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까칠한 축구]이회택 회장님, 후배들의 '정당한 목소리'입니다, 막지 마십시오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이회택 OB 회장. 한국 축구의 전설이다. 한국 축구 공격수 계보를 잇는 시대의 공격수였다. 감독으로 월드컵을 지휘하는 등 한국 축구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영웅이다.
이런 이 회장이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국 축구계 원로로서 꺼낸 말이었다. 핵심은 홍 감독을 옹호하면서, 홍 감독을 비판한 후배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 회장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한국 축구를 걱정하는 노장의 마음을 표현했지만, 아쉽게도 공감을 얻지 못했다. 왜 그렇게 됐을까.
"감독 선임 과정에서 어느 정도 문제가 있지만, 홍명보 감독은 축구인들로 꾸려진 강화위원회가 뽑은 지도자다. 선임 이후 발생한 수많은 논란에 대해 축구인들부터 말을 아끼면서 하나 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박지성, 박주호 등이 여기저기에서 너무 비판하는 소리만 쏟아내고 있다. 선임 과정에서 나온 문제는 시정해야 하지만 지금은 축구인들이 서로 싸우거나 헐뜯지 말고 축구계 안정을 위해 힘을 합할 때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문제를 고쳐야 한다. 그 방법은 선임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다. 이미 뽑았으니 그냥 가자는 건, 문제를 고칠 의지가 없다는 의미다. 감독 선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홍 감독은 축구인들로 꾸려진 전력강화위원회가 뽑은 감독이 아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유명무실한 조직이 됐고, 결국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혼자 뽑은 감독이다. 면접도 없이.
수많은 논란에 대해 축구인들이 말을 아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 된 목소리를 내라고 했다. 잘못된 것을 알고도 침묵하라는 것인가. 무조건 옳다고 박수를 치라는 것인가. 과거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시대가 변했다. 지금을 그럴 수 없는 시대다. 하나 된 목소리로 변화를 외쳐야 할 시대다.
박지성, 박주호 등이 비판하는 소리를 쏟아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잘못을 고치기 위한 '정당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틀어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 침묵하고 있으면 변하는 건 없다. 적어도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의 행태로 봤을 때, 지금까지는 그랬다. 스스로 변화하지 못하는 조직이다.
지금 축구인들이 서로 싸우거나 헐뜯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불공정을 바로 잡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축구계의 지속적인 안정을 위해서라도, 이번에야말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축구인들이 힘을 합할 때다. 뭉쳐야 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뭉쳐야 한다.
"박지성, 박주호 발언을 영상 등을 통해 직접 봤고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협회, 전력강화위원회 행정에서 잘못된 부분들이 팬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실히 고쳐지도록 협회가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홍명보 감독이 잘한 것도, 잘못한 것도 있다. 그래도 후배들이 마치 나쁜 놈처럼 표현할 정도로 그릇된 사람은 아니다."
박지성, 박주호의 일리가 있는 지적이라고 인정했다. 그런데 이게 왜 홍 감독을 나쁜 놈처럼 표현한 것인가. 홍 감독이 잘못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후배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비난한 것이 아니라 '올바른 목소리'를 낸 거다. 그들도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 용기를 오직 비난을 위한 것이라 폄하해서는 안 된다.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행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팬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실히 고쳐지는 방법, 그 뼈를 깎는 노력의 시작. 그건 감독 선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출발부터 잘못됐는데, '부정 출발'을 했는데, 이것을 밀어붙이는데, 귀를 막고, 눈을 막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하는데, 어떻게 팬들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겠나. 출발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 축구가 큰 위기에 봉착했다. 축구인들이 모두 대동단결해도 극복할 수 있을까 말까한 상황이다. 모든 축구인들이 변화를 위해 대동단결해야 한다. 그동안 대표팀, 협회가 팬들을 실망시키는 일을 종종 해서 팬들의 신뢰를 많이 잃은 게 너무 안타깝다. 협회 직원들, 축구인 모두 반성하고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맞다. 대동단결해야 한다. 침묵의 대동단결이 아니라 변화를 위해서. 침묵하고, 옳다고 박수 치는 걸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축구협회가 팬들을 실망시키는 일, 많이 했다. 신뢰도 많이 잃었다. 지금까지 수없이 당했지만 침묵하고 있어서 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축구협회 직원들, 축구인 모두 반성하고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이것 역시 맞다. 그런데 한 사람의 이름이 빠졌다. 이들이 눈치를 보며 절대 충성하는 그 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정 회장이 반성하고 자신을 되돌아봐야 하는 첫 번째 인물로 언급됐어야 했다.
