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미인 초선이 주체적 여성이었다면…

사지원 기자 2024. 7.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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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은 아름답고, 충심이 깊고, 임기응변도 뛰어납니다. 이렇게 많은 설정을 가진 여성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소설 '폐월; 초선전'(은행나무)을 이달 1일 출간한 박서련 작가(35·왼쪽 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박 작가는 "초선은 삼국지의 초기 세계관을 만든다는 쓰임새를 다한 뒤 서사에서 탈락하는 비운의 인물"이라며 "더 기대받는 역할이 없는 여성이기 때문에 내가 되살려 쓰기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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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폐월; 초선전’ 펴낸 박서련 작가
삼국지 서사서 탈락한 비운의 여성
강인한 생존력 가진 인물로 재창조

“초선은 아름답고, 충심이 깊고, 임기응변도 뛰어납니다. 이렇게 많은 설정을 가진 여성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소설 ‘폐월; 초선전’(은행나무)을 이달 1일 출간한 박서련 작가(35·왼쪽 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이 소설은 남성 영웅의 서사로 가득 찬 삼국지 속에서 ‘절세 미인’ 정도로만 다뤄지는 초선을 당대의 여러 시대상을 융합해 강인하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재창조했다. 17일 작가를 전화 인터뷰했다.

초선은 삼국지 등에서 ‘폐월수화(閉月羞花·달을 가리고 꽃을 부끄럽게 하는 미모)’의 미인으로만 그려질 뿐, 그녀의 삶에 주목하는 작가를 찾아보긴 어려웠다. 박 작가는 “초선은 삼국지의 초기 세계관을 만든다는 쓰임새를 다한 뒤 서사에서 탈락하는 비운의 인물”이라며 “더 기대받는 역할이 없는 여성이기 때문에 내가 되살려 쓰기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박서련의 초선은 기존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어릴 때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부모에게서 탈출한 뒤 거지 떼와 몰려다니면서 강인한 생존력을 보인다. 자신을 ‘충신의 딸’로 속여 한나라 장군 왕윤의 수양딸이 되는 순발력과 말재주도 선보인다. 그녀는 양녀와 가기(家妓·개인의 집에 두는 기생)를 넘나들며 미(美)와 기지를 활용해 여포와 동탁 사이를 오가며 살아남는다.

독특한 설정도 가미해 더 흥미로워졌다. 초선이 사람의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 이에 ‘상남자’인 여포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배가 남산만 한 동탁에게 불쾌감을 느끼지 못한다. “요즘 말로는 안면 인식 장애라고나 할까요. 미(美)와 추(醜)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양만으로 누군가를 연모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거죠.”

2015년 단편 ‘미키마우스 클럽’으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그는 어느덧 10년 차 작가가 됐다. 그는 “문학계에서는 데뷔 10년 차까지를 ‘젊은 작가’로 취급하는 불문율이 있어요. 내년에는 ‘더 이상 젊은 작가가 아니게 되는건가’라는 생각을 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첫 책 말고도 대표작으로 손꼽힐 작품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번 책을 썼다”고 덧붙였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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