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신속집행 떠밀려 초과수당까지 상반기에…지자체 '예산 비효율' 지적
불용 줄이고 경기부양 위해 신속집행 운영하지만
본예산 과소추계…장애활동급여 등 연중사업 동원도
하반기 공사대금·초근수당까지도 상반기 지급
"신속집행관행이 예산 비효율 야기…재점검 해야"
[세종=뉴시스]용윤신 성소의 기자 = 정부가 경기 대응을 위해 재정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는 '신속집행'을 독려하면서 지방자치단체 예산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자체 간의 신속집행 경쟁이 과열되면서 분모(分母)가 되는 본예산 규모를 예상보다 적게 추계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는 비판이다.
일부 기초 지자체에서는 신속집행률을 높이기 위해 하반기에 진행하는 공사비를 상반기에 미리 지급해 공사에 차질을 빚다는 지적도 있었다. 심지어는 연중 집행해야 하는 초과근무수당·복리후생비까지 상반기에 집행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19일 뉴시스가 입수한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 연구용역 '조기집행-신속집행실증연구' 결과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2년 기초지자체의 세입예산을 195조5000억원으로 잡았으나 실제 결산상 세입은 284조3000억원이었다. 세입 대비 결산 오차율은 45.4%로 128조1000억원의 예산 비효율이 발생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이 같은 본예산 과소추계 원인 중 하나로 신속집행 제도를 지목했다. 신속집행은 연간 집행이 계획된 재정을 상반기에 집중 집행하는 제도로, 4분기 집행 쏠림 현상과 불용을 방지하고 선제적으로 경기에 대응하기 위해 200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매년 상반기 집행률 목표를 설정한 뒤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준다. 우수중앙부처에는 차년도 예산안 편성시 집행성과를 기본경비에 반영한다. 지자체에 대해서는 300억원 규모의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재정지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기재부는 올해 중앙재정상 65%, 지방재정은 60%로 목표를 제시하고 월 2~3회 가량 재정집행점검 회의를 통해 집행률을 점검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제도가 지자체 간의 과도한 경쟁을 일으켜 재정의 비효율을 낳는다는 점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신속집행률을 올리기 위해 '분모'가 되는 본예산을 줄이는 꼼수가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에서 2016~2022년까지 신속집행 달성률 상위 20개 지자체와 하위 20개 지자체의 세수 오차율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상위 20개 지자체의 평균 오차율은 49.5%로, 하위 20개 지자체 평균 세수 오차율 46.0%봐 3.5%포인트(p) 높았다.
보고서는 "신속집행률을 높이기 위한 '꼼수' 측면에서 본예산을 과소추계하는 잘못된 관행이 발생한다"며 "이에 따라 오히려 예산 집행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개별 사업의 예산집행 효율이 떨어지는 사례도 발생했다.
광주광역시 한 기초 지자체는 지난 2021년 신속집행률을 157.8% 크게 초과해 지자체에서 가장 높은 신속집행률을 기록했다. 장애인활동지원급여 지출액 289억원을 상반기에 전액 지출하고 영유아보육료지원금액 433억원 중 72%를 상반기에 지출한 결과다.
문제는 장애인활동급여나 영유아보육료지원은 예산의 이월·불용이 나지 않는 대표 사업이라는 점이다. 어차피 진행해야 하는 사업을 상반기 대거 집행해 신속집행률만 높인 셈이다. 이같은 경향은 신속집행률이 높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나타났다.
상반기에 추진할 수 없는 사업들을 강제로 추진하면서 사업의 질도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하반기에 집행해야 하는 공사 대급을 상반기에 미리 지급해버리거나, 1년 동안 집행해야 하는 시설물 유지보수관리 예산, 심지어는 초과근무비와 복리후생비까지도 상반기에 지급한다는 증언이다.
지자체의 한 공무원은 "1년에 걸쳐 진행돼야 하는 연간 사업이나 하반기에 집행해야 하는 사업들을 무조건 상반기에 집행하라고 한다"며 "돈을 보고 사업을 하는 기업들에게 선급금을 주고나서 공사가 제대로 되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월급, 식비, 초과근무 등은 신속집행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며 "그럴거면 그냥 일년 월급을 한번에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자체들이 신속집행 성과 내기에 과열되면서 본예산을 과소추계하고 균등집행해야 하는 예산을 상반기에 몰아서 집행하면서 재정의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며 "관행적인 신속집행을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자체 예산에서 비중이 높은 국비가 12월에 확정되는 만큼, 본예산에 다 담지 못하면서 세수 차이가 크게 나 추경을 두세 번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신속집행과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nyon@newsis.com,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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