"정치가 국민을 실망시킨 것처럼 축구도 팬들을 실망시켰다. 혼란한 시기에 국민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기 위해 축구계라도 하나로 뭉쳐야 한다. 프로구단, 각급 대표팀, 선수들, 지도자들이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 후배 축구인들이 화합하는 목소리를 내주기를 바란다."
화합의 목소리가 아니라 변화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화합은 서로에 대한 존중에서 이룰 수 있다. 지금은 존중이 없다. 일방통행이다.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화합하자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왜 후배 축구인들에게만 강요를 하는가. 선배 축구인들은 홍 감독 지지로 이미 대동단결한 것인가. 아니면 후배들이 고개를 숙여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 것까. 선배 축구인들도 변화의 목소리에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진정한 화합이 된다. 선후배 갈라치기 할 필요도 없다. 변화를 원하는 것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세대의 갈등이 아니라 정의와 불의의 충돌이다.
"일단 감독이 선임됐고 홍 감독도 결국 축구인들이 뽑았다. 이미 선임된 만큼 축구인들은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을 믿고 맡겨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과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혼자 뽑은 감독이다. 이미 선임이 됐으니 그냥 모른 척 가자는 것이다. 무책임한 방법이다. 박지성, 박주호가 무책임을 피하기 위해 전면에 나선 것이다. 이런 불공정의 감독을 믿을 수 없고, 대표팀을 맡길 수도 없다. 이것을 인정하면, 모른 채 넘어가면, 한국 축구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악례'를 남기는 것이다. 누구나 불공정의 틈이 보이면, 파고들려고 할 것이다. 이런 이들을 누구도 막을 수 없게 된다. 공정한 과정을 통해, 믿고 맡길 수 있는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게 한국 축구를 위한 책임이다.
"협회, 홍 감독을 비판하는 후배들도 언젠가는 협회장, 대표팀 감독, 프로팀 감독이 될 재목들이다. 서로 최소한 예의를 지키면서 축구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다. 잘못을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고 있는 이들은 축구협회와 홍 감독이다. 한국 축구팬들과 국민을 얼마나 무시하면 이렇게까지 반발이 심한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가. 정당한 절차를 거처 정당한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 축구팬들과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예의를 지키지 않은 건 그들이다.
또 K리그를 배신하고, 울산 HD 팬들의 뒤통수를 치고, 그것도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도중에, 개인의 욕망을 위해, 말을 바꾸고, 태세를 전환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이다. 누가 예의가 없는가.
정당한 목소리를 냈다고 한국에서는 협회장, 대표팀 감독, 프로팀 감독 하지 못하나? 그럴 거면 안 하는 게 낫다. 발전이 없는, 희망이 없는, 미래가 없는 곳이다. 역으로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불합리한 시스템에 들어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들만의 축구협회에 반감이 있는 것은 아닐까.
박지성, 박주호뿐만이 아니다. 이영표, 이천수, 이동국, 조원희, 김영광 그리고 구자철까지 나섰다. 축구인들뿐 아니라 시민단체, 문화체육관광부, 정치권, 스포츠윤리센터, 국민청원까지 나왔다. 이 후폭풍이 어디까지 번질지 가늠할 수 없다.
축구와 떨어져 지냈던 이들은 왜 축구협회 조사를 진행하고, 축구협회에 분노할까. '채용 비리'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건 축구 문제를 넘어섰다. 축구계 내에서 과거처럼 반성하는 척, 개혁하는 척하며 얼렁뚱땅 넘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 문제'로 힘을 키웠다. 판은 그들이 스스로 헛발질을 하며 키웠다. 축구인들이 침묵하고 있으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다른 단체들이 나서는 것 아닌가.
그야말로 요즘은 홍명보 '1일 1논란'이다. 또 누가, 어떤 단체가 등장할까. 어디까지 논란이 이어질 것인가. 피로감은 오롯이 축구 팬들 몫이다. 이 논란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것이고,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힘을 더욱 키울 것이다. 이런 사달을 만들어 놓고 유럽 출장을 떠난 홍 감독은 "내 인생 마지막 도전이기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외쳤다.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논란을 키우는 발언이다.
논란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모두가 알고 있다. 다른 방법은 없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홍 감독이 물러나야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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