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수주 걱정없이 '2+2'…체코원전 수출 경제효과 '잭팟'
"저가 수주에 대한 걱정은 덜었다."
이번에 팀 코리아가 수주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의 총 사업비는 24조원 규모다. 그간 언론 보도 등에서 원전 4기에 최대 30조원 규모로 보도된 것을 감안하면 이를 훨씬 웃도는 액수다.
체코가 향후 발주할 가능성이 높은 테믈린 원전 2기 협상의 우선권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있어 향후 국내 원전 생태계에 미칠 경제적 효과는 기대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브리핑을 열고 "앞으로 5년 내로 추가 2기에 대한 협상이 있을 예정이며 실제 계약 금액은 한수원이 계약을 해야 확정된다"고 밝혔다.
체코에서 테믈린 원전 2기 추가 발주를 확정할 경우에도 우선협상대상자는 한수원이다. 한수원은 테믈린 원전 2기의 사업비도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후속 원전까지 수주하면 총 사업비 48조원 규모의 원전 건설 사업을 한국이 맡게 되는 셈이다.
한수원은 체코가 나머지 2기도 발주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본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5년 내 나머지 2호기에 대한 것을 생각한다고 돼 있는데 지금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데에 따라서 그 기간은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총 사업비 24조원은 주로 건설과 관련된 것이고 운영과 연료에 관련된 것은 별개"라며 "보통 건설사업보다 운영이나 유지·보수 사업, 핵연료 사업이 상당히 더 길게 가는 사업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좀 더 중시해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모는 한 60년 운영한다고 보면 건설비보다 훨씬 큰 포션을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덤핑 및 저가 수주 의혹도 일축했다. 안 장관은 "한수원의 가격 경쟁력은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사업 관리 능력에 기반해서 우리가 그만큼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라며 "덤핑이라는 표현은 어불성설이고 전혀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도 "우리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했고 유럽에서도 저가 수주라고 보지 않고 있다"며 "원전 사업은 장기간 사업이라 물가 상승률 등도 다 커버를 받고있으며 계약 시 리스크까지 반영해서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의 수익성도 기대 이상으로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에도 금융·증권가에선 24조원이라는 가격이 기대보다 50~60% 높은 금액이고 저가 수주에 대한 걱정은 해소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감 공급 역시 기대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원전 일감을 늘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왔는데 국내 일감만큼 못지않은 시장이 해외에서도 열릴 걸로 생각된다"며 "원전을 처음 도입한 유럽 메이저리그에 한국이 발을 들인 것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 새로운 시장 진출이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내년 3월 두코바니 신규 원전 5·6기 건설에 관한 정식 계약을 체결한다. 오는 2029년 착공하고 2036년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할 전망이다. 이번 수주로 설계·운전·정비 등 원전 생태계 전반에서 2029년 착공부터 향후 17년 이상 일감 공급이 예상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원자력 설비를 책임지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기기와 주설비 공사 등으로 8조5480억원의 공사비를 따낼 전망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국내업체가 주기기나 보조기기로 기자재를 공급하는 경우 상업운전 후에도 통상 원공급사에게 교체품 및 예비품을 공급한다"며 "설계가 변경되거나 단종돼 기자재가 다른 공급사로 변경되기 전까지는 계속 공급되므로 상업운전 후 약 10년 이상 공급이 지속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982년 한울 1·2호기를 건설하며 프랑스형 원전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던 한국이 유럽시장에 역으로 원전을 수출하는 시대가 왔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원전 10기 수출 시대의 첫 발걸음이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 계약에 이어 테믈린 원전 2기 계약도 한국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체코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폴란드 등 유럽 지역의 원전 수주 기대감도 높아진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향후 유럽 수주 계획과 관련 "네덜란드로부터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받아 진행 중이고 타당성 조사 용역이 끝나면 입찰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50년만에 원전 건설에 나선 네덜란드 보르셀 원전 프로젝트는 2025년 사업자를 선정한다.
다만 이 사업을 폴란드 정부가 아니라 민간 에너지기업 제팍(ZEPAK)과 폴란드전력공사(PGE) 등이 주도하다보니 진행이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은 한국이 '원전 10기 수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요충지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세계 가동원전 416기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167기가 유럽에 있다. 계획된 원전 102기 중에서도 37기가 유럽 지역이다.
독일 등을 필두로 한 유럽 국가들은 원전을 반대해왔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발전 단가 폭등 등 에너지 안보 위기를 겪으면서 다시 원전을 발주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국가 외에도 루마니아·슬로베니아·헝가리·튀르키예·영국 등의 발주가 기대된다.
유럽 내에선 역내 원자력 동맹을 주도하는 프랑스의 입지가 확고했지만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판도가 달라졌다. 영국 등 다른 유럽 지역에서의 수주 기회도 타진해 볼 수 있다.
영국은 1990년대 이후 20여년만에 힝클리포인트·사이즈웰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고 추가로 4GW(기가와트) 규모 대형원전 2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원자로 기준으로는 최대 4기가 투입될 수 있는 규모다.
웨스팅하우스는 APR1400 노형은 한국 독자 개발 노형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에 따라 미국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심은 '수출 통제 집행 권한은 미국 정부에 있어 웨스팅하우스가 소송 주체가 될 수 없다'며 각하했지만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10월 항소법원에 항소했다. 현재 항소심과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앞으로 관건은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지재권 소송 등을 푸는 것"이라며 "마지막 조율 단계에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 간의 정부 차원에서의 원자력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부분은 상당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조만간 그 결과물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알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원전 수출의 9부 능선은 넘었지만 한수원과 발주사 간 계약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야 내년 3월경 최종계약에 이를 수 있다.
정부는 한수원을 중심으로 '협상전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계약 협상에 만전을 기하고 민간과 보조를 맞춰 지원을 한층 강화한다. 다음주 산업부 장관 주재 '원전수출전략추진위원회'를 열어 후속조치 추진방안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 원전 수출 유망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국가별 맞춤형 수주 마케팅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원전설비 수출을 병행해 종합 원전수출 강국으로 도약을 추진한다. 정부는 '2050 원전산업 로드맵'을 수립하고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원전수출 장기비전을 제시하고 관련 지원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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