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사령관 “대오각성한 유럽, 우리가 고대해온 파트너”
“미국 기여가 가장 큰 가치 창출할 순간”
유럽도 “국방비 지출 확대, 나토 헌신” 호응
“우리가 불평했던 유럽과는 전혀 다른 유럽이 됐습니다. 지난 수년 간 짊어져야 할 부담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부담을 나누어야 한다는 것도 제대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30년 동안 고대해온 파트너가 여기있습니다.”
크리스토퍼 카볼리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미 육군대장)은 18일 콜로라도주 아스펜에서 열린 ‘아스펜안보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스테파노 사니노 유럽대외관계청(EEAS) 사무총장, 옌스 플로트너 독일 총리 외교정책보좌관, 조나탄 브세비오브 에스토니아 외교부 사무총장 등 유럽의 리더십이 참석해 러시아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러시아는 국가를 가장한 주유소”라는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발언을 인용하고, “우리가 먼저 이 전쟁을 포기할 것이라 생각하지 말라”는 말에 청중에서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사회자는 “밀워키에서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는데 라이브 영상으로 틀어줘야 할 것 같다”고도 했다. 카볼리 사령관은 “유럽이 각성하고 있다”며 “같은 일을 할 준비가 잘 된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미국의 기여가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할 때”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대오각성한 유럽의 나라들이 국방비에 투자를 늘리고, 자유·민주 진영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이야 말로 미국의 이익이 가장 크게 중진되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Vance) 상원의원은 우크라이나 지원 등 유럽 상황에 대한 관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카볼리 사령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는 유럽의 미래, 세계 안보에 매우 매우 중요하다”면 “우크라이나 지원은 우리 안보에 필수적인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 분쟁의 끝에 우리는 매우 큰 러시아 문제를 갖게 될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며 “(전쟁이 끝나면 모든 게 해결될거란) 어떤 환상도 가질 수는 없다”고 했다. “종전(終戰)을 하더라도 러시아가 나토 국경에 있는 군대를 재구성하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란 얘기다. 카볼리 사령과는 “미국과 유럽 동맹국의 집에 불이 났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있는지 우리나라에서 과소 평가하고 있다” “단순한 수사가 아닌 대륙의 안정, 국가 생존에 대한 진정한 우려고 이런 인식을 발전·장려해야 한다”고 했다.
◇ 유럽의 결의 “우리 집에 불났다, 우리가 끌 것”
지난주 미국의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사실을 공개한 독일의 플로트너 보좌관은 “우리 또한 유럽인으로서 기여하기를 원하고 프랑스 등도 여기에 동참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차세대 정밀 타격 능력을 개발해 비핵 영역에서 억지력을 가질 수 있는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가 북한·이란·아프리카 국가와 연대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그럴듯한 말만해서 러시아를 막을 수 없다”며 “대중에게 이게 새로운 현실이고, 이 현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우리의 정치는 러시아 침략을 억제하고, 여기에 맞서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 1기 때 미국 대사를 지낸 에스토니아의 브세비오브 사무총장은 “대서양 관계는 여전히 중요하고, 우리는 트럼프 정부와도 일한 경험이 있다”며 “어느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유럽인은 4억명 이상 되고,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라며 “유럽이 국방비를 더 지불해 자립하고 있고, 국방비 지출이 조만간 국내총생산(GDP)의 4%에 도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했다. 브세이오브 사무총장은 “더 큰 국가가 무력으로 작은 이웃의 국경을 바꿀 수 있는 일이 표준이 되면 어떤 국경도 안전하지 않게될 것”이라며 “우리 집에 불이 났고, 우리는 이 불을 끄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 동맹을 보존하고 강화하려면 대서양 양쪽에서 정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유럽은 유럽의 역할을 하고, 미국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미국인들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지 설명해야한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