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이미지 센서 시장 장악… 소니의 화려한 부활
미국 대선 판을 뒤흔든 건 총상을 입고도 주먹을 불끈 들어 올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피격 사진이다. 이 역사적 사진은 2021년 퓰리처상 수상자이기도 한 에번 부치 AP 사진기자의 소니 카메라에 포착됐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사진기자 같은 전문가들의 손에는 캐논이나 니콘 같은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다수의 사진기자는 소니 카메라를 메고 있었다. 한 카메라 기자는 “가벼운 소니 카메라를 기동성에서 따라올 제품이 없다”고 했다. 18일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소니의 시장점유율은 26.1%로 캐논(46.5%)보다는 낮지만 니콘(11.7%)을 크게 앞질렀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소니는 15% 안팎 점유율로 캐논과 니콘에 밀린 3위였다. DSLR에 집중한 캐논이나 니콘과 달리, 카메라 속 거울을 없애 무게를 줄인 소니의 ‘혁신적 실용성’이 고객을 끌어들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뿐 아니라 카메라의 핵심인 ‘이미지 센서’ 분야에서 소니는 뛰어난 기술력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기술력이 한때 쇠퇴하는 일본 전자 산업의 상징이던 소니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니콘을 제친 소니
소니는 캐논·니콘과 달리 미러리스 카메라를 고수했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2009년 6월 올림푸스, 2010년 1월 삼성전자가 먼저 선보였지만, 2010년 6월 출시한 소니의 카메라에는 DSLR 수준의 센서가 내장돼 있었다. 미러를 없애 DSLR보다 크기와 무게를 크게 줄여 휴대성을 높이면서도 떨어질 수도 있는 카메라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이미지 센서로 보완한 것이다.
소니의 성공을 예상하는 사람은 적었다.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처음엔 전문가들에겐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카메라가 아닌 미러가 없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이용자가 점점 많아지고, 미러를 보지 않고 찍는 전문가도 늘어나면서 카메라 시장에서 소니의 입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카메라 제품군 중 최상위 기종인 풀프레임 카메라 시장에서도 미러리스는 대세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2018년 국내 풀프레임 카메라 시장에서 점유율 29.9%에 그쳤던 미러리스 카메라는 2019년엔 50.2%까지 확대됐다. 카메라 시장이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도 나 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캐논과 니콘도 뒤늦게 미러리스 카메라 경쟁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소니는 미러리스 카메라 성공 등에 힘입어 실적도 빠르게 개선됐다. 소니의 2023년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영업이익은 1조2088억엔(약 10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7% 감소하기는 했지만, 2014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10년 동안 20배 가까이 늘었다.
◇이미지 센서 시장 점유율 55%
소니의 부활을 이끈 핵심은 이미지 센서다. 이 시장에서 압도적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지 센서는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폰 카메라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일본 소니가 55%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삼성전자는 약 20%로 큰 차이가 난다. 내년에는 점유율이 6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글로벌 판매량이 회복되면서 소니의 이미지 센서 실적도 상승하고 있다. 주요 시장조사 업체들은 올해 AI폰과 스마트폰 교체 주기 도래로 스마트폰 출하량이 6%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니의 주요 고객사는 애플과 샤오미, 오포 등 스마트폰 업체들이다. 애플의 아이폰 15에 소니의 이미지 센서가 탑재됐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스마트폰 생산량을 늘리면서 소니의 이미지 센서 판매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한 대에 여러 개의 이미지센서가 필요하고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소니의 입지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니는 지난 실적 발표에서 “매출 증가와 비용 절감에 힘입어 칩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이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소니는 카메라와 스마트폰뿐 아니라 자동차용 이미지 센서도 공략하고 있다. 자율 주행 자동차로 전환되면서 차량 주변을 파악할 수 있는 정교한 성능의 카메라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투자를 확대하며 이미지 센서 1위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소니는 TSMC와 손잡고 일본 구마모토현 공장 용지 인근에 이미지 센서를 만들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를 위해 도쿄돔 5개 규모 수준인 27만㎡의 땅을 매입했다. 소니는 올해 공장 건설에 착공해 2025년 이후 가동하겠다는 목표다. 이미지 센서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TSMC가 구마모토현에 짓고 있는 공장에서 공급받는다는 계획이다.
☞DSLR과 미러리스
디지털카메라는 이미지를 포착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DSLR과 미러리스(mirrorless)로 나뉜다. DSLR은 필름 카메라와 구조가 똑같은 디지털카메라다. 촬영자는 거울에 반사된 실제 모습을 보며 촬영할 수 있지만,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미러리스는 카메라 속 거울을 없애고, 렌즈를 통해 들어온 피사체 모습을 이미지 센서에 바로 담는다. 디지털로 한 번 보정되는 만큼 원래 모습·색상과 차이가 다소 있지만, 가볍다는 장점이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두산, 외국인 투수로 메이저리그 28승 좌완 콜 어빈 영입
- 러 국영 TV서 “우리 걸프렌드”라던 자가 美 정보기관 총괄 수장?
- South Korean opposition leader convicted of election law violation
- 농구 드래프트 사상 처음으로 고교생이 1-2순위 지명받아
- 북한 소음방송 피해 강화 주민들에 ‘방음창 설치’... 인천시, 긴급 지원
- 베네수엘라-미국, 지옥문 지나 프리미어12 4강 진출
- 與 “이재명 징역형 사필귀정…비겁한 거짓말 사죄해야”
- 중년 접어든 후 매일 딱 ‘160분’… 기대수명 5년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
- 이재명에게 징역형 선고, 한성진 부장판사는 누구?
- 법원 모인 이재명 지지자들, 재판부 향해 “미친 놈들”