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제약사가 왜?" 우주사업 보폭 넓히는 보령… 주주 불만↑

김동욱 기자 2024. 7. 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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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나아가는 보령, 풀어야 할 과제] ②성공 가능성 의문… 주가 부양 정책 지적도
[편집자주] 사명에서 '제약'을 뗀 보령(옛 보령제약)이 매출 1조원 클럽을 목전에 뒀다. 2019년 5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5년 사이 몸집을 두 배 부풀린 셈이다. 항암제 등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보령그룹이 보령빌딩을 매각했다. 전도유망한 관계사와 랜드마크인 사옥까지 매각한 자금이 어디에 쓰일 지 업계의 관심이 크다.

보령 우주 사업에 대한 평가가 주목된다. 사진은 업무협약을 맺은 후 기념 촬영을 하는 김정균 보령 대표(오른쪽)와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사진=보령 제공
보령의 우주 사업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기존 제약 사업과 연관성이 없는 우주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탓에 주가가 장기간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도 부족하다고 주주들은 비판한다.


우주사업 키우는 보령… 배경엔 '김정균 대표'


보령의 우주 사업은 2022년부터 본격화했다.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사명을 기존 보령제약에서 '제약'을 뗀 보령으로 변경하고 우주 헬스케어 스타트업 경진대회 'CIS(Care In Space) 챌린지'를 열었다. 글로벌 유망 기업으로부터 우주 헬스케어 아이디어를 모집하기 위해서다. 두 차례에 걸쳐 미국 우주 기업 액시엄스페이스에 총 6000만달러(약 780억원)를 투자하는 등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해와 올해에도 보령의 우주 사업은 이어졌다. 기존 CIS 챌린지의 주제와 파트너 규모를 확장한 'HIS 프로그램'을 2023년 출범시켰다. 유망한 기술·연구에 선제 투자하고 HIS 프로그램에서 자생적인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란 게 보령 방침이다. 올해 초부터는 액시엄스페이스와 합작법인 브랙스스페이스를 세우는 등 본격적으로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브랙스스페이스는 우주정거장 내 연구·실험 플랫폼 서비스, 한국인 유인 우주 개발 프로젝트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보령의 우주 사업은 김정균 대표 의지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세계최대 항공우주기술학회 ASCEND에서 "위성, 발사체 외 새로운 분야로 우주산업 생태계 범위가 확장하고 있다"고 말하며 우주 사업 전망을 호평했다. 지난해와 올해 보령 주주총회에서는 주주들에게 우주 사업 필요성과 향후 계획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올해 3월 열린 주총에서 "보령은 인류 건강에 꼭 필요한 기업이 될 것"이라며 "그 안에 제약과 우주산업이 있다"고 말했다.


주가 하락 이어지는데…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 없어"


액시엄스페이스의 세계 최초 민간 상업용 우주정거장 '액시엄스테이션'. /사진=보령 제공
보령이 우주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나 지켜보는 주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우주 사업 진출 이후 주가가 하락하고 있어서다. 최근 수년 동안 실적 개선에 성공했고 향후 매출·영업이익 전망이 밝은 점을 감안, 우주 사업이 주가 하락 요인이라는 게 일부 주주들 시각이다. 기존 제약 사업과 거리가 있는 만큼 우주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작다고 보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크다.

보령 주가(이하 종가)는 2022년 초(1월3일) 1만4700원을 기록했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가 2023년 초(1월2일) 8960원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1만원대 초반으로 반등했으나 우주 사업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2년 초와 비교했을 땐 30%가량 하락했다. 한 보령 주주는 "김 대표가 우주에 집중하면서 회사를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주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전고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데 이렇게 소외되면 하락기에는 어떡할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주가 상승을 위해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령은 최근 3년 동안 실적과 관계없이 결산배당으로 주당 100원을 지급했다. 3년간 평균 배당수익률은 0.9%에 그쳤다. 유통 주식 수를 줄여 한주당 가치를 키우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인 자사주 매입·소각에도 소극적이다. 보령은 2018년 이후 자사주를 직접 매입하거나 소각하지 않았다.

보령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소각과 관련해 확정된 계획은 없고 실적 상승 등을 통해 기업가치 향상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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