 문제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게다가 서울대병원이 결원을 모두 모집하면 지방에 있는 전공의들이 주로 올라오게 돼 지역 대학병원이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정부는 올해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는 전공의에 '수련 특례'를 적용하며 복귀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사직 전공의가 빅5 등 다른 병원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고, 9월에 복귀한 고연차 전공의는 내년 초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빅5' 병원이 일제히 사직서를 처리한 것과 달리 지역의 대학병원은 아예 전공의들의 사직서 처리를 보류했습니다.
사직 처리가 보류된 전공의는 소속 병원 정원으로 남기 때문에 결원 규모에 영향을 끼칠 수 없고, 자연스레 하반기에 모집할 수 있는 인원도 줄어듭니다.
지역 대학병원의 경우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처리하면 수도권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이 때문에 아예 사직 처리를 하지 않고 상반기에 확보하지 못한 인원 등 일반 결원분만 모집하는 식으로 대응 중입니다.
울산대병원과 부산대병원, 고신대병원, 전북대병원,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원광대병원, 충북대병원, 충남대병원, 건양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제주대병원은 미복귀 전공의 사직서를 처리하지 않고 보류했습니다.
전북대병원은 이탈 전공의 150여 명의 사직서 수리를 보류하고 상반기에 확보하지 못한 17명만 하반기에 모집합니다.
전남대병원은 26명, 조선대병원은 40명만 모집하겠다고 각각 수평위에 신청했습니다.
건양대병원은 24명, 충북대병원과 충남대병원은 각각 59명, 제주대병원은 28명을 각각 하반기에 모집하기로 했습니다.
인천에 있는 가천대 길병원과 인하대병원 역시 미복귀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를 결정하지 못한 채 일부 결원만 신청했습니다.
길병원은 203명 중 50명이 사직했고, 확정된 결원의 2배인 101명을 하반기에 모집할 계획입니다.
인하대병원은 168명 중 42명만 사직이 처리됐고, 89명을 모집하기로 했습니다.
사직 처리에는 인턴의 임용 포기도 포함됩니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을 당장 사직 처리하지는 않기로 결정했고, 미복귀 인원수만큼 미리 충원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영남대병원 등도 전공의 사직 처리를 보류한 터라 상반기 결원분만 모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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