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SK온 "변화할 것"...SK이노 사장 "토털 에너지 설루션 기업 거듭날 지금이 합병 적기"
"합병 위해 주주 설득 관문 남아"
SK온, 구성원 대상 CEO 간담회 열어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18일 SK이노와 SK E&S가 각각 전날 이사회를 열어 1대 1.1917417의 비율로 합병을 결정한 것을 두고 "(합병 비율은) 양사가 가진 수익력, 미래 성장 등을 감안하면 적정 수준이라고 판단했다"며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에너지 시장이 급변하고 고객이 토털 에너지 설루션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지금이 (합병) 타이밍으로 적기라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그룹 리밸런싱(구조조정)의 하나로 합병을 의결했다. 앞서 시장은 1대 2 비율로 합병 비율이 정해질 것을 점쳤으나 결과적으로 SK이노베이션 가치를 좀 더 높게 쳐주는 결과가 나왔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SK㈜, SK E&S 주주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됐다.
박 사장은 "전체적으로 보면 합병 가치가 SK이노베이션은 10조8,000억 원, SK E&S가 6조2,000억 원으로 평가됐다"며 이에 대해 외부 기관의 자문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사 합병으로) 여러 시너지가 있기 때문에 시너지가 구체화되고 SK온 상황이 업턴(상승기)으로 돌아서면 주주환원 정책도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주주들도 달랬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소액 주주들의 반발 가능성이 해소되자 이번엔 SK E&S의 가치가 저평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따라 SK E&S에 3조 원 규모의 상장전환우선주(RCPS)를 가진 글로벌 사모펀드 KKR을 설득하는 것이 합병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KKR이 합병에 반발해 SK이노베이션에 투자금 중도 상환을 요구하면 합병의 효과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KKR의 입장은 지금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도 "기존 발행 취지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투자자인 KKR과 우호적 분위기에서 협의 중"이라며 "합병 법인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소액주주들의 반발도 관건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 당장 국민연금의 찬반 여부가 주총에서 의외의 영향력을 지닐 수 있다.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의 지분 6.3%, SK㈜의 지분 7.6%를 각각 가지고 있다. 만약 국민연금이 합병안을 반대하면 주요 기관 투자자들과 소액 주주들의 의사 결정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분 구조는 36.2%를 보유한 SK㈜ 다음으로 개인 24.9%, 외국인 20.9%, 기관 14.3% 등의 순으로 돼 있다. 소액 주주들 입장이 합병 과정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것이다. 합병은 주총 특별 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과 발행 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SK㈜ 주주들도 흔쾌히 찬성할지 알 수 없다.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1:2 합병 비율대로라면 SK㈜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지분율은 70%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합병 비율이 낮아져 SK이노베이션에 대한 SK(주) 지분율은 55.9%로 다소 낮은 수준에서 정해졌다. 더구나 SK㈜는 리밸런싱 차원에서 알짜 자회사인 SK E&S를 SK이노베이션에, 에센코어·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로 보낼 예정이다. 일부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이런 영향으로 이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하루 종일 상승과 하락을 되풀이했다. 종가는 11만5,900원을 기록해 전일(11만9,700원) 대비 3.17%(3,800원) 떨어졌다. 합병 반대 주주들을 위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11만1,943원이다.
SK온 "성장성과 안정성 갖춘 회사로 변화할 것"
SK온은 이번 합병 발표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SK온은 그동안 SK 리밸런싱의 핵심으로 꼽혀왔다. SK온은 17일 두 회사의 합병 소식과는 별도로 SK이노베이션 알짜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 SK엔텀과 회사를 합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대형 배터리 사업 중심이던 SK온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과 동시에 독자 이익 구조를 갖춰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버틸 체력을 다지게 됐다. SK온은 개선된 재무 여건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장 증설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각형과 원통형,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등의 기술 연구개발(R&D)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석희 SK온 최고경영자(CEO)는 같은 날 서울 종로구 SK온 관훈사옥에서 구성원을 대상으로 합병 관련 설명회를 열고 "SK온의 성장성과 SKTI·SK엔텀의 안정성을 갖춘 글로벌 배터리·트레이딩 회사로 탈바꿈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는 SK온은 이번 3사 간 합병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 합병 3사의 매출액 규모만 2023년 기준 62조 원에 달한다.
그간 막대한 시설투자 부담도 내년부터는 2조, 3조 원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합작 공장들이 가동을 시작하고 2025년이면 SK온의 글로벌 생산 능력은 연 199기가와트시(GWh) 이상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CEO는 "3사 간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 원소재 공급 경쟁력을 갖추고 트레이딩과 스토리지 사업을 통해 안정적 재원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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