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경영능력 입증한 '보령 3세' 김정균, 승계 초석 다졌다

김동욱 기자 2024. 7. 19.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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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나아가는 보령, 풀어야 할 과제] ①지주사 지분은 매입 과제로 남아
[편집자주] 사명에서 '제약'을 뗀 보령(옛 보령제약)이 매출 1조원 클럽을 목전에 뒀다. 2019년 5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5년 사이 몸집을 두 배 부풀린 셈이다. 항암제 등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보령그룹이 보령빌딩을 매각했다. 전도유망한 관계사와 랜드마크인 사옥까지 매각한 자금이 어디에 쓰일 지 업계의 관심이 크다.

김정균 보령 대표의 성과와 향후 과제가 주목된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보령 오너 3세인 김정균 보령 대표(39)의 경영능력이 입증됐다는 평가다.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매년 보령(옛 보령제약) 실적 개선에 성공한 덕분이다. 업계는 한동안 보령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점을 감안해 김 대표의 경영능력에 신뢰를 보낸다. 이 같은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경영권 승계 초석을 마련한 김 대표는 향후 그룹 지배력 강화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보령 키 잡은 김정균… 실적 순항 이끌어


김 대표는 2022년 보령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오너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2014년 보령에 이사대우로 입사한 지 8년 만이다. 보령제약 창업주인 김승호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김은선 보령 회장의 외아들인 그는 보령에서 전략기획팀·생산관리팀·인사팀장 등을 맡으며 경영능력을 쌓아 왔다. 2017년부터는 지주회사 보령홀딩스 대표를 맡아 투명한 경영 체계 정립 등에 힘썼다. 김 대표는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신사업 역량 강화와 새로운 수익기반 창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취임 직후 성과를 냈다. 보령은 김 대표가 취임한 2022년 매출 7605억원, 영업이익 5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1.2%, 36.4% 늘었다. 심혈관 등 만성질환 중심 전문의약품이 안정적인 수익을 냈던 덕분이다. 보령은 2023년 매출 8596억원, 영업이익 683억원을 거두는 등 성장세를 이어갔다. 전문의약품 성장세가 지속한 가운데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패밀리'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항암제 오리지널 품목 인수(LBA)를 기반으로 국내 항암제 사업을 확대한 것도 주효했다.

보령의 성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매출 1조원을 넘기며 첫 '1조 클럽'에 가입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살펴보면 보령은 올해 매출 1조395억원, 영업이익 848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매출 1조1476억원에 영업이익 963억원, 후년에는 매출 1조2495억원에 영업이익 110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한다.

HK이노엔의 블록버스터 의약품 케이캡의 판권을 확보한 게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HK이노엔은 2019년 케이캡 출시 당시 종근당과 계약을 맺고 공동판매를 해왔는데 올 1월부터 파트너사를 보령으로 교체했다. 케이캡은 4년 연속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HK이노엔도 보령의 카나브를 공동판매하기로 하는 등 협력체계를 강화했다. 양사는 두 제품의 협력 사례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마련하고 추가 파트너십도 모색할 방침이다.


지배력 강화는 숙제… 보령홀딩스 지분 부족


/사진=뉴스1
김 대표가 경영능력을 입증한 만큼 경영권 승계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김 대표의 조부인 김 명예회장(1932년생)은 92세의 고령으로 경영 활동에 참여하기엔 제한이 많다. 김 대표의 모친인 김 회장(1958년생)은 66세로 비교적 젊지만 2018년 보령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 회장의 보령 대표 사임이 갑작스러웠던 만큼 당시에도 김 대표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사전작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 대표가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해서는 회사 지배력 강화가 필수다. 현재는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에 주요 회사 지분이 부족하다. 현재 보령 지배구조는 김 회장→ 보령홀딩스→ 보령 등으로 이어진다. 김 회장이 보령홀딩스 지분 44.93%를, 보령홀딩스가 보령 지분 37.1%를 보유했다. 김 대표의 보령홀딩스와 보령 지분은 각각 22.60%, 1.19%에 그친다. 김 대표가 보령홀딩스 지분을 늘려 김 대표→ 보령홀딩스→ 보령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게 이상적이다.

보령홀딩스 지분 매입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건 숙제다. 비상장사인 보령홀딩스의 기업가치를 단순하게 평가할 순 없지만 김 대표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수백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으로부터 보령홀딩스 지분을 상속·증여받는다고 하더라도 세금 부담은 피할 수 없다. 한국의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50%(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시 6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에 이어 2위(할증평가 포함 시 1위)다.

업계는 보령홀딩스 지분 매입 재원으로 보령바이오파마 매각금을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PE·산은PE 컨소시엄은 지난달 보령그룹과 보령바이오파마지분 80%를 32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보령바이오파마의 최대주주가 김 대표의 개인 회사인 보령파트너스인 만큼 이번 계약으로 김 대표는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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