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유세 취소, 코너 몰린 바이든
라틴계 행사 연설 취소, 자택 격리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TV토론’ 참패 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사진)에게 당내 최고위급 인사들이 사퇴를 권유하고 있다. 사퇴 압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주요 일정을 취소했다. 인지력 저하 논란이 신체 건강에 대한 우려로도 번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 ABC뉴스에 따르면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경선에서 물러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출마 강행은 민주당의 희망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CNN방송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바이든 대통령과의 비공개 대화에서 ‘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내 전현직 지도자들이 일제히 그의 대선 완주에 반대 메시지를 낸 것.
공개적인 사퇴 요구도 이어졌다. 펠로시 전 의장의 측근인 애덤 시프 하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결정은 대통령 몫이지만, 나는 다음 주자에게 횃불을 넘길(pass the torch) 때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로써 공개적으로 사퇴 요구를 한 민주당 의원은 모두 20명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사퇴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사퇴에 좀 더 수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당분간 델라웨어 자택에 머물 계획이다. 또 이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예정돼 있던 라틴계 권익옹호행사 연설을 취소했다. 현지 언론들은 코로나19가 감염병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총상을 입고도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의사가 건강문제 있다하면 사퇴” 완주 의지 미묘한 변화
[요동치는 美 대선]
“주님이 관두라 할때만” 강경 태도서… “새 임기중 문제땐 해리스에 지휘봉”
NYT “사퇴 수용하려는 태도 보여”
대선후보 공식지명 일주일 연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유세 일정을 취소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17일(현지 시간). 현지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을 ‘총에 맞아 붕대를 감고도 무대에 올랐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 비교하며 그의 건강상태와 사퇴 가능성을 주목했다. 공교롭게도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사전 녹화해 이날 방영된 TV 인터뷰에서 “만약 의사들이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사퇴할 의사가 있다”고 말한 터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의 발표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며칠간 사퇴 권유에 좀더 수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 ‘주님’에서 ‘의사’로 변화…“사퇴 수용성 높아져”
코로나19 확진 뒤 바이든 대통령은 델라웨어로 향하는 전용기로 걸어가며 기자들을 향해 괜찮다는 의미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비행기 계단을 빠르게 오르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까지 코로나19에 총 3번 감염됐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TV토론 참사’ 뒤 ABC 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전능하신 주님께서 그렇게(사퇴) 하라고 말씀하실 때만 그만두겠다”며 강한 대선 완주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이날은 TV채널 BET와의 인터뷰에서 “의사들이 건강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경선 하차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해 미묘한 변화를 보였다. 그는 “두 번째 임기 중에 새로운 건강 문제가 발생하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지휘봉을 넘길 의향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증거를 가지고 오지 않는 한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의 흐름도 그에게 불리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 이날 발표된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0%, 민주당 지지층의 65%가 ‘바이든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 바이든 후보 공식 지명 일주일 연기
ABC방송,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민주당 최고위 인사들이 최근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퇴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내 영향력이 큰 인사들이 사퇴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
당 지도부와 유권자들의 경선 하차 요구가 이어지면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결국 바이든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하기 위한 화상 투표 일정을 미룬다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은 오하이오주 대선 투표용지 등록 마감일인 다음 달 7일까지 지명을 마치기 위해 이달 말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투표 일정을 다음 달 첫째 주로 일주일 미루기로 했다.
공화당이 연일 축제 분위기 속에 전당대회를 치르며 트럼프 후보 및 J D 밴스 부통령 후보 지명 등 굵직한 뉴스를 쏟아내는 가운데 민주당도 다음 달 19∼22일 일리노이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실언 및 건강문제로 후보 유세에 자꾸만 제동이 걸리면서 민주당의 분위기는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온라인에 공개된 45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를 향해 비난 공세를 펼쳤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가 새로운 러닝메이트로 자신의 극단적인 의제에 대한 ‘고무도장(rubber stamp)’이 될 사람을 찾았다”며 “유권자들은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 밴스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트럼프에게만 충성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무도장은 기계적으로 찍는 도장처럼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결정을 맹목적으로 승인하고 추종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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