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300만 중소기업 첫 ‘셔틀 교류’ 나선다
국내 중소기업과 일본 중소기업 대표 단체가 1년에 한 번씩 ‘셔틀 교류’에 나서기로 했다. 대기업이 아닌 한·일 중소기업계가 정기 교류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2019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수출 규제 이후 경색된 한일 관계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양국을 서로 방문하는 셔틀 외교로 개선된 이후, 한·일 중소기업 대표 단체들이 민간 교류도 확대하자고 뜻을 모은 데 따른 것이다. 한국 중소기업계는 일본 중소기업들의 기술을 배우기 위한 교류를 이따금 한 적이 있다. 하지만 2017년 문재인 정부 이후 한일 관계가 냉랭해지고, 2019년 일본 수출 규제와 코로나가 겹치면서 관계가 끊어졌다가, 지난해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만남이 재성사됐다.
이번에는 인터넷 강국인 우리 기업들이 일본에 선진 IT(정보 통신 기술)를 전수하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강한 일본 중소기업들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으면서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일본의 선진 가업 상속 제도와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 문화를 벤치마킹하는 등 다양한 협력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셔틀 외교의 결과… 224만 일본 중기와 교류
18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일본 도쿄에서 일본 전국중소기업단체중앙회와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업종별 협동조합·협회 등 중기 단체 간 인적·기술 교류, 공급망 발전을 위한 중소기업 간 교류, 중소기업 인력난과 경영 애로 해소를 위한 정책·정보 교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양측은 이와 관련, 정책 포럼을 해마다 1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개최하기로 했다. 이날 협약식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한국의 ICT 융합 기술과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등 양국 중소기업의 강점을 교류하고 정책 현안을 논의하자”고 말했고, 일본 중기중앙회 모리 히로시 회장(후지오일 회장)도 “양국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협력을 해보자”고 답했다. 이날 모리 회장은 오는 10월 제주에서 열리는 중기중앙회 리더스포럼에 방문해 달라는 김 회장의 제안에도 흔쾌히 응했다고 한다.
사실 양 단체는 2008년 협력 MOU를 맺고 이따금 도금, 콘크리트 기술 전수 등 교류를 한 적이 있지만,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번 MOU는 16년 전 MOU를 새롭게 개편한 것이다.
◇일본에 IT 전수하고, 우리는 소부장 배운다
일본 전국중소기업단체중앙회는 1956년 설립된 일본 내 법정 단체로, 약 2만7000개에 달하는 중소기업 협회·단체와 협회 산하 중소기업 224만개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1962년 설립된 우리 중기중앙회는 937개 협동조합 및 단체가 회원사이고, 산하에 업체 70만개가 조합원으로 있다.
양 단체는 해마다 한 번씩 정책 포럼을 통해 정보 교류와 친목에 나설 예정이다. 김기문 회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한국은 다양한 ICT 기업이 있고, 초고속 인터넷 문화가 발달해 있는데, 일본은 아직도 팩스와 도장을 쓰고 교환원이 전화를 연결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며 “일본 기업과 국민들은 한국에 대한 호감이 상당히 높고, 한국의 최신 IT 업무 기술과 스타트업 문화를 배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일본을 통해 소부장 제조 기술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기문 회장은 “일본 중소기업들은 시계면 시계, 자동차면 자동차, 한 분야만 오랫동안 하면서 원천 기술을 확보한 전문 기업이 많고, 소부장 분야는 아직 우리가 못 따라가는 기술이 많다”며 “이들과의 교류를 늘리면 우리 중소기업 경쟁력뿐 아니라, 대기업의 공급망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중앙회는 우리 중소기업들의 최대 고민 중 하나인 ‘가업 상속’ 관련 제도나, 대기업과의 상생 협력 문화도 일본에서 배우기로 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일본은 이미 2008년 ‘경영 승계 원활화법’을 제정하는 등 중소기업들의 친족 승계뿐 아니라 사업 전환, 인수·합병, 종업원 승계에도 세제 지원을 하고 있다”며 “대기업과의 관계도 선진적이라 한국이 배울 것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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