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더 해줄 것 없다" vs 전공의들 "법적 대응" 팽팽
사직 전공의들, 복지부장관·병원 고소하며 반발
수련 특례 외 유인책 없다는 정부…복귀 깜깜
쏠림 현상 우려엔 "1명이라도 돌아오는 게 중요"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절반 이상 사직 처리된 미복귀 전공의들이 정부와 수련병원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정부도 더 이상의 유인책은 없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어, 전공의 복귀는 날이 갈수록 요원해지는 모양새다.
19일 전공의를 채용한 151개 병원 중 110개 병원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사직처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임용대상자 1만3531명 중 7648명(56.5%)이 사직(임용포기 포함) 처리됐다. 인턴의 경우 임용대상자 3068명 중 2950명(96.2%)이 사직(임용포기)했고, 레지던트는 1만463명 중 4698명(44.9%)이 사직했다.
수련병원들이 사직 전공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하반기에 모집하겠다고 신청한 인원은 총 7707명이다. 인턴은 2557명, 레지던트는 5150명의 모집인원을 신청했다.
같은 날 기준 전공의 출근율은 10%가 채 되지 않았다. 211개 수련병원에 출근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는 1만3756명 중 1151명(8.4%)에 불과했다. 정부가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철회, 9월 수련 특례 등을 제시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병원들이 낸 신청안을 반영해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을 예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8월 중 병원별로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거친 뒤 9월1일부터 하반기 수련이 시작된다.
정부 바람대로 돌아오는 전공의가 얼마나 될지는 불확실하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거듭된 설득에도 복귀는커녕 오히려 현장으로 돌아가는 동료들의 명단이 담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했고, 수련병원들이 정부 요청에 따라 사직서를 수리하면서부터는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빅6'(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가톨릭중앙의료원·고대의료원) 병원 전공의들 100여명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각 병원장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전공의들의 정당한 수련 받을 권리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게 고소 취지다.
이에 앞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도 17일 "대전협 비대위는 퇴직금 지급 지연, 타 기관 취업 방해 등 전공의들의 노동권을 침해한 병원장에 대해 형사 고발, 민사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정부가 전날 브리핑에서 9월 수련 특례 등 기존 대책 외에는 전공의 복귀를 위한 추가 유인책이 없다고 발표하며 더욱 더 상황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 전공의는 규정상 사직 후 1년 이내 동일 과목, 동일 연차로 복귀할 수 없지만 정부는 이번에 사직한 전공의는 9월 하반기 모집을 통해 복귀할 수 있도록 특례를 제공하기로 한 바 있다.
정부는 의대 증원 백지화와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를 제외한 사안들에 한해선 협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간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 추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 사안에 있어 전공의 의견을 듣겠다며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들어오라 촉구했었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전날 브리핑에선 9월에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 군 입영 연기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하반기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는 군의무사관으로 등록돼있어 군 입대를 해야 한다. 단, 군의관은 700~800명, 공중보건의사는 300~400명 규모로 선발하기 때문에 다수의 미복귀자는 1년 이상 대기해야 한다.
전공의들이 돌아오더라도 지방 병원의 수련생들이 대거 수도권 병원에 지원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복귀 시 권역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필수의료 과목이 아닌 피부과·안과·정형외과·성형외과 등 인기 과목으로 몰리는 현상도 우려된다.
정부는 권역 제한을 두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지역이 어디든 한 명이라도 더 돌아오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김국일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많이 고민해봤는데 일단 전공의 복귀 수 자체가 많지 않다고 생각돼 1명이라도 더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지역 제한은 안 하는 걸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 현장에선 심각한 인력난을 견디지 못해 진료를 축소하고 있으며 응급실 곳곳이 파행 운영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지난 16일 일시적으로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 의존에서 벗어나 전문의 등 숙련 인력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에 착수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ram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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