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시장 옹호한 애덤 스미스, 시장의 간계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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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개인의 영리활동이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이끌려 공적 이익을 증진시킨다." 어쩌면 이 (엉성한) 정의가 장삼이사가 알고 있는 애덤 스미스와 '국부론'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일지도 모른다.
지은이는 애덤 스미스와 얽힌 인물들의 삶과 영향을 탐문하며, 그것이 주저인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에 어떤 자국을 남겼는지, 또한 두 책은 어떤 인과관계를 갖는지 톺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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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동료들과 주고받은 영향 등
경제학자·인문학자·도덕철학자
“상업·제조업 사회 깊이 꿰뚫어”
애덤 스미스 평전
이언 심프슨 로스 지음, 조재희 옮김 l 글항아리 l 5만4000원
“이기적 개인의 영리활동이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이끌려 공적 이익을 증진시킨다.” 어쩌면 이 (엉성한) 정의가 장삼이사가 알고 있는 애덤 스미스와 ‘국부론’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일지도 모른다. 하여 일각에서는 그를 “시장근본주의의 낙관적 옹호자”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국 출신 영문학자 이언 심프슨 로스는 ‘애덤 스미스 평전’에서 애덤 스미스가 “어리석음과 간계가 뒤섞인 책략으로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키며 자신의 부를 추구하는 ‘낭비자와 기획자들’을 비난”했다고 강조한다.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국가”를 긍정하면서도, 정부와 시장 독점 등을 통해 대중을 속이려는 상인과 제조업자들의 폐해를 이미 간파했다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 평전’은 애덤 스미스의 삶의 궤적을 따라 가족과 스승, 친구와 학문적 동료들이 주고받은 영향을 소상하게 밝힌다. ‘국부론’과 ‘도덕감정론’ 등의 위대한 저작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애덤 스미스의 담론들의 의미를 설득력 있게 재구성하는 것은 삶의 이야기가 보태질 때 맥락을 잘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1723년 스코틀랜드 커콜디에서 출생한 스미스는 다양한 학문을 섭렵했다. ‘국부론’(1776)보다 훨씬 앞선 1759년 도덕철학자로서 ‘도덕감정론’을 출간했고, 수사학과 역사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관세 위원, 해외여행 가정교사 등의 일을 하며 세상사에도 밝았다. 이러한 학문적 토대를 쌓는 데 일조한 인물은 글래스고대학 시절 스승 프랜시스 허치슨이다. 허치슨은 이타심에 기반한 “인간의 행복을 위한 시민적·종교적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는 “경제학 체계를 포함해 스미스의 도덕철학의 기초”가 되었다.
애덤 스미스가 평생 영향을 주고받은 사람은 친구 데이비드 흄이었다. 철학과 과학 등 학문의 대화 상대였던 흄은 “우리 사이에 늘 존재했던 그 친밀하고도 진심 어린 우정을 신뢰할 수 있다”며 자신의 사후 ‘자연종교에 관한 대화’의 출간을 맡길 정도였다. 중농주의 경제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경제 이론가이자 의사인 프랑수아 케네 역시 스미스에게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 다만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토지 생산물을 모든 국가의 세입과 국부의 원천”으로 제시한 케네의 이론의 편협함을 지적했다. 스미스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하고 있는 자연스러운 노력이 경제 활동에 대한 편협하고 부당한 정부 개입의 나쁜 결과는 방지하고 교정한다”고 주장했다.
지은이는 애덤 스미스와 얽힌 인물들의 삶과 영향을 탐문하며, 그것이 주저인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에 어떤 자국을 남겼는지, 또한 두 책은 어떤 인과관계를 갖는지 톺아본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애덤 스미스를 일러 “이론적 설득력과 미학적 설득력을 두루 갖춘 ‘체계적 정리’에 능한 경제학자”이자 “인문학에 대한 매우 독창적인 이론가”, 더불어 “인간의 본성과 시민사회에 대한 지혜를 전해줄 수 있는 현실적인 도덕철학자”라고 규정한다. 한편으로는 “스미스는 상업과 제조업 중심 사회를 마르크스보다 더 깊이 꿰뚫어보고 있었던 것 같다”는 말로 18세기 경제학자가 21세기에도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그 심오한 세계를 짧고 둔한 글로 다 담을 수 없음이 아쉽지만, 1000여 쪽에 이르는 ‘애덤 스미스 평전’을 좀더 깊게 읽는다면, 그가 후대에 남긴 자취와 우리 시대의 향방도 더듬을 만하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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