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 단일화' 무산…두 후보, '어대한' 막을 비책 있나
한동훈 '공소취소 폭로' 논란…손익계산 분주
친윤계도 '단일화'로 판 뒤집기 어렵다 판단한 듯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분위기 반전을 위한 수로 꼽혔던 여론조사 2·3위 나경원·원희룡 후보의 단일화가 무산되는 분위기다. 두 사람이 '각자도생'에 나서기로 한 데는 '한 후보의 경선 득표율이 과반에 못 미쳐 결선으로 갈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에서 실제 물밑 논의 또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나·원 후보 단일화론'은 전당대회 기간 내내 '어대한'에 영향을 줄 변수로 주목받았다. 두 사람 모두 토론회와 합동연설회에서 줄곧 한 후보에게 공세를 이어온 만큼, 힘을 합친다면 '친윤(친윤석열)계' 결집 효과로 한 후보 과반을 막기가 보다 수월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간 두 사람 다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지는 않았다. 원 후보는 지난 15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열려있다'. 네 글자가 전부"라고 말했다. 나 후보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인위적인 단일화는 아니겠지만, 지금까지 여론 추세에 비춰보면 나를 지지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오전 나 후보는 '원 후보가 패스트트랙 공소 사건에 대해 한 후보를 비판했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묻자 "특별히 지금 단일화를 논의할 건 아닌 것 같다"며 사실상 가능성을 차단했다.
언론을 통해 '단일화 군불때기'가 이어졌지만, 양측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단일화에 대해 어떤 의견 교환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 후보 캠프 관계자는 18일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두 후보 간 단일화를 바라는 분들이 일부 있지 않겠느냐"면서도 "막상 후보끼리 이를 두고 논의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또 "결선 투표를 가게 되더라도 두 후보 간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도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원 후보 캠프 측 분석은 미묘하게 달랐다.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두 후보 간 단일화는 오늘 기준으로는 무산됐다"면서도 "결선에서 아마 자연스럽게 두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한 후보 당선 저지를 위한 후보간 의견 교환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나 후보 캠프와 같은 답변이 나왔다.
한 후보 협공에 적극적이었던 나·원 후보가 정작 '합심'에 주저한 데에는 두 후보 간 크지 않은 지지율 격차 때문으로 보인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 기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휴대전화 가상번호 이용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 응답률 1.4%·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는 한 후보가 43.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원희룡 후보 11.3%, 나경원 후보 10.7%, 윤상현 후보 8.9% 순으로 나타났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두 후보 모두 '공소 취소 폭로'로 한 후보의 지지세가 빠져, 결선 투표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양쪽 지지율이 엇비슷한 상황에서 한 쪽이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한 후보의 비상을 무슨 수로든 막아야 하는 친윤의 '현실을 고려한 전략'이라는 말도 있다. 현재 여러 여론조사를 종합해볼 때 한 후보의 1차 과반 득표가 유력한 상황에서, 친윤계가 현실화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결선 투표를 위해 자신들을 비판해온 나 후보와 손을 잡았다가는 되려 '친윤 베이스캠프'마저 와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단일화가 판을 뒤집을 확실한 가능성이 있었으면 친윤쪽에서 치열하게 물밑 작업을 주도했을 것"이라며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면 결국 한 후보만 키워주는 꼴인데, 원 후보 중심으로 친윤 결집을 확실히 유지한 채로 나중에 '대표 한동훈'이랑 싸우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레이스 완주 의지를 다진 두 후보는 남은 기간 한 후보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폭로'를 공략해 한 후보 과반을 막고, 자신의 강점을 부각해 2위 자리를 차지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나·원 후보 관계자들은 모두 "막판 여러 상황을 보면 결선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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