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일본적이면서 한국적인 한 교토 여행기

김남일 기자 2024. 7. 1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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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교토에는 세계문화유산이 17곳 있다.

교토는 "가장 한국사적인 외국 도시"이다.

그래서 책의 절반은 교토 속 한국이다.

관광명소 지온인에는 사회운동·노동운동에 헌신한 이들을 기리는 '교토해방운동전사의 비'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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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
이인우 지음 l 파람북 l 2만3800원

천년고도 교토에는 세계문화유산이 17곳 있다. 초엔저 전에도 오버투어리즘은 일상이었다. 전직 기자인 지은이는 너무나 일본적인 이곳에서 대학 객원연구원으로 지내며 일정 빠듯한 관광객 아닌 느긋한 산보자의 걸음과 시선을 장착했다.

‘교토 교양 트레킹’을 표방한 책은 사람 몰리는 관광명소라고 일부러 비껴가지 않는다. 오히려 그곳에서 문화도시 교토를 낳은 일본적 미학과 민중의 생동성을 찾아낸다. 료안지의 일본식 정원 가레산스이는 시끄러운 단체관광객도 돌연 집단명상에 빠뜨리는 신묘함이 있다. 그 문화적 기원을 두고 중국 선불교와 산수화의 영향에 더해 돈 없는 승려들의 정원이라며 ‘가라산스이’(산과 물이지만 산과 물이 없다!)라고 살짝 비튼다. 은각사가 결국 은칠을 못 한 것에서 간소·질박·고요라는 근세 일본의 미의식을 찾는다는 설명이나, 잿더미가 된 금각사에 금칠에 금칠을 더한 “강렬한 세속성”을 천박하게 여긴 일본인이 적지 않았다는 얘기는 시각적 대비 못지않은 지적 자극을 준다. 니시키시장 가서는 18세기 청과물가게 장남 출신 화가가 그린 과소열반도(열반에 든 부처는 무, 둘러싼 제자는 배추 등 채소로 그렸다) 얘기를 쌈채소처럼 곁들인다. 유명한 ‘철학의 길’에 빗대 35㎞에 달하는 비와호 인공수로를 ‘공학의 길’로 명명하며 교토다움의 여러 지층도 보여준다.

교토는 “가장 한국사적인 외국 도시”이다. 그래서 책의 절반은 교토 속 한국이다. 붉은 도리이가 산 정상까지 장관을 이루는 후시미이나리신사는 신라계 도래인과 인연이 있다. 지은이는 여러 지명과 이름이 가지는 유래를 집요하게 더듬어 고대 한반도를 교토로 가져온다. 기자 출신 특유의 교차취재는 임진왜란 때 울산에서 교토로 넘어갔다는 오색동백에서 꽃을 피운다.

교토는 “피차별 해방운동의 중심, 근대 민권사상과 사회주의 운동의 온상”이기도 했다. 관광명소 지온인에는 사회운동·노동운동에 헌신한 이들을 기리는 ‘교토해방운동전사의 비’가 숨어 있다. 한일 시민연대 상징 우토로평화기념관, 일본 국민작가 시바 료타로가 재일동포 사업가 정조문 형제와 손잡은 결실인 고려미술관도 빼놓지 않는다. ‘유신의 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메이지유신 기념관과 전몰자 위패를 합사한 호국신사에 대해 “한국인이라면 이곳을 피해 가선 안 된다”고 말한다. 지은이의 교토 여정은 윤동주기념비에서 끝난다. 금각사 같으면서도 은각사 같고 그 반대 같기도 한 도시가 교토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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