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에 친서까지… “체코 원전 수주, 바라카 성공 경험으로 돌파”
“4월 후 비공개로 3번 다녀와”
체코 원전 수주 뒷얘기
20분 정상회담서 5분간 ‘원전 세일즈’
尹 “바라카 수주 이후 15년 만의 쾌거”
與 “고사위기 원전 재도약 발판” 평가
안 장관은 입찰 과정에서 ‘결정적 순간’으로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한 4월을 꼽았다. 당초 체코 입찰에 한국수력원자력과 프랑스전력공사(EDF), 웨스팅하우스 3곳이 도전했으나 웨스팅하우스는 자격 미달로 떨어졌다.
◆尹, 체코대통령과 회담서 직접 설득… 2차례 특사· ‘맞춤 패키지’ 친서 전달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전까지도 우리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만큼 경쟁자였던 원전 강국 프랑스가 막강한 상대였고 양측이 막판까지 치열한 총력전을 편 탓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약 20분간의 정상회담 중 5분 정도를 남겨둔 시점에서야 원전 이야기를 꺼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약 50년간 축적해온 원전 기술과 노하우에 관해 언급하며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을 통한 금융기관의 협력도 준비돼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라카 원전 사업의 성과를 강조하며 압도적 경쟁력을 피력하기도 했다.
파벨 대통령은 당시 회담에서 “I can’t comment now(지금은 대답할 수 없다)”라며 결과를 곧 정해 알려주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코 입장에서는 같은 유럽연합(EU) 소속인 프랑스와의 관계, 자국의 이익 등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두 차례 특사를 체코에 보내 관련자와 관계기관 등을 설득하는 과정도 거쳤다. 특사로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역할을 했다. 안 장관은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에게 윤 대통령의 진심과 체코 산업을 발전시킬 지원 방안 패키지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친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과 함께 굳건한 한·미 동맹도 체코가 역외 국가를 대상자로 선정하는 데 부담을 덜어줘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정부의 평가다.
여당도 정부의 탈원전 성과를 부각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정부의 망국적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고사 위기에 놓였던 국내 원전 산업이 이번 수주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피알라 체코 총리는 전날 원전 신규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기자회견에서 “모든 기준에서 한국이 제시한 조건이 우수했다”고 밝혔다. 피알라 총리는 이번 원전 건설이 체코 현대사에서 가장 비싼 계약이라며 “수용 가능한 가격으로 미래 세대에 에너지 안보를 보장할 충분한 전력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체코 정부는 새로 짓는 원전을 2036년부터 차례로 가동해 2022년 기준 37인 원자력 발전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편 지난 1월 수주 경쟁에서 조기 탈락한 미국 업체 웨스팅하우스는 이번 결정에 대해 한수원이 자사 원자로 기술을 사용할 권한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진경·박지원·이지안·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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