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시행 연기 수순…자본이득 과세 또 무산되나
실질적 자본이득세 되도록 배당소득 등 포함 검토해야
연간 5천만원 이상의 금융투자 양도소득에 대해 물리기로 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시행 연기 수순을 밟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거듭 유예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의 재검토 요구와 맞물려 금투세는 최소 유예 또는 폐지가 유력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자본이득 과세로의 전환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후보는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가 주관한 당 대표 후보자 방송토론회에서 "(종부세와 금투세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처럼 무조건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 주 후보 출마 선언에서도 "근본적으로 증권거래세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함부로 결정하긴 쉽지 않겠다고 생각한다"며 "시행 시기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투세 폐지를 주장해왔던 여당은 즉각 화답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논의에 즉각 착수하자"고 호응했고, 전날 재정·제제개편특별위원회 특별위원회에서 송언석 위원장도 "행동 없이 말만 계속 하는 것은 민감한 자본시장의 불확실성과 혼란만 가중할 뿐"이라며 "민주당의 진정성 있는 협조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금투세는 '금융투자소득', 즉 국내외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을 매매해 발생한 소득(양도소득)이 부과 대상이다. 그동안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선 '금융소득'으로 과세해왔지만, 원금손실 가능성 있는 투자에 대한 과세는 금투세를 통해 처음 도입된다. 기존에 자본시장 거래에 대해서는 주식을 매도할 때 차익여부와 관계없이 매도액수에 일정 비율로 거래세를 걷어왔다.
정부·여당과 시장은 국내 주식투자자가 150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금투세 도입이 국민의 자산형성 기회를 해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 세제 전문가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그만큼 시장 참여자가 광범위해지고 자본시장을 통한 소득이 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자본시장법률 전문가는 "노동소득만큼 자본소득을 벌어들이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고, 상위 소득자일수록 자본소득이 훨씬 더 많은 구조"라며 "노동소득에는 철저히 과세하면서 자본소득에 제대로 과세하지 않는 것은 조세정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주식거래에 과세를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금투세는 그동안 거래세로 거두던 부분을 양도세로 사실상 더 조세정의에 부합하게 항목 변경하겠다는 것"이라며 "대신 여전히 배당소득은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 별도로 과세되는 등 혼잡한 체계는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투세 도입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본다거나 국내증시에서 막대한 자금이탈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하지만, 현재 모습대로 금투세가 시행됐을 때 모순적인 상황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금투세 도입과 함께 증권거래세는 내년 폐지될 예정이지만 실질적인 거래세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유가증권 시장에선 0.03%의 증권거래세가 없어지는 반면 농어촌특별세(0.15%)는 계속 적용되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에는 증권거래세 0.15%가 계속 부과된다. 주식거래 손익과 관계없이 매도할 때 금액에 무조건 부과되는 세금이다.
또 금투세가 도입되면 국내주식의 경우 손익 5천만원까지는 비과세지만, 여전히 이자와 배당소득은 금융소득종합과세 체계에서 과세된다. 2천만원까지는 15.4% 분리과세, 2천만원 이상인 경우 종합소득과세로 누진세율(최대 49.5%)을 적용받는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실질적인 자본이득세로 기능하려면 배당소득도 금투세에 포함해 분류과세 해야 한다"며 "대신 금투세 역시 소득별로 세율을 더 차등화해 일반 투자자들의 부담은 줄이고 고소득자들로부터 세수는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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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다운 기자 jd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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