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로 관리 ‘허점 투성이’…관리기관 제각각, 예산도 부족

지유리 기자 2024. 7.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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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태풍 등으로 농작물 침수 피해가 반복되는 가운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용·배수로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용·배수로 정비는 연례적으로 처리해야 할 과제지만 만성적인 예산·인력 부족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전국에서 용·배수로를 고쳐달라는 민원이 밀려드는데 예산이 한정돼 있어 우선순위를 정해 정비할 수밖에 없다"면서 "해마다 예산이 인상되곤 있지만 수요에 비해서는 턱없이 모자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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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공사·지자체 관할 달라
유지보수 등 문제 해결 늦어져
만성적 예산·인력 부족도 과제
이상기후 일상화…대책 시급
이미지투데이

호우·태풍 등으로 농작물 침수 피해가 반복되는 가운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용·배수로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담당 기관이 한국농어촌공사와 지방자치단체로 이원화돼 있는 데다 예산 부족으로 실효적인 대처가 미흡해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8∼10일 내린 집중호우로 12일 기준 전국 농작물 1만756㏊가 침수되고 농경지 139.8㏊가 유실되거나 매몰됐다. 강한 국지성 호우가 원인이지만 용·배수로를 제때 유지보수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정황도 보인다. 일부 지역에선 지난해에 이어 같은 피해가 재발하면서 이번 재해가 ‘인재’ 성격을 띤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비로 시설하우스 0.2㏊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본 경북 의성군 봉양면의 한 오이농가는 “정도만 다를 뿐 수해가 매년 일어난다”면서 “시설하우스 인근 농수로가 자주 막히는 탓인데 여러차례 민원을 제기해도 별다른 조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용·배수로가 효과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는 건 담당 기관이 둘로 나눠진 탓이 크다. 2023년말 기준 전국 용·배수로의 10만764㎞는 농어촌공사, 8만9067㎞는 지자체 소관이다. 관리 주체가 다르다보니 농민들은 농수로 막힘·파손 등 문제가 생길 때마다 관할 기관을 찾다가 수일씩 허비하기 십상이다. 하룻밤 내린 비에도 재해 수준의 침수가 나타나는데, 며칠씩 유지보수가 지연되면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용·배수로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농작업에 불편을 겪는다고 호소하는 농민이 적지 않다.

농어촌공사의 경우 같은 시·군 내에서도 용·배수로 구간마다 관할 지사가 달라 혼선을 빚는다. 가령 충남 예산군은 덕산면 광천리·복당리·내라리 등은 홍성지사가, 신암면 하평리는 당진지사가 관리한다. 행정구역이 아니라 하천구역에 따라 소관 지사를 배정했다는 게 농어촌공사의 설명인데, 이 때문에 생기는 불편은 고스란히 농민의 몫이다.

홍원표 예산군의회 의원(국민의힘)은 “농민이 어디에 민원을 접수하든지 일괄적으로 처리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관계기관이 업무협약을 맺어 민원을 공유하는 통합체계가 구축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용·배수로 정비는 연례적으로 처리해야 할 과제지만 만성적인 예산·인력 부족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특히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서 유지보수가 필요한 구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 간과되는 현실은 문제로 꼽힌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전국에서 용·배수로를 고쳐달라는 민원이 밀려드는데 예산이 한정돼 있어 우선순위를 정해 정비할 수밖에 없다”면서 “해마다 예산이 인상되곤 있지만 수요에 비해서는 턱없이 모자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산 확대를 요청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체 농·배수로의 정비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이와 함께 최근 기록적인 강수가 잦아지면서 배수시설 개선 요구도 높지만 예산 부족 탓에 사고 위험만 키우는 현장이 늘고 있다. 농촌의 한 기초지자체장은 “인구 감소로 군 예산이 쪼그라드는 반면 농업 재해는 늘어나 돈 들어갈 곳이 많다”면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통 큰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치권도 농업 기반시설 정비 예산을 확대해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은 11일 열린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기상이변에 따른 농촌 안전사고가 많다”면서 “지자체와 협의해 위험한 곳에는 행안부 특별교부세를 활용해 사전에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농로 주변의 안전조치와 관련해 특별교부세 등의 방안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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