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바잉'에 화들짝…29년까지 23.6만호 분양, '그린벨트'도 푼다

세종=박광범 기자, 세종=정현수 기자 2024. 7.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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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를 2만호 이상 발굴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3기 신도시 등에는 시세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2029년까지 23만6000호를 분양한다. 다음달에는 추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도 내놓는다.

29년까지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23만6000호 분양, 그린벨트 해제해 수도권 신규택지 2만호 이상 추가 공급
정부는 18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주택가격 추이와 공급 상황 등을 점검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부동산 시장은 서울·수도권 일부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는 등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라며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면서 청년과 무주택 서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주택공급을 확실하게 늘리겠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2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4% 오르는 등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반면 지방의 주택가격은 하락하며 양극화된 모습을 보인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은 수도권 공급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9년까지 3기 신도시 5개 지구에서 7만7000호, 수도권 중소택지 60여개 지구에서 15만9000호 등 총 23만6000호를 분양한다. 수도권 중소택지는 구리갈매역세권, 안산장상 등 면적 330만㎡ 미만인 지구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3기 신도시 분양은 올해 9월 인천계양을 시작으로 2025년 상반기 고양창릉, 하남교산 등에서 본격 진행된다"며 "장래의 수도권 주택공급은 충분히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수도권 신규택지를 2만호 이상 추가 공급한다.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는 올해 하반기 중 발표한다. 도심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을 촉진하기 위해선 추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갈등 중재를 확대해 정비사업의 착공·준공 지연도 최소화한다.

전세시장 안정을 위한 카드는 연립주택 등 비(非)아파트 공급 확대다. 전세사기에서 비교적 안전한 공공 매입임대 주택은 내년까지 최소 1만호 이상 추가 공급한다. 이 경우 공급 물량은 13만호 이상으로 늘어난다. 특히 올해 하반기 중 공공 매입임대 주택 5만4000호를 수도권에 집중 공급한다.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는 예정대로 9월부터 적용한다. 7월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던 2단계 스트레스 DSR는 소상공인 대책 등을 이유로 2개월 연기됐다. 스트레스 DSR는 금리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그만큼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주택가격 상승세가 투기적 수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점검반을 가동하고, 차관급 '부동산 시장 공급상황 점검 TF(태스크포스)'를 매주 운영한다.

최 부총리는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 과열이 나타난다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현재 관계기관 합동으로 준비 중인 추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8월 중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일부 지역 '패닝 바잉' 현실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 평균 거래금액 추이/그래픽=이지혜
정부가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그만큼 최근 부동산 시장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는 의미다.

정부는 현재 부동산 시장 전반에 과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비(非)아파트와 지방 주택가격은 외려 하락 추세여서다.

다만 최근 서울·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투기 수요 등 과열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을 눈여겨 보고 있다.

실제 서울 일부 지역에선 아파트 '패닉 바잉(공황 구매)' 현상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올해부터 입주 물량이 줄어들고 2~3년 뒤 공급 물량을 가늠할 인허가 지표가 바닥을 치자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지금이 내 집 마련의 적기'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동시에 아파트 전세값이 뛰면서 "이럴 바엔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수요도 아파트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이 9월로 밀리며 머지않아 은행 대출한도가 추가로 줄고 하반기에는 기준금리가 내릴 것이란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지금이 막차'라는 불안감이 수요를 자극했다.

패닉바잉 현상이 나타나는 대표적 지역은 서울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다. 강남 3구에는 세금폭탄을 피해 '똘똘한 한 채'를 갖겠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 30~40대 직장인들 위주의 이른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세대들은 마용성으로 향하고 있단 분석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688건으로 2020년 12월(7745건)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에는 7000건을 넘길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거래가 늘었다는 것은 수요가 꿈틀거린다는 의미로 결과적으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12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강남 3구와 마용성 등 집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일각에선 갭투자(전세 안고 매매)가 늘고 지방에서 서울 아파트 원정 투자가 증가하는 등 이미 부동산 시장이 과열 단계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 과열 아니고 공급도 충분하지만…
정부 판단은 다르다. 정부가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전세보증금을 승계해 매매거래를 체결한 갭투자 비율은 지난 5월 기준 37.3%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2021년 12월(60.1%)에 비해 크게 낮다. 서울 아파트 매수자 중 서울 외 지역 거주민 비율도 20.5%로 예년 대비 낮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책금융 등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신생아특례 구입·전세자금 대출은 약 4조원 공급됐으며 이중 신규대출은 2조2000억원, 대환용도가 1조8000억원으로 주택시장에 순증으로 유입된 금액은 많지 않다"며 "청년·서민·실수요자에게는 정책금융을 차질없이 지원하되 과도한 유동성이 유입되지 않도록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택공급 예정 물량 역시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다소 감소할 예정이지만 이는 미분양이 누적된 지방 입주물량이 줄어든 영향이라는 것이다. 수도권 입주예정 아파트는 2024년 18만8000호, 2025년 15만2000호로 지난 10년 평균(연간 17만1000호) 대비 90~110% 수준이란 설명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심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시장 특성을 고려해 추가 공급 확대와 함께 투기 수요 단속에 적극 나서겠단 방침이다. 주택공급 예정 물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이날 회의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수도권 신규택지 추가 공급 방침 등을 밝힌 이유다.

정부는 또 8월중 추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합동 현장 점검반을 가동해 시장교란행위를 단속하고 불법행위 엄단 및 탈루세액 추징 등 투기거래도 근절한다는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국민의 주거안정을 민생의 핵심과제로 두고 관계부처 공조하에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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