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바레’ 가고 ‘해들·알찬미’…벼 외래종 퇴출시켜 ‘품종독립’ 앞당긴다

박하늘 기자 2024. 7.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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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벼 종자 자급률 확대 노력에 힘입어 국내 전체 쌀 재배면적 가운데 외래 품종 비율이 지난해 4.3%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기 등 일부 지역에선 '추청(아키바레)' '고시히카리' 등 외래 품종도 여전히 많이 심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품종은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이 경기 이천시와 NH농협 이천시지부, 이천지역 농협 등 수요자 의견을 수렴해 '아키바레' '고시히카리'를 대체할 품종으로 선발·육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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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3% 재배…경기 집중
병해충 약하고 잘 쓰러져 애로
농진청, 수요자 맞춤 육종 나서
산지 생산·유통주체 합심 모색
이천, 4년만에 완전 대체 성과
경기 이천지역에서 재배 중인 ‘해들’의 모습. 이 품종은 ‘고시히카리’를 대체할 품종으로 꼽힌다. 농촌진흥청

정부의 벼 종자 자급률 확대 노력에 힘입어 국내 전체 쌀 재배면적 가운데 외래 품종 비율이 지난해 4.3%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기 등 일부 지역에선 ‘추청(아키바레)’ ‘고시히카리’ 등 외래 품종도 여전히 많이 심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경기권 외래 벼 품종의 국산 품종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천지역, 품종 개발 3∼4년 만에 자급률 100% ‘기염’=농촌진흥청은 2016년부터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 연구(SPP)’를 통해 외래 품종을 대체할 국산 품종을 개발해오고 있다. 종자 주권을 강화해 국내 쌀산업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다.

대표 품종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개발한 ‘해들’과 ‘알찬미’다. 이들 품종은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이 경기 이천시와 NH농협 이천시지부, 이천지역 농협 등 수요자 의견을 수렴해 ‘아키바레’ ‘고시히카리’를 대체할 품종으로 선발·육종한 것이다.

‘해들’은 추석 전에 수확할 수 있는 조생종으로 도열병·흰잎마름병에 강하다. ‘알찬미’는 중생종으로 흰잎마름병·줄무늬잎마름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두 품종 모두 소비자 밥맛 검정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당시 반일 감정이 확산한 상황 속에서 정부·지방자치단체·농협 간 삼박자를 맞춘 노력이 맞물리며 이천지역에선 품종을 개발한 지 3∼4년 만인 2022년 종전에 심던 외래 벼 품종을 모두 대체하는 성과를 낳았다.

국내 전체 외래 벼 재배면적도 2016년 8만1850㏊에서 지난해 3만665㏊로 절반 이상 줄었다.

‘벼 품종 독립’은 농가소득과도 밀접=전문가들은 외래 벼 품종을 국산으로 대체하는 것은 농가소득 증대와도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전체 외래 벼 재배면적의 70%는 ‘아키바레’(2만1467㏊)가 차지했다. 이어 ‘고시히카리’가 25.6%(7847㏊)를 점유했다. 두 품종은 선천적으로 병해충에 약하고 잘 쓰러진다.

더욱이 ‘아키바레’는 1970년대 국내에 보급된 이후 품종 개량이 이뤄지지 않았다. 토양·기후 등 국내 재배여건이 변화하면서 ‘아키바레’ 미질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배경이다.

이병규 식량원 중부작물부 중부작물과장은 “두 품종은 도복이 심해 피해가 나타날 때가 많고 도열병에 취약해 약제를 더 많이 써야 한다”면서 “국내 풍토에 최적화한 국산 품종을 많이 심을수록 벼농가의 소득 증대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2027년 외래 벼 재배면적 1만㏊ 이하’ 달성하려면=과제도 적지 않다. 경기지역은 국내에서 외래 벼 재배면적이 가장 넓다. 지난해 기준 외래 벼 재배면적의 71.5%(2만1933㏊)가 분포돼 있다. 서울이란 거대 소비시장을 곁에 둔 것이 요인으로 꼽힌다. 소비지에서 일부 외래 벼 품종에 대한 인지도가 높다 보니 산지에서 품종을 전환하는 데 보수적일 수밖에 없어서다.

그러나 농진청은 산지 생산·유통 주체들이 합심한다면 제2·제3의 이천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한다.

16일 식량원 중부작물부가 ‘경기지역 외래벼 재배면적 축소를 위한 사업설명회’를 연 이유다. 설명회엔 SPP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경기 용인·양평지역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지역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관계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농진청은 이 자리에서 내년 SPP사업에 참여하면 각 지역에 적합한 품종을 올해 선발한 뒤 내년 2월 시험포을 선정한 후 4∼6월 파종·이앙이 이뤄지도록 돕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박기도 식량원 중부작물부장은 “외래 벼 재배면적을 2027년까지 1만㏊ 이하로 줄이는 것이 정책 목표”라면서 “우수한 국산 품종으로 대체함으로써 비바람에도 걱정 없이 농민들이 벼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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