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 간접비로 美 연구기관과 협업 어려워"…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 난항
정부가 첨단 바이오 분야에서 주요 국제협력 사업으로 추진하는 '보스턴 코리아 프로젝트'가 해외 기관이 요구하는 높은 간접비와 동떨어진 기준을 제시하며 프로젝트 자체가 난항을 겪고 있다.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사업단이 정한 간접비 기준으로는 해외 유수 기관과의 협력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사업단은 직접 협상을 통해 주요 기관과의 협력을 약속 받았다고 설명했지만 연구자들은 일부 기관들만이 긍정의 뜻을 표했을 뿐 대부분 기관들과의 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17일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 사업단에 따르면 사업단은 전날까지 연구제안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국 기관과의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 연구자를 대상으로 소통을 지원하기 위한 신청서를 접수했다.
사업단은 공지사항을 통해 "미국 연구기관에서 본 사업의 취지나 간접비 비율, 지식재산권(IP) 정책과 같은 세부사항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해 내부 논의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미국 연구기관의 연구지원부서와 직접 소통해 사업의 취지 등 주요 사항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미국 기관들과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에 대해 "사업단이 정한 간접비 비율이 미국에서 통용되는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간접비는 연구자가 따낸 연구비 중 연구와 직접 관련된 지출 이외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액수를 연구자가 속한 기관이 징수하는 제도다.
사업단이 지난달 발표한 연구제안서 작성 안내문에 따르면 이 사업에서 한국 연구자들이 미국 기관에 제시할 수 있는 간접비 비율은 원가(직접비)의 38%다. 한국연구재단이 정하는 간접비 상한인 30.35%보다는 높지만 동시에 미국이 정하는 최저 간접비 비율에 해당한다.
실제 미국의 주요 기관과 협상을 하려면 이보다 훨씬 높은 간접비 비율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이야기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은 국제공동연구에서 56% 이상의 간접비를 요구하며 미국 스탠퍼드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은 90%가 넘는 간접비를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한 국내 연구자는 "현재 미국 대학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보다 한참 아래 수준으로 간접비를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버드 등 일부 기관과 협의가 이뤄졌다고 하지만 대부분 기관과의 협업에는 제한이 생기면서 양질의 연구 결과를 내기 위해 최고의 기관과 연구를 할 수 없게 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업단이 이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낮은 간접비 비율을 책정한 것은 자칫 '퍼주기'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비용을 한국 연구자들이 부담하는 상황에서 간접비 지출까지 더해지면 해외 기관에 지나치게 많은 지원이 이뤄지게 된다는 지적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미국 등 선진국이 한국과는 다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싱가포르대 교수인 한 한인 연구자는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간접비 비율로는 미국 주요 대학과 협업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첨단 바이오를 제대로 육성하려면 과감한 투자를 결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단은 이같은 간접비 비율을 책정한 것에 대해 실질적으로 연구에 쓰이는 비용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김용진 보스턴코리아 공동연구지원사업단 단장은 "미국 기관들의 일반적인 간접비 수준이 60% 이상이기 때문에 이를 맞춰주면 모든 미국 기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연구비 예산에서 간접비를 지급하는 사업 예산구조 하에서는 실질적인 연구비인 직접비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단장은 이어 "미국의 대표적인 바이오 분야 연구기관인 하버드 의대와 충분한 논의 끝에 38%로 확정하게 됐다"며 "이에 따라 현재 하버드대와 하버드 의대 부속병원인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브리검 여성병원 및 존스홉킨스대, 메이요클리닉 등 미국 대표적인 대학과 병원에서 지원을 하기로 협의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대학과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간접비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연구자가 한 분도 없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보스턴 코리아 프로젝트는 앞서 지난 5월 '글로벌 R&D 플래그십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이 프로젝트는 글로벌 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 사업으로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의 우선 반영 검토와 예비타당성 신속조사 대상이 된다. 이 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내년에만 1845억원이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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