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노동조합 만든 이 연구자가 사는 법 [사람IN]

전혜원 기자 2024. 7. 19.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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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겨울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 소속 학과사무실 조교들이 메일 한 통을 받았다.

구씨는 "학문 공동체로서의 대학과 학계가 굴러가는 데 대학원생들의 노동이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노동이 '제도 바깥'에 있다 보니 그 강도와 내용, 범주는 물론 대가의 분배가 전적으로 대학 본부나 교수의 재량에 좌우된다. 일을 시키는 쪽과 하는 쪽 사이의 공적 규범이 부재한 상태에서는 '갑질'이 횡행할 수밖에 없다. 대학원생을 연구에 종사하는 노동자이자 시민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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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아씨. ⓒ시사IN 조남진

2016년 겨울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 소속 학과사무실 조교들이 메일 한 통을 받았다. 2017년 새 학기부터 교내 근로장학금 지급액이 삭감될 예정이라는 통보였다. 당시 조교들은 석 달에 한 번 270만원 정도의 장학금을 받고 있었는데, 여기서 한 사람당 7만원 안팎을 깎겠다는 것이었다. 이 결정은 별다른 반발 없이 관철되었다.

같은 대학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혜화동 인문학 노동자들’이라는 소모임에서 활동하던 구슬아씨(38)는 2017년 여름 이 사건을 알게 됐다. 분명 일을 하고 있음에도 임금이 아닌 ‘장학금’을 받기에 학교가 일방적으로 처우를 낮춰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학교 대학원생들도 모였다. 2018년 2월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현 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노조지부)’이 출범했다. 구씨는 대학원생 노조의 초대 지부장으로 2년간 활동했다. 최근 그 경험을 담은 책 〈연구자가 세상에 말을 건네는 방법〉을 냈다.

구슬아씨가 쓴 책 <연구자가 세상에 말을 건네는 방법>. ⓒ시사IN 조남진

일련의 과정 끝에 문과대 소속 조교 전원의 장학금 액수가 원상회복되었고 삭감된 금액도 추가 지급됐다. 2019년 경북대 화학관 폭발로 대학원생이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은 사고를 계기로, 연구개발 과제에 참여하는 학생연구원도 2022년부터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폭력·착취 뉴스가 나온다. 구씨는 “학문 공동체로서의 대학과 학계가 굴러가는 데 대학원생들의 노동이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노동이 ‘제도 바깥’에 있다 보니 그 강도와 내용, 범주는 물론 대가의 분배가 전적으로 대학 본부나 교수의 재량에 좌우된다. 일을 시키는 쪽과 하는 쪽 사이의 공적 규범이 부재한 상태에서는 ‘갑질’이 횡행할 수밖에 없다. 대학원생을 연구에 종사하는 노동자이자 시민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북미 지역에서는 1960~1970년대에 대학원생 노동조합이 결성되기 시작했다. 2016년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는 대학원생 조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그들이 노동관계법 보호 대상임을 공표했다. 현재 미국 60여 개 대학에 대학원생 노조가 활동 중이다. 소속 대학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노조도 상당수다. 한국의 대학원생 노조도 향후 단체협약 체결까지 나아가는 게 목표다. 최근에는 R&D 예산 삭감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구조와 대결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우리는 착취당하고 또 뒤에 올 사람들을 착취하며 살게 될 것”이라는 이유로 노동조합 운동에 나선 구씨는 책에서 개인의 일과 삶이 “공통의 것을 지키기 위한 공동의 시도, 이를테면 ‘운동’을 배제한 채 앞으로 나아가기는 어렵다”라고 쓴다. 그것이 시민으로서 ‘한 사람의 몫’을 다하는 일이라고 구씨는 믿는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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