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늬만 쇄신 '카카오', 이제는 달라질 때

양진원 기자 2024. 7. 1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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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 경영을 내세워 한숨 돌렸던 카카오가 다시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범수 창업주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까지 청구되면서 간신히 사그라들던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했다.

경영진이 줄줄이 구속 위기에 몰리자 카카오는 쇄신을 부르짖었다.

그동안 자율 경영을 강조하며 전면에 나서지 않던 김 창업주는 경영쇄신위원장을 자처하면서 직접 카카오의 환골탈태를 진두지휘하겠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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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난해 10월23일 오전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쇄신 경영을 내세워 한숨 돌렸던 카카오가 다시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범수 창업주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까지 청구되면서 간신히 사그라들던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했다. 그동안 나름대로 추진했던 변화들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김범수 창업주는 지난 9일 검찰에 소환돼 20시간이 넘도록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상태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인데 이미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은 일찌감치 구속됐다.

경영진이 줄줄이 구속 위기에 몰리자 카카오는 쇄신을 부르짖었다. 그동안 자율 경영을 강조하며 전면에 나서지 않던 김 창업주는 경영쇄신위원장을 자처하면서 직접 카카오의 환골탈태를 진두지휘하겠다고 나섰다.

외형적으로는 변화가 있었다. 외부 감사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를 만들어 감시 체제를 갖췄으며 자신의 측근으로 불리던 계열사 대표들을 물러나게 했다. 젊은 여성 리더십을 내세워 정신아 대표를 선임하고 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실속은 없었다. 카카오는 준신위가 권고한 '주요 경영진 선임 시 평판리스크 관리방안 수립'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 준신위는 지난달 스톡옵션 '먹튀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카카오의 새 CTO로 내정되자 "개선방안을 수립하라"고 권고했지만 말 그대로 권고만 했다.

인사 혁신은 이 같은 임원의 복귀로 유명무실해졌고 전권을 약속한 준신위의 외침은 가볍게 묵살됐다. 내부에서도 '무늬만 혁신'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대체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평가가 지배적이다.

카카오는 몇 년 동안 여론의 지탄을 받으면서 거버넌스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 김 창업주는 지난 18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모아놓고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이번엔 지난해와 다를 것이란 시각도 있다.

검찰의 서슬퍼린 수사망에 오른 사건 역시 앞길이 첩첩산중이다. 서울남부지검은 SM 시세조종 의혹,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 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배임 등 의혹 등 총 4건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수사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겹겹이 쌓인 악재들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무도 알 길이 없다. 혁신적인 플랫폼 기업 카카오는 리스크 관리에 실패해 안타까운 결과를 맞이할 수 있는 위기다.

이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언제까지 사법 리스크 기업이란 오명에 시달릴 것인가. 인공지능(AI)을 육성해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고 싶다면 적당히 구색만 맞춰선 안 된다.

설령 사법적 결과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힘은 '쇄신'에 있다. 체질 개선을 마친 카카오만이 면역을 갖춰 위기를 돌파해 나갈 수 있다.

하루라도 시급히 그간의 과오를 반성하고 모두의 고개가 끄덕여질 만한 경영 정상화 작업이 궤도에 올라야 할 시점이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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