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1:8’ 결국 이겼지만 염갈량의 격노, 두 가지 장면에 열 받았다
[OSEN=잠실, 한용섭 기자] 이겼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승리였다.
염경엽 LG 감독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전날 경기에 대해 첫 마디가 “불펜 때문에 돌아버리겠다”며 “안 써야 될 시합을 지금 몇 게임을 (필승조를) 다 쓰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LG는 17일 SSG와 경기에서 6회까지 11-1로 크게 리드했다. 오지환의 만루 홈런, 김범석의 백투백 홈런, 문보경의 투런 홈런 등이 터지면서 여유있게 앞서 나갔다. 그런데 10점 앞선 7회 불펜 추격조들이 줄줄이 난타당하며 아찔한 경험을 했다.
지난 15일 상무에서 제대한 임준형이 7회 등판해 연속 안타를 맞고 1점을 내줬고, 볼넷을 허용해 무사 1,2루에서 교체됐다. 최동환이 마운드에 올라왔는데, 연속 안타를 맞으며 1점을 허용했고, 무사 만루에서 에레디아에게 만루 홈런을 얻어맞았다. 스코어는 11-7이 됐다.
이때부터 LG 덕아웃은 불난 호떡집이 됐다. 염 감독은 “김진성이 진짜 급하게 풀었다. 급하게 푸느라고 정지헌을 먼저 올렸다. (김진성이) 몸 풀 시간이 안 되니까, (정지헌으로) 투수 교체하면서 빨리 풀어. 지헌이가 어떻게 아웃카운트 하나라도…”라며 “누가 만루 홈런을 맞을 거라고 생각했나. 갑자기 만루 홈런 뻥 맞으니까 그냥 뚜껑이 확 열리면서 난리가 났다. (만루에서) 한 2~3점 정도만 줘야지, 다음에 5점 차에 진성이 쓰고 그렇게 가는데, 만루 홈런을 맞으니까 분위기가 확 달라지고 덕아웃은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무사 1루에서 정지헌이 등판해 볼넷을 내주고 교체됐고, 그 사이 몸을 다 푼 김진성이 등판해 첫 타자 대타 추신수를 볼넷으로 출루시켜 다시 무사 만루가 됐다. 자칫 동점, 역전까지 갈 수 있는 위기였다. 김진성이 희생플라이로 1점만 내주고 후속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SSG 추격을 11-8에서 막아냈다.
7회 등판한 투수는 4명. 임준형(0이닝 2피안타 1볼넷 3실점), 최동환(0이닝 4피안타 1피홈런 4실점), 정지헌(0이닝 1볼넷 무실점), 김진성(1이닝 1볼넷 무실점)을 각각 기록했다.
염 감독은 경기 내용 중에 마음에 들지 않은 장면은 따로 있었다. 최동환이 무사 1,2루에서 최지훈 상대로 1루수 쪽 땅볼을 유도했다. 그런데 타구가 불규칙바운드가 되면서 오스틴이 한 차례 더듬었다가 다시 잡고서 베이스커버에 들어온 투수 최동환에게 토스했는데, 세이프가 됐다.
염 감독은 투수 최동환의 1루 베이스커버가 늦었다고 질책했다. 아웃카운트 1개의 소중함을 언급하며, 경기 흐름까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후 코칭스태프가 경기 장면을 다시 체크해서 최동환이 베이스커버를 정상적으로 했다고 바로잡았다.
또 오스틴의 느슨한 주루플레이, 집중력 부족을 질타했다. 오스틴은 6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문보경 타석에서 폭투가 나오자 2루로 뛰었다. 그런데 공이 멀리 튕기지 않아, 포수 이지영이 재빨리 잡아 2루로 송구해 아웃타이밍이 됐다. 오스틴은 슬라이딩을 하지 않고 서서 들어갔고, 유격수 박성한이 태그하려다 공을 떨어뜨리면서 세이프가 됐다.
이 때 오스틴의 느슨한 플레이가 나왔다. 오스틴은 공이 떨어진 것을 보지 못한 것인지 덕아웃으로 돌아가려 했다. 때마침 2루심이 ‘타임’을 선언하면서, 오스틴은 태그 아웃이 되지 않았다.
염 감독은 “아웃카운트 하나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점수 차가 크다고 그런 플레이가 나오면 안 된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심판이 타임을 안 불렀다면 아웃이었다”며 집중력 부족을 지적했다.
선수들이 큰 점수 차가 되면 집중력을 잃을 수 있다. 염 감독은 “집중이 안 되면 빼달라고 말하면 된다. 다 들어준다. 김현수는 크게 리드하고 있으면 아무리 집중하려고 해도 잘 안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김현수는 큰 점수 차가 되면 바로 빼준다”라고 설명했다. 승리한 다음 날 선수들 칭찬보다는 쓴소리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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