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공개회의서 한겨레 사진기자 '강퇴' 논란
"누가 여기 상주해서 취재하도록 허락했나" 퇴장 요구
취재기자 "한겨레에 대한 불만 드러낸 것으로 보였다"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공개로 진행되던 회의에서 규정에 따라 취재 중이던 한겨레 기자를 퇴장시켜 논란이다.
지난 16일 진실화해위 전체위원회는 비공개 안건 없이 공개로 진행됐다. 사전에 방청을 신청한 취재기자는 대회의실 옆에 위치한 중회의실에서의 방청이, 사진기자들에게는 현장 촬영이 허용됐다.
이날 회의에선 황인수 진실화해위 조사1국장 발언에 위원들 비판이 집중됐다. 황인수 국장은 지난해 조사관 교육 당시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진도 간첩단 조작 사건'에 대해 조작이 아니라 주장하고,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과 군경에 의한 희생 사건의 숫자를 맞추라'는 조사 방향을 제시한 것이 한겨레·MBC 보도로 알려졌다. 진실화해위원들은 해당 발언을 질타하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황 국장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도 위원회 회의를 방청했다.
그런데 이날 회의가 시작된 지 50분쯤 지났을 무렵, 김광동 위원장이 사진 촬영 중인 한겨레 사진기자에게 소속을 묻고는 “아무리 공개회의라도 회의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있느냐”며 퇴장을 요구했다고 복수의 현장 취재진 및 한겨레 보도로 전해졌다. 진실화해위 사무처 관계자가 공개 회의에서의 촬영은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김 위원장은 “누가 몇시간을 여기서 상주해서 취재하도록 허락했나”라며 재차 퇴장을 요구했다고 한다.
여당 추천인 차기환 진실화해위원도 “우리 위원회가 지금 몇 년 운영이 되는데 기자들이 위원회 시작 전에 들어와서 촬영하고 취재하고 그런 거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라며 “사전에 신청해서 승인 받고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진실화해위원이 공개회의에서 기자에게 공개 면박을 주고 퇴장시키는 것은 위원으로서 불쾌하며 부적절하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김광동 위원장과 차기환 위원의 거듭된 요구에 결국 한겨레 기자는 퇴장했다.
이날 강제 퇴장된 한겨레 사진기자는 18일 통화에서 “내가 여성이자 사회초년생이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당시 현장을 중계 방청으로 지켜본 타 언론사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회의가 시작한 지 1시간도 안 됐던 데다 현장이 언론에 전부 공개돼 기자들이 (방청실에서) 영상과 음성을 듣고 있었다. 회의장 안을 촬영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회의실 내부에서 취재하는 것이 불쾌하다 해도 위원들과 유족들이 지켜보는 공개회의에서 기자에게 무안 주며 나가라고 말하는 행위는 진실과화해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보일 태도가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광동 위원장이 규정에 따라 취재 중이던 언론인을 퇴장시킨 행위가 한겨레 보도에 대한 반응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겨레는 김광동 위원장의 진실화해위 설립취지 부인 발언 논란과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정당화 망언 등을 보도했다. 지난해 국정원 출신인 황인수 국장 채용 사실을 첫 보도한 뒤, 황 국장의 '국회 변장 출석' 논란과 함께 그의 맨 얼굴을 처음 촬영해 보도했다.
자사 사진기자가 퇴장 당한 장면을 지켜본 한겨레 취재기자는 “김광동 위원장이 당일 사진기자에게 소속을 묻는 등 대화를 보면 그저 오래 사진을 찍는 데 대한 불만이 아니라 한겨레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였다”며 “당시 회의 보고자에 황인수 국장이 포함돼 있었고 야당 추천 위원은 '황 국장에 대한 즉각 조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진기자를 퇴장시킨 건 황 국장을 보호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했다.
진실화해위 언론담당자는 “돌발상황이었고 찰나에 벌어진 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대부분의 기자는 모두발언 순서에 사진을 찍고 나가 10~15분 걸린다. 이번 회의엔 용역보고가 길어져 50분이 됐다”며 “관례상 그렇게 해왔고, 기준을 어긴 것은 아닌데 위원장님은 해당 내용을 몰랐던 것이다. 실무자가 들어가 퇴장을 안내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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