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반값, 중국보다 낮은 단가…체코 원전 ‘밑지는 장사’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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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정책을 극복하고 고사 직전에 몰린 원전산업을 회복시켜 우리 산업 전체가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전북 정읍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전날 체코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이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체코 원전 건설 수주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뒤 15년 만의 쾌거라는 점을 강조하며, 폴란드와 루마니아, 스웨덴 등 원전 발주가 예정된 유럽 국가를 공략할 계기를 마련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탈원전 정책 폐기를 강조하며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는 정부를 향해 “오랜 기간 국익이 달린 원전 수주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신규 대형 원전 2기를 짓는 계약이 성사될 경우 ‘24조원’(4000억코루나)의 수주 실적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이 약속한 60% 이상 현지 기업 참여와 현지 노동력 우선 고용, 추가 금융지원 조건 등을 고려하면, 구매자가 갑인 원전 수주 시장 특성상 실제 한수원에 돌아올 이익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우리보다 훨씬 해외 원전 건설 경험이 많은 프랑스보다 건설 단가가 절반 이상 낮고 중국보다도 단가가 낮다는 건, 가격 경쟁력보다 싼 값에 지어 돌아오는 이익이 적다는 걸로 보는 게 맞다”며 “현재 체코 정부가 60억유로(약 9조원)의 원전 사업비를 결정했을 뿐 남은 비용 조달 계획은 불확실한 상황이라서, 이후 가격 협상 과정에서 애초 한수원이 예상한 계약 금액보다 줄어들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이 프랑스전력공사(EDF)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요인으로 평가되는 ‘정해진 예산 내 적기 시공’ 약속과 관련해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유럽의 높은 원전 규제와 엄격한 노동시간 규정 때문에 약속 이행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선적으로 고용하기로 약속한 체코 노동자들의 법적 근무시간은 주 40시간으로 한국보다 짧아 공사 지연 가능성이 높다. 그는 “15년이란 긴 공사 기간 동안 공사 지연과 건설·인건비가 변동할 변수들이 산적해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속에서 체코의 중장기적 원전 건설 계획이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럽연합은 환경 문제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40%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하는 가운데, 체코 정부도 현재 13% 수준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같은 기간 20% 중반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현재 체코의 연간 전력 사용량은 약 81테라와트시(TWh)로 경기도 사용량(약 140TWh)에도 한참 못 미치는데, 이미 원전(6기) 비중이 41%나 되는 상황에서 원전 4기를 더 지을 필요성이 없어 보인다”며 “체코에선 1년 동안 약 440시간 넘게 전력 도매가격이 0원으로 떨어지는데, 간헐성이 높은 재생에너지와 유연성이 낮은 신규 원전이 동시에 확대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폴란드와 영국 등 유럽 국가에서 원전 건설을 계획했다가 중단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갈등 등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이 체코에 건설하려는 원전 기술이 자사 기술을 활용한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와 관련해 박종운 교수는 “체코에 건설하려는 1000메가와트급은 최근 한수원 기술로 개량한 1400메가와트급 한국형 원전보다 법적으로 다툴 쟁점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가 해당 사안을 조율 중에 있다”고만 말하고 있는 상황이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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