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佛에 앞선 기술력… 체코, K원전 만장일치로 선택

조재현 기자 2024. 7. 19. 01: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원전 강국 모두 꺾었다

17일(현지 시각) 체코 내각회의는 만장일치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이날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모든 기준에서 한국이 제시한 조건이 우수했다”고 밝혔다.

15년 전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엔 경쟁국보다 낮은 건설 단가와 시공 능력이 주요 강점으로 꼽혔지만, 이번 수주전에선 가격뿐 아니라 설계 기술까지 어느 하나 흠을 잡을 수 없는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1978년 고리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한 후발 주자 한국이 1950년대부터 원전을 가동한 원전 1세대 강국 미국과 프랑스를 제치고 유럽에 첫발을 내디뎠다.

◇'온 타임 온 버짓’은 기본

K원전의 특장점인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은 이번 수주전에도 힘을 발휘했다. 18일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kW(킬로와트)당 3571달러로, 중국(4174달러), 미국(5833달러), 러시아(6250달러), 프랑스(7931달러) 등에 비해 최대 55%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에도 우리는 경쟁 상대국이었던 프랑스보다 20~30% 낮은 가격과 비교적 짧은 공사 기간을 내세워 우위를 점했는데, 이번 체코 수주전에서는 기술력도 입증하며 양대 원전 강국 미국과 프랑스를 꺾은 것이다.

그래픽=송윤혜

수주 15년 만인 올해 마지막 4호기까지 상업 운전에 들어가는 UAE 바라카 원전은 한국형 ‘온 타임 온 버짓’의 대표적인 사례다. 고리 1호기부터 꾸준히 원전을 건설하면서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무조건 정해진 시간 안에 원하는 결과물을 저렴한 가격에 만들어 낸다는 강점이 유럽 시장까지 사로잡은 것이다.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지낸 이관섭 전 한수원 사장은 “이제 시공과 설비 제조를 넘어 원자로 설계까지 우리 원전이 독보적인 실력을 쌓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K조선업처럼 ‘맞춤형’ 공략

체코는 입찰 과정에서 자국의 여건에 맞춰 1200MW(메가와트)급 이하 원전 건설을 요구했다. 대규모 냉각수를 얻기 어려운 내륙이라는 지리적인 한계와 당시 예측한 전력 수요와 송·배전망 상황을 감안한 조건이었다. 최신형 1400~1600MW급 원전에 주력해온 각국은 ‘체코 맞춤형’ 모델이 필요했다. K원전으로선 기술력을 입증할 좋은 기회였다. 앞서 2016년부터 EU(유럽연합) 기준에 맞춰 1000MW급 모델을 개발해오던 우리나라는 5년 만인 2021년 개발을 마치고, 2023년 5000여 가지 항목을 만족시키며 EU 인증을 받았다. 반면 프랑스는 설계도는 만들었지만, 결국 인증은 받지 못한 채 입찰 서류를 냈다. 미국은 한수원보다 두 세대 뒤떨어진 인증만 받은 AP1000 모델로 준비하다 입찰에서 먼저 탈락했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은 선주(船主)의 다양한 요구를 맞춤형 설계·건조로 충족시키며 일본을 따라잡고 세계 시장을 휩쓸었는데, 우리 원전도 향후 폭발적으로 커질 원전 시장에 맞춤형 주문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입증한 것”이라고 했다.

◇K제조업 경쟁력도 한몫

이번 수주전에서 정부는 체코에 원전 건설뿐 아니라 다른 산업 지원책까지 함께 제시하며 K제조업 역량을 총동원했다. 현대차·현대제철·한화첨단소재·넥센타이어 등 체코에 이미 진출한 기업뿐 아니라 앞으로 반도체, 전기차, AI(인공지능) 등으로 ‘산업 지원 패키지’를 확대하며 체코에 경제 협력을 제안한 것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체코에는 한국 기업만 100개 이상 있고, 근로자 1만4000명 이상이 고용돼 있다”며 “대표적인 제조업 국가인 체코와 향후 산업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온 타임 온 버짓

대규모 건설 사업을 정해진 시간과 예산 내에서 마무리하는 것. 한수원을 비롯한 ‘팀코리아’가 2008년 UAE 바라카 원전 사업을 따내고, 이번에 체코 내각의 만장일치로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팀코리아는 이번 수주를 통해 경제성과 시공 능력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설계 능력까지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