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등급이 있지 않고, 슬픔에 자격이 있지 않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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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나 참사를 겪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런 비극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상상만으로도 버거운 이 과정을 잘 헤쳐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슬픔에 대처하는 방법", 즉 '애도 연습'이다.
읽다 보면 '잘 슬퍼하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슬픔을 재촉하지 않고 묵묵하게 기다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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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연습
정혜신 지음 l 창비 l 1만1000원
죽음이나 참사를 겪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런 비극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슬픔과 눈물 한가운데를 살고, 그리하여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누군가를 애도하는 일은 누구나 일생에 한 번쯤 필히 겪어내야 한다.
비극의 현장에서 마음들을 돌봐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혜신은 “충분히 마음껏 힘들어할 수 있어야만 그다음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묻어두는 대신, “떠난 사람에 대해 더는 할 이야기가 없을 만큼” 충분히 슬퍼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버거운 이 과정을 잘 헤쳐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슬픔에 대처하는 방법”, 즉 ‘애도 연습’이다.
타인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슬픔은 예고 없이 다가온다. 피를 나눈 가족이나 진득한 관계를 유지한 주변인은 아닐지라도 어떤 죽음은 마치 내 것처럼 날카롭게 느껴진다. 세월호나 이태원 등 사회 곳곳에서 벌어진 참사를 두고 시민들의 애도가 계속되는 것처럼 말이다.
고통에는 등급이 있지 않고, 슬픔에는 자격이 있지 않다. ‘내가 너무 유난은 아닐까’ 검열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들여다볼 것을 저자는 권한다. 읽다 보면 ‘잘 슬퍼하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슬픔을 재촉하지 않고 묵묵하게 기다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애도 연습도 연습인 법. 꾸준함이 핵심이다. 100쪽을 약간 넘는 가벼운 단행본 형식이 적합하게 느껴진다. ‘하루에 6분씩 5일’이면 완독할 수 있다고 출판사는 소개하는데, 평소 읽기에 거부감이 없는 독자라면 무난히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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