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구멍 난 듯 빠져나간 마음,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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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궁금한 게 많은 존재다.
'마음은 어디에'라는 책 제목은 그 자체가 주인공 동수의 질문이다.
"마음은 어디에 있어요?" 질문을 마주한 사람들은 각각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은 아이들이 갑작스레 던지는 질문들 가운데 최상급 레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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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만난 제각각의 대답
그속에 담긴 따뜻한 시선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마음은 어디에
이수영 글, 김선진 그림 l 그림책공작소 l 1만8000원
아이들은 궁금한 게 많은 존재다. 말을 배우기 시작한 순간부터 아이들은 어른들을 향해 질문 세례를 퍼붓는다. 질문을 마주한 어른들은 대답을 잘해야 한다. “하늘은 왜 파래요?” 같은 질문에 빛의 산란현상을 설명하기 시작한다면 상상력이 부족하다 못해 따분한 어른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아이들의 질문은 난데없어 보이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질문 속엔 언제나 맥락이 숨겨져 있다.
‘마음은 어디에’라는 책 제목은 그 자체가 주인공 동수의 질문이다. 일요일 아침잠에서 깬 동수가 엄마를 찾지만 엄마는 가게에 나가고 집에는 동수 혼자뿐이다. 혼자서 먹는 밥은 맛이 없고 휴대폰 게임도 재미가 없다.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친구는 부모님과 놀이동산에 갔다. “마음이 좀 이상하다. 뭔가 빠져나가는 것 같다. 마음에 구멍이 난 걸까? 그런데… 마음은 어디에 있지?”
‘마음’을 찾아 집밖을 나선 동수는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질문을 던진다. “마음은 어디에 있어요?” 질문을 마주한 사람들은 각각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책방 사장님은 ‘마음 여행’이라는 책을 건네주고, 분식집 사장님은 “마음? 이 떡볶이에 다 넣었지” 하며 떡볶이 한 컵을 내민다. 배달부 형은 ‘마음’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서 보여주고, 열쇠가게 할아버지는 마음을 찾으면 열어보라며 열쇠를 선물한다.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은 아이들이 갑작스레 던지는 질문들 가운데 최상급 레벨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깊이 탐구해온 주제지만 정답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동수의 갑작스러운 질문을 마주한 동네 어른들의 대답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같다. 동수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다. 그렇게 동수는 동네 사람들의 ‘마음’을 한 아름 안고 집으로 돌아오며 마음이라는 것이 어디에 있는지를 어렴풋이 깨닫는다 .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엄마의 등을 동수가 꼭 껴안는 장면에선 코끝이 찡해진다.
이 책의 표지에는 아파트 베란다 밖을 내다보며 웃고 있는 동수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표지를 들춰 나타난 첫 페이지에서 동수의 표정은 우울함으로 바뀐다. 책의 표지가 뚫려 있어 동수의 얼굴은 같은 그림이지만 동수를 둘러싼 배경이 텅 빈 집안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같은 표정을 하고 있더라도 그가 겪고 있는 상황과 배경에 따라 그의 마음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김선진 그림작가는 이 책의 그림으로 ‘2024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됐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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