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의 모든 것에 도전하는 ‘바캉스 프로젝트’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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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국제도서전'이 끝났다.
그림책 관련 부스 중 가장 주목을 받은 곳은 2019년 이후 6년째 줄곧 붐벼왔던 '바캉스 프로젝트'였다.
이들은 기존 출판 시스템에서 안정적으로 책을 낼 수 있는데도, 왜 독립출판물을 시도할까? 7년 전, 작가들에게 '바캉스'를 맨 처음 제안한 이수지 작가에게 물어보았다.
그 후 '바캉스'는 올해 시즌6을 지나며 76종의 그림책을 출간하고, 15명의 참여 작가가 또 다른 일탈을 즐겁게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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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국제도서전’이 끝났다. 그림책 관련 부스 중 가장 주목을 받은 곳은 2019년 이후 6년째 줄곧 붐벼왔던 ‘바캉스 프로젝트’였다. ‘바캉스’는 독립출판 작가 그룹으로 내용, 서사구조, 제본방식, 물리적 형태 등 모든 것에 도전한다. 화투의 이미지를 가져온 ‘화투타령’(신동준, 2019)은 사행성과 관련된 요소라는 어린이책의 금기를 깼으며, 책장을 다 펼치면 넓은 게임 판이 되는 ‘여기가 놀보씨 집이오’(강혜숙, 2019)는 그림책 형식이 후가공비에 제한되는 한계를 벗어난다. 여기에 이수지, 소윤경, 노인경, 서현, 정진호 등 지명도가 높은 작가들이 보여주는 신선한 시도는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이들은 기존 출판 시스템에서 안정적으로 책을 낼 수 있는데도, 왜 독립출판물을 시도할까? 7년 전, 작가들에게 ‘바캉스’를 맨 처음 제안한 이수지 작가에게 물어보았다. 일반 출판 작업은 1년 이상 장기간이 소요되고 제한이 많은 편이다. 놀이판처럼 틀을 넘은 아티스트북을 시도하면 어떨까? 전화를 받은 모든 작가가 참여했다. 그 후 ‘바캉스’는 올해 시즌6을 지나며 76종의 그림책을 출간하고, 15명의 참여 작가가 또 다른 일탈을 즐겁게 꾀하고 있다.
처음 발상은 아티스트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코라이니 출판사’(Corraini Edizioni)의 ‘운 세디체시모’(Un Sedicesimo) 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 전지를 접고 잘라서 나온 16장으로 구성된 책이라는 의미로, 편집의 개입 없이 작가의 의도가 날것으로 드러난다. 작가가 디자인, 인쇄, 제본 등 후가공까지 감당하는 ‘바캉스’와 일맥상통한다. 물론 작가들마다 ‘바캉스’에 참여하는 동기는 다양할 수 있다. 소윤경 작가는 예술가와 출판미술가를 나누려는 세간의 시선에서 오는 갈증에 대한 해소를, 이수지 작가는 또 다른 의미로 옛이야기에 대한 풍부한 해석과 변주를 시도할 수 있음을 든다. 프로젝트를 통해 심청전이, 정서에 주목한 ‘심청’(이수지, 2019), 현대적 배경으로 푼 ‘춤’(이명애, 2020), 죽지 않고 아버지의 곁을 지키는 ‘심청’(노인경, 2024) 등 세 종류로 나온 것이 그 예이다.
한편, 작가의 개성과 확장된 해석이 돋보이는 경우도 있다. ‘눈 내리는 삼일포’(이수지, 2024)는 18세기 심사정의 ‘고성삼일포도’ 위에 하강하는 눈송이를 동그란 터치로 그려냄으로써 300년의 시간을 삽시간에 현재와 맞닿게 한다. 책장 넘김과 함께, 점차 눈이 화면을 가득 채우면서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고 판타지로 들어간다. 또한 코로나 때의 고립감을 추사 김정희의 긴 유배기간을 떠올리며 견뎠다는 소윤경의 ‘세한도’(2024)는 정작 잘 몰랐던 ‘세한도’로부터 위로를 받게 해준다. 추사의 붓 선을 참선하듯 서양화 기법으로 다시 그렸다는 그림이 정갈하다. 추사의 감정에 따른 색의 연출도 눈길을 끈다.
최근 한국 그림책의 시장 상황은 대다수의 책이 1년 안에 초판을 다 판매하지 못할 정도로 어둡다. 독자들의 반응은 시장이 원하는 것을 짚어내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창작자들에게 ‘바캉스 프로젝트’가 하나의 출구가 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은숙 그림책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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