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634㎜, 때린곳 또 때린다
파주 年강수량의 절반 쏟아부어
장마전선 좁게 압축돼 집중 폭우
내일 수도권 다시 ‘물폭탄’ 긴장
폭우에 차량 잠기자 긴급 탈출 18일 경기 화성시 황계동에 폭우가 쏟아지며 차량이 물에 잠기자 당황한 운전자가 신발과 우산을 들고 황급히 탈출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에는 17, 18일 이틀 동안 최대 634.5mm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기상청은 주말인 20일부터 수도권에 다시 폭우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중부일보 제공 |
서울 등 수도권에 이틀 동안 최대 634.5mm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번 장마 들어 가장 많은 강수량인데 기상청은 19일 남부 지방, 20일 수도권에 다시 시간당 30mm 안팎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기록적 폭우로 이미 지반이 약해진 지역에 다시 장맛비가 퍼부을 것으로 예상되며 추가 피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수도권 곳곳에 시간당 50mm 이상의 폭우가 내렸다. 경기 평택시(88.5mm), 파주시(69.8mm), 연천군(58.5mm) 등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세찬 비가 내렸다. 일반적으로 시간당 30mm 이상이면 폭우로, 50mm 이상이면 극한호우로 분류한다.
이날 수도권에는 전날(17일) 시간당 100mm 이상 폭우가 쏟아진 데 이어 연이어 물벼락이 떨어졌다. 파주시의 경우 이틀간 강수량 634.5mm를 기록했는데 이는 파주 연평균 강수량(1295.8mm)의 절반에 해당한다. 인천과 서울에도 이틀 동안 각각 391.4mm와 251mm의 많은 비가 내렸다.
이날 폭우는 정체전선(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좁게 압축되며 발생했다. 장마전선상 중규모 저기압이 불규칙하게 발달했는데 여기에 남서쪽에서 불어온 하층제트기류까지 가세해 많은 양의 수증기를 더했다.
연이은 폭우로 경기 오산시와 충남 당진시 등에선 하천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발생해 대규모 대피가 이어졌다. 18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11개 시도 56개 시군구에서 1157명이 일시 대피했다. 당진시에선 당진천 범람으로 근처 학교 학생 1900여 명이 일시 고립되기도 했다. 충남 서산시에선 산사태로 매몰됐던 80대 여성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폭우로 급격히 불어난 경기 안성시의 한 저수지에선 낚싯배가 뒤집혀 2명이 실종됐다.
19일에는 장마전선이 남하하며 오전에 남부 지방에 시간당 30mm 안팎의 비를 뿌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9일까지 호남권에 최대 12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20일에는 서해상에서 발달한 저기압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에 최대 8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말이 지나고 22일 이후에는 남부와 제주 지역에 비 소식이 없다. 기상청은 다만 “변동성이 심한 상황”이라며 장마 종료 여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상청은 또 대만 남동쪽에 저기압성 소용돌이가 발달할 가능성이 있어 올해 첫 태풍으로 이어질지 지켜보고 있다.
화성공단 반도체 부품들 흙탕물 뒤범벅… “또 비온다니 초긴장”
[중부-수도권 집중호우]
내일 수도권 또 호우 예보
오산-당진 등 한때 주민 대피령
안성 낚시터 배 뒤집혀 2명 실종… 서산 80대 여성 매몰됐다 구조돼
“이 동네에서 30여 년을 살았는데 오산천에 이렇게 빨리 물이 차오르는 것은 처음 봤어요.”
18일 오전 경기 오산중 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한 이모 씨는 “흙탕물이 차오르고 길거리에는 차량이 침수되고, 아주 전쟁통이라 우선 몸부터 대피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홍수경보가 발령되자 오산시는 오전 9시 20분 오산천 인근 궐동과 오색시장 일대 주민에게 매홀초와 오산중, 매홀중으로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물폭탄’을 퍼붓는 집중 호우가 이틀째 수도권과 충청권 등 중부 지방에 쏟아지며 저지대 주민 등 1157명이 대피하고, 고립된 주민들이 가까스로 구출되는 등 대혼란이 빚어졌다. 침수 피해를 입은 경기 지역 내 공단은 계속되는 비 예보에 추가 피해를 우려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임진강과 한탄강 유역 8개 지점에 홍수 특보가 발령됐고, 일부 학교는 휴교했다.
● 매몰됐다 구사일생…전국 1157명 대피 2명 실종
물에 잠긴 당진 전통시장 18일 시간당 80mm 폭우가 쏟아진 충남 당진시 당진읍 전통시장 일대가 흙탕물에 잠겼다. 가로등 옆에 서 있는 한 시민의 무릎 부근까지 물이 차 올라 있다. 독자 이희수 씨 제공 |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호우로 11개 시도 56개 시군구에서 825가구(1157명)가 일시 대피했다. 이 중 261가구(366명)가 아직 귀가하지 못했다. 시간당 최대 81.1mm ‘물폭탄’이 쏟아진 충남 서산시에선 오전 10시 4분경 운산면 수평리에서 지병(뇌경색)으로 집에서 누워서 지내던 80대 여성이 흙더미에 매몰됐다가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틀간 600mm가량의 폭우가 집중된 경기 북부 지역에서도 고립된 시민들이 생사의 경계에서 가까스로 구조되는 일이 잇따랐다. 이날 오전 3시 40분경 파주시 적성면에서는 80대 노인이 집에 고립됐다가 경찰 도움으로 구조됐다. 오전 4시 50분경엔 파주시 월롱면 건물과 컨테이너 등에 고립된 50대 여성 2명과 외국인 6명이 119구조대 보트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나왔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10시 46분 경기 안성시 고삼면 고삼저수지의 낚시터에서는 폭우 속에 배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실종됐다. 이들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오후 3시 55분경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의 한 사거리에서 시내버스가 광역버스를 추돌하는 빗길 사고로 승객 15명과 60대 버스 운전사 2명이 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빗길에 시내버스가 미끄러져 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다.
● 흙탕물 들어찬 공단…추가 피해 볼까 ‘전전긍긍’
경기 화성시 공장단지는 토사가 흘러내려 비 피해를 입었다. 화성시 향남읍에서 반도체 부품 창고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새벽부터 비가 많이 와서 일찍 출근했는데 창고 바닥은 이미 흙탕물이 질퍽했고 반도체 부품이 물에 닿아 손상됐다”고 말했다. 인근에 자동차 부품을 보관하는 심모 씨는 “수년 전에 비 피해를 입어 팔레트에 제품을 올려 두고 있는데 그나마 피해를 줄였다”고 했다.
옹벽 무너진 용인 고속도로 18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포곡터널 인근에서 폭우 탓에 토사가 쏟아져 내려 옹벽이 무너졌다. 굴착기를 동원한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중부일보 제공 |
이날 폭우로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남 지역 학교 128곳이 수업 단축 등 학사 일정을 조정했다. 등교 시간을 조정한 학교가 79곳이고, 단축 수업한 학교는 45곳, 휴업은 4곳이다. 117개 학교에선 누수 등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화성·오산=이경진 기자 lkj@donga.com
당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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