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형순] “위기의 산업폐기물 소각, 언제나 길은 있었다”
산업폐기물 소각업은 안팎으로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폐기물 처리 산업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의 2.35%에 불과함에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46.8%까지 부과돼 2030년이 되면 폐기물 소각 산업은 운영비의 절대량을 배출권 구매에 투입해야 한다. 지자체에선 지역 경제에 도움이 안 되는 외부 폐기물을 우리 지역에 반입해 처리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발생지 처리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영업 구역 제한의 목소리도 계속 나오는 실정이다.
만약 폐기물의 지역 간 이동이 금지된다면 대한민국에는 수백 곳의 폐기물 소각장이 필요하게 된다. 그럴 경우 그 시설들이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안정적인 소각 물량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산업폐기물 처리 시설을 공익 시설로 전환해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지고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지금도 일부 지자체와 공공에서 산업폐기물 처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하나 민간과 혼재된 시장으로 인해 경쟁력은 절대적으로 저하될 것이고 쌓여가는 적자는 세금으로 메워나갈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똑같은 시도가 있었으나 실패로 끝났다. 결국 과거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산업폐기물 처리 시설을 공익 시설로 전환한다는 것은 정부가 모든 산업을 공공재로 전환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산업 간에는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을 공익 시설로 전환하면 공익 전환 대상이 연쇄적으로 거론되게 된다. 수만 개의 폐기물 재활용·처리 시설들을 모두 공익화해서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환경단체가 거론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대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생활폐기물 소각장 신·증설을 추진하는 지자체들마다 모두 해당 사업이 좌초되고 있다. 따라서 기존에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민간 소각 시설들이 생활폐기물 처리 창구로서 역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가연성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임박한 가운데 이미 십수 년간 생활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해온 경험이 축적된 민간 소각업계로서는 추가로 발생된 생활폐기물을 감당 못해낼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민간 소각업의 권리를 위축시키는 조치들이 있어 안타깝다. 시멘트 제조업에 부여된 우월적 지위와 완화된 폐기물 처리 및 관리 기준으로 인해 무작위로 당겨가는 폐기물을 정상적으로 규제만 해도 민간 산업폐기물 소각업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멘트업계는 올해 6월 기준 시멘트 생산량이 전년 동월 대비 15%나 줄었음에도 폐기물 사용량은 계속 늘리면서 시멘트 생산량 대비 폐기물 사용량 비율을 증가시키고 있다.
소각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려는 움직임도 문제다. 2030년까지 폐기물처리업인 소각·매립, 하·폐수업자들에게 부과된 온실가스 감축률은 46.8%에 달한다. 일반 산업계는 11.4%의 감축률을 부여한다. 일반 산업계는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단이 다양하게 내재돼 있다. 그러나 폐기물 소각 시설은 감축 수단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폐기물을 적게 소각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그만큼 배출권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고스란히 폐기물 처리비로 전가돼 국민과 기업들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가 폐기물 처리 시설은 온실가스 감축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딱하게도 우리나라만 감축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도 모자라 가혹한 감축률을 부과하고 있다. 딱한 현실이다. 소각업계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계속 논의 중에 있고 정부도 업계의 주장을 일견 타당하다고 받아들여 내년까지는 감축률 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소각업계는 정부 입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폐기물 처리가 원활해지기 위해선 단순히 버려진 물질을 태운다는 이유만으로 소각업을 기피하는 국민 의식도 이제는 개선돼야 한다. 일본에는 1000여 개의 소각장이 있다. 거의 동네마다 소각장이 다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주민의 반발이나 민원이 거의 없다고 한다.
국민의 쾌적한 환경을 위한 소각업이 언제까지 주홍글씨를 낙인처럼 찍고 살아야 하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다. 30여 년 가까이 소각업을 영위해온 필자도 끝이 안 보이는 위기 상황에 늘 마음을 졸이고 산다. 한 개의 고개를 넘어가면 또 다른 강이 길을 막고 그 강을 건너면 이번엔 산이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불신과 오명을 얻게 된 것은 우리 업계의 자업자득인 것도 스스로 반성한다. 산업폐기물 소각업계도 국민을 향한 인식 개선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한편 쓰나미처럼 연이어 밀려오는 위기 국면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한다. 언젠가 다가올 에너지 기업으로의 완전한 전환과 이로 인해 국민의 따뜻하고 신뢰하는 시선을 받는 날을 꿈꿔 본다.
김형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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