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칼럼] 가축방역 교훈과 과수 화상병 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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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의 구제역이라고 불리는 과수 화상병이 5월에 발생했다.
정부는 화상병이 발생하자 5월29일 위기관리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단계로 격상했다.
따라서 화상병도 발생 즉시는 아니더라도 여러 지역에서 발생할 경우에는 즉각 심각단계를 발령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2015년 최초로 화상병이 발생했을 때 100m 내 과수나무의 매몰 원칙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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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의 구제역이라고 불리는 과수 화상병이 5월에 발생했다. 가축질병인 조류인플루엔자(AI)나 구제역이 잠잠해지니 화상병이 확산하고 있다.
필자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AI와 구제역과의 전쟁을 경험한 바 있다. 그래서 화상병 방제에 참고가 될까 가축 방역의 경험을 공유해본다.
첫째, 발생 초기 강력한 방제 조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는 화상병이 발생하자 5월29일 위기관리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단계로 격상했다. 그러면서 7월초까지 발생한 화상병 발생 건수는 130농가, 64ha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 상황이 경계 수준 단계인지 과학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가축 방역에 대비해서 말이다.
가축질병의 경우는 발생 초기 강력한 방역 조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심각 단계 발령 조건을 ‘여러 지역에 가축질병 발생이나 전국 확산 우려 시’에서 ‘가축질병 발생 즉시’로 방역 매뉴얼을 2017년 개정했다. 따라서 화상병도 발생 즉시는 아니더라도 여러 지역에서 발생할 경우에는 즉각 심각단계를 발령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2015년 최초로 화상병이 발생했을 때 100m 내 과수나무의 매몰 원칙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농가도 화상병을 AI나 구제역 등과 같은 재난으로 인식하고 정부의 조치에 따랐다. 그러나 적은 폐원 보상금 등으로 매몰 조치에 대한 농가의 반발이 커지자 발생 나무 중심의 선별적 매몰 처리로 전환했다. 그 결과, 기존 발생농장의 인근 지역에도 계속 확산하는 실정이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둘째, 과감한 선제 조치가 성공적인 방제의 핵심이라는 사실이다. 현재의 화상병 방제는 농업인이 신고한 후 초동 대응반이 조치하는 사후 약방문식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농가의 신고에 주로 의존하면 농가는 발생이 의심되는 나무를 제거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발생 인근 농장이나 주산지에 대해서는 담당자를 지정하고 주기적으로 전수조사해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과거 가축 방역 시 1개 농장에서 발생하더라도 그 농장주가 관리하는 여러 지역의 농장까지 선제적으로 모두 매몰 처리했다. 이는 농장주가 여러 농장을 다니면서 바이러스를 전염시켰을 것에 대비한 사전 조치였다. 최근 과수원도 임대차가 늘어나 임차인이 여러 지역을 관리함에 따라 한 농장에서 발생하면 다른 농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방제당국은 임차농의 실태를 모두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발생 즉시 역학농가까지 조치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주산지 사과·배 과수원이 대부분 화상병에 걸렸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해야 한다. 우리의 주산지 과수농장은 대부분 서로 인접해 있고, 과수 작업단이 여러 농장을 이동하며 봉지 씌우기나 수확 작업을 한다. 따라서 사람이나 장비·차량에 의해 화상병이 전국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심각단계에 준하는 최고 수준으로 강도 높게 화상병을 관리할 때다. 유럽에서도 올리브나무의 질병(Olive Quick Decline Syndrome)이 창궐해 이탈리아 올리브오일 생산이 지난 10년간 50% 수준 감소하고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만성적인 질환에는 일시적인 진통제보다 근본적인 수술 처방을 내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의 사과와 배가 이탈리아의 올리브나무가 될 수도 있다.
이준원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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