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과도 같았던 ‘3년 연속 100이닝’…쉼 없이 달린 이태양, 팔꿈치 부상으로 내년 기약
이태양(34·한화)은 지난해 50경기에 등판했다. 선발 투수로 12경기, 구원 투수로 38경기를 치렀다. 그렇게 100.1이닝을 던졌다. 선발 투수가 조기에 강판당하면 그 뒤에 붙어 무너져가는 경기를 떠받쳤다.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나면 ‘대체 선발’로 요긴하게 쓰였다. 궂은일을 도맡아 했기에 성적이 화려하지 않다. 그는 2023시즌 3승3패 2홀드 평균자책 3.23을 기록했다. 이런 그에게 ‘세 자릿수 이닝’은 빛나는 훈장과도 같았다. 전천후 역할을 맡아 팀에 보탬이 됐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이태양은 지난해 10월15일 대전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실점(비자책) 호투를 펼쳐 팀의 7-4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로 3년 연속 100이닝을 달성한 이태양은 “선발과 불펜을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3년 연속 100이닝 이상을 던졌다는 게 개인적으로 뿌듯하다”며 “큰 부상 없이 해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알고 있어서 되게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2010 KBO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36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이태양은 늘 묵묵하게 제 몫을 하는 투수였다. 2020시즌 도중 SK(현 SSG)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232경기(69선발) 20승35패 2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 5.30의 성적을 거뒀다.
팀을 옮긴 뒤로도 꾸준하게 활약했다. 2021시즌엔 30경기(103.2이닝) 5승10패 4홀드 평균자책 5.73을 기록했고, 2022년엔 30경기(112이닝) 8승3패 1홀드 평균자책 3.62로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기여했다. 2022시즌 종료 후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4년 25억원에 한화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이태양은 “(SSG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왔기 때문에 팬들, 구단, 후배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며 “그래도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잘 마무리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태양은 새 시즌을 앞두고도 선발이든 불펜이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건강’이었다.
그러나 이태양은 개막 전부터 이석증을 앓으며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10경기 2패 평균자책 11.57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고, 지난 5월6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그로부터 두 달여, 이태양이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화 관계자는 18일 “이태양이 어제(17일) 세종스포츠정형외과에서 오른쪽 팔꿈치 골극 제거 수술을 받았고 오늘 퇴원했다”고 말했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처럼 1년가량 긴 재활이 필요하진 않지만, 당장 1~2달 안에 돌아올 수 있는 상태도 아니다. 이태양은 차근차근 재활한 뒤 다음 시즌에 맞춰 복귀할 전망이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올해 몸조리 잘해서 내년에 건강히 만났으면 한다”고 전했다. 팬들도 이태양이 다시 힘차게 투구하는 날을 기다린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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