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언론 “가격 아니라 신뢰도에서 져”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4. 7. 19. 01: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공사기간·비용 확실히 보증
체코원전수주전, 한수원의 광고. /한국수력원자력

“가격이 아닌, 신뢰의 문제였다.”

17일 자국 업체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제치고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자로 지정되자 프랑스 대표 일간 르몽드가 내린 결론이다. 이 매체는 체코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의 승리는 가격 차이보다는 한수원이 제시한 공사기간 엄수 약속과 보증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정부의 강력한 외교적 노력도 체코의 선택을 바꾸지 못했다”고 짚었다.

체코 정부는 한수원과 EDF에 공사 시작 및 완료 날짜를 포함한 명확한 프로젝트 시간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거액의 위약금도 내걸었다. 이에 대한 한수원과 EDF의 대응 차이가 결정적 변수가 됐다는 것이 르몽드의 분석이다. 체코 국영전력회사 CEZ 측은 이 매체에 “낙찰자(한수원)는 전체 프로젝트 일정은 물론 (공사 도중 늘어날 수 있는) 비용 문제에 대해서도 확실한 ‘보증’을 제공했다”며 “결과적으로 한국의 제안이 더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국민 세금으로 원전을 건설하는 체코 정부 입장에서 공기는 물론 비용까지 보증한 한국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뜻이다. 반면 EDF는 이 점에서 체코 정부의 충분한 신뢰를 얻을 만한 제안을 못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코 정부 고위 관계자는 르몽드에 “EDF가 건설했거나 현재 건설 중인 3세대 가압경수로들이 모두 공사가 늦어진 것들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한마디로 기존 실적과 계약서상의 조건 모두 프랑스보다 한국이 믿을 만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EDF가 영국 남서부 서미싯주에 짓고 있는 ‘힝클리 포인트 C’ 원전은 준공 일자가 당초 2027년에서 2030년으로 3년이나 늦춰진 상황이다. 영국 가디언은 “이로 인해 건설비도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 EDF는 130억유로(약 19조원)의 손해를 입게 됐다”고 보도했다. 핀란드에서 프랑스와 독일이 함께 설계·시공한 가압경수로 ‘올킬루오토’ 3호기는 예정보다 무려 13년이나 늦은 지난해 4월 가동을 시작했다.

블룸버그도 프랑스 원전 산업의 신뢰 저하를 지적했다. 이 매체는 “프랑스 원전 산업은 지난 10년간 유럽 내 곳곳에서 건설 지연과 이에 따른 건설비 급증 문제를 겪어 왔다”며 “이번 수주 실패가 프랑스 원전 산업에 새로운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 각국이 잇따라 원전 건설로 유턴하고 있는 상황에서, 체코의 선택이 다른 나라들에 일종의 ‘신호등’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DF가 수주에 성공했다면 2016년 영국 힝클리 포인트 원전 계약 이후 8년여 만의 신규 원전 계약이었다. 로이터는 “유럽 유일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업체인 EDF 입장에서 이번 입찰은 일종의 ‘신임 투표’였다”며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유럽에 대대적 원전 공급망을 구축하려던 프랑스의 구상에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고 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